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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0. 우리가 다리를 건널 때개인 도서관/도서관1 2025. 3. 18. 10:00
문지혁
* 다산책방
다이버
한국과학소설작가연대 포트폴리오 카드 프로젝트(2018) 수록작
p15.
결과적으로 열성적이었던 사람들이 떠나고 가장 조용했던 사람들만 남았다.(★) 남겨진 유족의 슬픔
서재
<자음과 모음> 2016년 여름호(제32호)
p55.
아니 처음부터 우리는, 저장 기능 따위 없는 곳에서 허공에 대고 열심히 발길질만 하고 있는 건 아닐까? 발끝이 부서질 때까지?지구가 끝날 때까지 일곱 페이지
<세상 모든 책들의 도서관>(다림 2000) 수록작
p61.
다정과 걱정은 한 글자 차이지만 겪어보면 꽤 다르다.p68.
부디 우리가 서로에게 서로의 다음 페이지가 되기를.p93.
사람들은 그래서 책을 읽으려고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겪지 않을 일을 경험할 수 있으니까. 읽는 동안만큼은 다른 사람이 될 수 있으니까.(★) 비슷한 소설을 읽었던 것 같다. 그리고 역사적으로도 비슷한 일들이 있었던 것 같다. 지식을 쌓는 것에 대한 접근 제한. 어쩌면 오늘날도 자본에 의해 그런 지식에 대한 접근의 제한이 되고 있는 것 아닐까...
폭수
<육식주의자 클럽> (해피북스투유, 2018) 수록작
p111.
의무감으로 던지는 질문들은 지루하고 볼품없어 보이지만 반드시 확실한 결과를 남겨준다. 반대로 즉흥적이고 생생한 대화들은 그 당시에는 즐겁고 살아 있는 느낌을 주지만 지면으로 옮겨지고 나면 생기를 잃고 죽어 버린다. 그게 이제까지 내가 경험으로 체득한 인터뷰의 아이러니였다.아일랜드
<쓰는 책방> 프로젝트(2000) 수록작
p138.
책장은 끝없이 넘어갔고 마지막 문장은 어디에도 없었다.애틀랜틱 엔딩
<문장 웹진> 2018년 2월 / <안녕을 말하는 방법> (스윙밴드, 2019) 수록작
p157.
박은 자신도 혼자가 아니었던 때가 있었음을 기억해낼 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분명 그도 곁에서 함께 걸었던 이들이 있었는데, 그들의 얼굴은 구멍처럼 텅 비어 있었다.우리가 다리를 건널 때
<릿터> 2021년 10//11월호
p198.
경험을 소설로 만드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p211.
"지금은 인간의 영혼을 시험하는 시대다."
...... 하지만 언제라고 그렇지 않겠는가?어떤 선물
<2020 미니 픽션, 코로나와 나> (조선일보, 2020)
(★) 돈을 대신해서 책을 챙길까?
해설. 다리 위에 머물기
이지은 (문학평론가)
p224.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지만, 신의 뜻을 알지 못하는 인간에게 삶은 주사위 놀이의 연속이다.p225.
우리의 하루하루는 '그렇게 되었거나 되지 않았을' 확률의 누적으로 감각될 뿐이다. 그렇다면 삶의 패턴을 깨고 찾아온 불운을 마주하여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사건과 사건 사이의 심연을 도저히 모른 체할 수 없을 때, 삶은 어디로 향할 것인가. 미련한 인간은 답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길을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것이 인간의 운명이고 소설의 미학이니까.p231.
따라서 '거대한 하나의 책'은 개별 책들을 발 그 책이게 했던 의미를 소거한 데이터 더미가 되는 것이다. 특히 책 각각의 특징을 발현시키는 주된 요소가 작가라는 점을 떠올린다면, 역설적으로 통합정부가 바라는 '인격'은 넷이 아니라 책에서 탄생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p233.
더구나 인생은 주사위 던지기가 아니었던가. 주사위는 내일을 향해서만 던져지는 게 아니라, 죽음을 향해서라도 던져진다.p236.
그러나 확률의 세계에서 살아가는 이상 매일은 '우연히' 살아남은 하루하루일 뿐이다. 수학자의 말을 뒤집어 표현하자면, 우리는 '피할 이유가 없는 데 피한' 사람들이다.p237.
이렇게 본다면 소설가는 '일어나거나 일어나지 않는' 경우의 수 각각에 발을 딛고, 양자 사이의 불가해한 틈을 감지하는 사람이라 할 수 있겠다. 그리고 도처에서 틈을 발견하고, 그 벌어진 틈을 빈 페이지 삼아 또 다른 경우의 수를 상상하는 사람이기도 할 것이다. 말하자면 "이쪽도 저쪽도 아닌 오직 '다리 위에서만' 머물러야 하는"(207쪽) 사람 말이다. 그러나 다시 한번 생각해보건대, 이는 소설을 쓰는 사람만의 일은 아니지 않을까. 소설을 읽는다는 건 자기 인생의 확률에 의문을 품은 채 타인의 경우의 수를 지켜보는 일이므로 소설의 독자 또한 벌어진 틈에 머무는 사람, 그러니까 다리 위를 함께 걷는 사람일 것이다.창작노트
1. 다이버
p240.
부디 그곳에서는 안녕히 계시기를. Stay in Peace2. 서재
3. 지구가 끝날 때까지 일곱 페이지
p242.
아이에 눈에 비친 나를 상상하는 일은 두려우면서도 동시에 매혹적인 작업이기도 했다.4. 폭수
p243.
문학이란 본래 '뒤늦게 도착한 편지'가 아니던가.5. 아일랜드
6. 애틀랜틱 엔딩
p245.
미래를 염려하지만 확신은 없고, 총은 듣고 있으나 주저하거나 눈치를 본다.7. 우리가 다리를 건널 때
p247.
나는 재난과 재난 이후의 삶에 관해, 상처와 폐허와 트라우마에 간해, 우리가 스러지고 다시 일어선 곳에 관해, 계속해서 이야기해야 한다고 믿는다. 비록 두서없고 더듬거리고 때로는 말문이 막혀 한숨만 내뱉는다 하더라도, 이 소설 역시 그러한 더듬거림의 한 형태이자 기록일 것이다.8. 어떤 선물
p248.
"한 사람이라도 믿어준다면 그 이야기는 진짜가 아닐리 없다"9. 후기
p249.
글을 쓴다는 것은 결국 다리를 짓고 건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꼭 글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는 매일의 삶 속에서 각자에게 주어진 다리를 건너고, 새 다리를 짓고, 어떤 다리를 부수며 살아간다.
누군가에게 닿기 위해, 어딘가로 가기 위해, 무엇으로부터 영원히 떠나기 위해, (중략) 우리가 건너고 있는 이 다리가, 끝내 서로에게 닿기를 간절히 바라면서.추천의 말. 김연수
p251.
삶의 길은 올라가다가도 다시 내려간다. 올라가던 선이 곡선으로 휘어지며 일순간 내려가는 순간, 그 인생의 주인공은 재난을 경험한다. 그 이후의 삶은, 어떤 일이 한 번 일어나고 나면 다시 돌이킬 수 없다는 사실을 배워나가는 과정이다.(★)
부산의 한 독립서점의 생일 날짜로 골랐던 책이다. 개인적으로 SF 소설을 잘 읽지 못하는 (읽혀지지 않는다고 해야 하나) 사람이기에 페이지를 넘기는 것이 수월하지 않았다. 그래도 SF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특히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가라면 각각의 작품을 한 데 모아 놓은 책을 한 번 읽으면 좋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