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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9. 고요한 읽기개인 도서관/도서관1 2025. 4. 11. 10:00
이승우
* 문학동네
서문. 감추어진 동굴
* <고백론>, 아우쿠스티누스
* <커튼>, 밀란 쿤데라
p7.
'나'를 발견하게 해주기 때문에 책은 중요합니다. '나'를 읽게 하지 않는다면 책을 읽을 이유가 어디 있단 말입니까? (중략) 자기에 대한 의심과 돌아봄이 없는 이해만큼 위험한 것도 없습니다. 그래서 읽기가 중요합니다. 우리는 나를, 사람을, 세상을 정말 잘 읽어야 합니다.세상의 끝
p18.
나는 나에게서 가장 멀고, 내가 가장 잘 모르고, 내가 가장 만나지 않으려고 하는 사람이다. 나는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사람이다.작가라는 환영
* <원형의 폐허들>,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p34.
물어야 하는 질문은 어디 있는가, 이다. 어디서 왔는가, 가 아니라 어디에 머무는가, 이다. 이곳에 왔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이곳에 오기 전까지는 온 것이 아니다.p36.
자발적으로, 그러나 어쩔 수 없이 - 그것이 그의 운명이다. 자유와 운명이 한 단어라는 것은 그런 뜻이다.p44.
소설가가 소설을 쓰는 것은 그때까지 이 세상에 없던 것을 있게 하는 것이다.p45.
꿈꾸는 것은 그가 필사적으로 해야 할 그의 일, 과업, 소명(Beruf)이다.향수(鄕愁)와 추구, 혹은 무지와 미지
p55.
집의 상태는 그 사람이 신분을 비유한다. 다른 사람의 땅에 지어진 집은 임시적이다. 다른 사람의 땅에 집을 짓고 사는 사람의 삶은 불안정하다. 집이 흔들리는 것은 땅이 견고하지 않기 때문이 아니다. 그 집이 자기 땅이 아닌 곳에 세워져 있기 때문이다.p57.
향수는 돌아가려는 마음이다. 떠나온 곳에 대한 그리움인 향수는 동시에 떠나온 시간을 향한 그리움이기도 하다.p59.
'나는 너의 부재로 인한 고통을 견딜 수 없다'* <향수>, 밀란 쿤데라
p61.
앎은 이해의 조건이고 장악의 수단이다. 우리의 반응은 이해의 정도와 범위를 넘어설 수 없다. 지식은 판단의 근거를 제공하기 때문에 중요하다. 판단하는 자는 우선 아는 자이다. 알지 않고 판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런 불가능한 일을 자행하는 이들이 없지는 않다. 그런 사람들은 다른 것에 근거해서 판단하기 때문에 위험하다. 예를 들면 맹목적 신념)p63.
대상이 누구든, 혹은 무엇이든 모르는 것이 없어지는 순간 그리움이 사라진다. 교만은 그리움이 사라진 사람의 상태이다.p65.
알지 못하는 영역을 남겨두어야 한다. 설렘을 유지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모르는 사람으로 있어야 한다. 무지의 영역을 새롭게 발견해야 한다.p69.
향수는 경험했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 아니라 경험한 것이 알지 못하는 상태가 되었기 때문에, 그럴 때 생긴다. 익숙한 것이 익숙하지 않아졌을 때 출현한다. 무지는 지(知)의 부재를 가리킨다. 이 부재는 획득 실패로 인한 것이 아니라 획득한 것의 상실로 인해 생긴다. 알던 것이 알지 못하는 것이 되었을 때 생긴다.p71.
가로질러 올라가는, 가야 하는 존재다, 인간은.(★) 향수, 그리움과 무지에 대한 깨달음의 시간이라고나 할까.
영원에 속하지 않은 것
p89.
사랑은 죽음보다 강한 것이 아니라, 죽음이 사랑을 알지 못하는 것이다.말과 번역
p93.
발화의 순간 단어는 재정의된다. 발화자의 조건과 발화의 상황에 의해 단어의 뜻이 새로 부여된다.p94.
한 사람의 말이 곧 하나의 국어다. 한 사람의 말은 다른 사람에게는 하나의 외국어이다. 세상에는 말을 하는 사람 수만큼의, 어쩌면 말해지는 상황만큼의 국어/외국어가 존재한다.* <소문의 벽>, 이청준
p103.
말의 운명은 말을 사용하는 사람들에 의해 정해진다.p109.
바르지 않은 생각으로 바른말을 할 수 없고, 어긋난 말로 바른 생각을 전할 수 없다는 것.환한 어둠
p117.
기다림이 삶의 일부가 기다림이 곧 삶이다. (중략) 기다리면서 일생을 산다.p118.
사람은 자기에게 주어진 삶을 산다. 사람은 자기에게 허락된 기다림을 산다.p125.
이 세상에 대한 절망이 다른 세상에 대한 꿈을 꾸게 한다.꿈과 해석
p136.
