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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1. 또 못버린 물건들개인 도서관/도서관1 2025. 3. 20. 12:57
은희경
* 난다
0. 내 물건들이 나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
p9.
인연이란 우리를 어디로 데려 갔다가 마침내 어디로 흘러가버리는 것일까.p11.
오래된 물건들 앞에서 생각한다. 나는 조금씩 조금씩 변해서 내가 되었구나. 누구나 매일 그럴 것이다. 물건들의 시간과 함께하며.1. 술잔의 용량은 주량에 비례하지 않는다
p19.
술과 글은 실물이다.2. 감자 칼에 손을 다치지 않으려면
p24.
내가 생각하기에 부엌칼에 손을 베이는 이유는 세 가지이다. 1) 좁아서 2) 급해서 3) 하기 싫어서p25.
4) 사용하는 도구에 문제가 있어서p30.
여름은 하지 감자와 이기적 생존과 소설의 계절3. 나의 구둣주걱, 이대로 좋은가
p37.
그리고 오랫동안 혹은 남들이 살아온 방식을 무심히 답습하는 태도가 때로 편협하고 안이한 일이 되기도 한다는 것을.4. 우산과 달력 선물하기
p44.
선물이란 인사를 건네고 고마움을 표현하는 일이다 그리고 그 물건에 만족하고 즐거워할 것을 생각하면 내 기분이 저절로 좋아지는, 그러니까 그냥 좋아하는 마음인 것이다.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자.p44.
"가볍게 살고 싶다. 아무렇게라는 건 아니다."5. 친구에게 빌려주면 안 되는 물건
p49.
어린이는 정의로운 존재이므로 뜻밖에도 죄의식을 많이 느낀다. 어른과 다른 점이다 그리고 자신이 나쁜 사람일까봐 두려워하는데, 그것은 어른들이 아이들을 다루기 쉽게 하기 위해서 착한 어린이라는 프레임을 만들어 겁을 주기 때문이다.p50.
반어법에는 중독성이 있으며, 높은 확률로 변명을 해야 한다.6. 다음 중 나의 연필이 아닌 것은?
* <언젠가, 아마도>, 김연수
p64.
어쩐지 마음이 뭉클해져 말없이 내 손바닥 위의 볼펜만 뚫어지게 바라보았던 그때. 나의 머리 위로는 청춘의 한 시절이 천천히 지나가고 있었다.7. 다음 중 나의 사치품이 아닌 것은?
p75.
사치품에 대해 쓰기 시작했는데 어쩌다 화장실 이야기로 끝나는 걸까. 이것이 바로 뭇이 가는 대로 쓰여진다는 '수필(隨筆)'의 짖궂은 세계인 것인가......8. 떠난 사람을 기억하는 일
p86.
죽은 사람은 무엇으로 기억될까.*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문학평론가 신형철
9. 목걸이의 캐릭터
p96.
나의 물건이지만 모든 사물을 대하는 나의 마음이 다 똑같지는 않다.10. 소년과 악의 가면
11. 솥밥주의자의 다이어트
p117.
사람은 어디에 붙여놓아도 말은 되지만 설득력까지 있으려면 리얼리티가 따라줘야 하는 편.12. 돌과 쇠를 좋아하는 일
p127.
쓰는 동안 작가들이 스스로 재능이 없다고 탄식하는 건 비밀이 아니지만 그럼에도 글을 끝마치는 데에는 비밀이 있다.13. 발레를 위한 해피 엔딩
p130.
애도란 과거에 대한 상상의 영역이기도 하다. 우리는 루틴에 이끌려 하루하루 현재를 살아가지만, 때때로 과거와 미래라는 시간에 대해 생각한다. 내 삶을 목적지가 아닌 경로로, 루틴이 아닌 지도로 그려보는 것이다.p138.
아마 나는 우리가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시간'을 동시에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과거는 현재 속에 여전히 진행되고 있으며, 미래의 나에 대한 상상이 현재의 나를 바꾸는 것이라고. 그리고 과거를 장례지내는 것은 현재의 삶에 보내는 간곡한 기도라고.14. 칵테일과 마작, 뒤라스와 탕웨이
p147.
우리 모두 살아본 적 없는 오늘이라는 시간의 초보자이고, 계속되는 한 삶은 늘 초행이다.p147.
어차피 내가 모르는 날들을 살게 될텐데.15. 또 못 버린 물건들
p153.
무용한 것의 존재 증명이, 누구인지 모를 내 안의 다른 나를 발견하고 살아나게 하는데 말이다.p159.
기억의 방법은 참 다양하고 또 약간은 자의적인 것 같다.16.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인형
p166.
다만 우리에게 위로는 때로 예상치 않은 형식으로 찾아오며, 그것이 예술일 가능성은 아주 높다고만 말해두자.17. 스타킹의 계절
p170.
쓰다보면 새로운 방향으로 새곤 하는데 어쩌면 그 순간이 경직된 어깨에 힘을 뺀 상태인지도 모른다. 나의 상투성 뒤에 숨어 있던 '진짜 하고 싶었던 말'이 시작되는 것이다.p179.
내 안의 나약한 목소리: 유형에 속하지 않는 자유로움을 원하지만, 소속감도 갖고 싶다, 좀 편하게.18. 메달을 걸어본 적이 있나요
p192.
나의 달리기 완주 메달들, 내가 달리던 때의 먼 풍경과 그 힘의 파장 속으로 다시 또 나를 데려가주기를.19. 책상에 앉으면 보이는 것들
p202.
'개방적이되 독립적인 느낌'20. 마침내, 고양이
p208.
내가 잘 알지 못하는 타지를 내 기준에 맞춰 판단하는 편견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되었다.21. 왜 필요하냐는 질문은 사절
p221.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 우리는 사람과의 관계든 물건이든 필요한지 아닌지로 나누기 십상인데, 그 윗단계에는 '그냥'이라는 경지가 있다, 고 주장해본다.22. 지도와 영토와 번호판
00. 겨울날의 브런치처럼
p238.
사실 우리는 모두 다른 사람들이고 각자의 환경과 조건, 기질에 따라 누구나 편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왜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는지까지는 이해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내가 틀렸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는 완고함, 그걸 깨닫고도 합리화해버리는 이기주의와 안이함은 타인에 대한 폭력이 될 수도 있다. 편견은 부끄러움의 영역이지만 폭력이 되면 그것은 범죄인 것이다. 그래서 공부가 필요하다.(★)
부산 여행 중 구입한 책. 이상하게 나는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 어떤 물건을 쓰고 있는지 궁금하다. 그냥 비싸든 싸든, 좋든 나쁘든, 그들이 선호하는 물건과 이야기들을 보고 듣는 게 그렇게 재밌고 나 역시 해당 물건을 써보려고 노력하는 부분도 있다. 사실 그런 점에서는 제품 소개(?)를 기대했던 나의 예상과 다른 부분이 있는 것이 아쉽지만, 결국 작가가 중간에 언급하듯 사고의 흐름을 따라가는 즐거움은 재밌기도 하다.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를 좋아한다면 한번 읽어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