꿈의 언어는 은유와 상징으로 가득차 있는 텍스트이다. 현명함은 은유와 상징을 해석하는 과정에 나타난다.p141.
사랑하는 사람을 닮아가듯이 미워하는 사람도 닮아간다. 미워해서가 아니라, 미워하느라 생각해서이다. 상대방을 닮아가게 하는 것은 사라으이 기능이 아니고 생각의 기능이다. 사랑하느라 생각하든 미워하느라 생각하든 마찬가지다. 생각은 그 대상과의 일치를 지향한다. 사람은 생각한 것 이상이 될 수 없다.p146.
내 일은 내가 해야 한다. 내 꿈은 내가 꾸어야 한다. 내 꿈을 누군가에게 대신 꾸게 해서는 안 된다. (중략) 꿈이 아니라 삶을 살아야 한다.p151.
꿈은 텍스트이다. 해석을 기다리는 것이 텍스트의 운명이다.말할 수 없고 말해서도 안 되는
p158.
말하는 사람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할 때 우리는 그 사람을 파악할 수 없다.p160.
인간에 대해 말하지 않는 소설은 없다. 인간 이상을 말하는 소설도 없고 인간 이하를 말하는 소설도 없다.p161.
"내 번역의 방법은 인간의 마음으로, 즉 소설을 통해 신의 마음, 즉 믿음의 문제에 접근하는 것이었다."전체의 일부로 흡수될 때
p174.
보이지 않는 것은 보이지 않는 채로 보아야 한다.p183.
공동체는 집단이 아니라 고유한 '한 명'들의 모임이다.p184.
맹신은 믿음의 최상급이 아니라 믿음의 반대말이다.이야기를 어디서 어떻게 끝낼까
p190.
모든 새로운 이야기는 이미 있는 이야기에 대한 이의제기이다.이야기를 어디서 어떻게 끝낼까
p190.
모든 새로운 이야기는 이미 있는 이야기에 대한 이의제기이다.p195.
독자는 변덕이 권한이고 속성인 왕과 같다.p200.
사실은, 사실 중요하지 않다. 사실은, 자기들의 확신을 보장해주고 강화시켜줄 수 있을 때만 중요하다. 이미 가지고 있는 확신을 보장해주고 강화시켜줄 수 있는 사실만을 수용하고, 그렇지 않은 것은 배제한다. 혹은 자기 확신을 보장해주고 강화시켜줄 수 있는 방향으로 수정하여, 왜곡하여 받아들인다. 그렇지 않은 사실은 부정한다. 말하자면 확신에 의해 사실이 비틀어진다.p203.
확신하는 사람은 의심하지 않는 사람이다. (중략) 확신하는 사람은 반성하지 않는 사람이다.p206.
오히려 종교는 자기 확신의 부재, 자기를 의심하고 자기를 믿지 못하는 자의 믿음이다.p207.
광신자가 되지 말아야 하는 것은 그들이 지나치게 종교적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이 전혀 종교적이지 않기 때문이다.비범함에 대한 유혹
p228.
낯설고 다르고 무한한 존재, 우리 내부에 있는 이 타자와 마주하는 것이 자신에게 도달하는 길이다. 그러나 자신에게 도착하는 일은 아마 마지막까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중략) 도달하지 못한다고 해서 도달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을 잠에서 깨지 않는 삶을 사는 것과 같다는 것을 나는 안다.대기만성
p230.
'대기만성'에는 두 가지 함의가 있다.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가 하나이고, '크게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다'가 다른 하나이다. 아직 미완이다. 그러나 이루어진다면 큰 그릇이 될 것이다.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부정은 '큰 그릇이 될 것이다'라는 긍정에 의해 판단이 미뤄진다. 했거나 하지 못한 일에 대한 평가가 할 일에 대한 기대에 의해 유보된다. 미래를 담보로 잡고 만기에 이른 과거를 연장해주는 격이다.p235.
일하는 사람에게 요구되는 것은 꾸준함이다. 사랑으로는 꾸준히 일할 수 없다. 꾸준히 하려면 의무로 해야 한다. 사랑이 의무가 되어야 한다. 잘하기 때문엥 계속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일이기 때문에 계속 하는 것이다.p236.
만회하려는 마음이 꾸준히 하는 사람의 동기이다.p237.
우리는 문장으로 느낌과 생각을 표현하지만, 그것들은 사실 어떤 문장으로도 잘 표현되지 않는다. 세상은 요란하고 빠르고 오묘해서 납작하고 느리고 순진한 문자로 붙잡기가 쉽지 않다.p242.
불만은 자기가 얻은 결실이 자기가 기울인 노력에 비해 충분하지 앟을 때 생기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얻은 결실과 자기 것을 비교할 때 생긴다.(★)
소설가의 책인데, 나는 철학자의 책을 읽는 기분이 들었다. 처음에는 문장이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곱씹어보니 맛있는 음식같은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