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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9. 새벽에 홀로 깨어개인 도서관/도서관1 2025. 3. 14. 10:00
최치원
* 돌베개 / 김수영 편역
간행사 / 박희범
p4.
지금 세계화의 파도가 높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세계화는 비단 '자본'의 문제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문화'와 '정신'의 문제이기도 하다.책 머리에 / 김수영
p7.
그러니 독자들은 어떤 부담감도 느끼지 말고, 그저 마음 가는 대로 손 가는 대로 이 책에 뽑아 놓은 여러 빛깔의 작품들을 천천히 맛보았으면 한다.새벽에 홀로 깨어
p26. <봄 바람> 중
너는 바다 밖에서 새로 불어와
새벽 창가 시 읊는 나를 뒤숭숭하게 하지.
고마워라, 시절 되면 소식을 전하려는 듯하니,
(주석)
원제는 동풍(東風)이다. '동(東)'은 사계절 중 '봄'을 의미한다. 그런데 시인의 고국인 신라가 당나라의 동쪽에 위치하였기에, 이 시에서의 동풍은 '봄바람'이라는 의미 외에 '내 고향에서 불어온 바람'이라는 의미 또한 지니고 있다.p29. <산 꼭대기 우뚝한 바위> 중
아무리 옥을 많이 품은들 누가 돌아볼까,
세상 모두 제 몸만 돌볼 뿐 변화(卞和)를 비웃었지.
(참고)
변화(卞和)는 좋은 옥을 구별하는 재능이 있던 초(楚)나라 사람
(주석)
남다른 재주를 품고 있음에도 세상에 제대로 쓰이거나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시인 자신을 산꼭대기의 우뚝한 바위에 견주고 있는 것이다.p37. <곧은 길 가려거든> 중
세파 속을 헤매면 웃음거리 될 뿐
곧을 길 가려거든 어리석어야 하지요
(주석)
최치원이 25세 때인 881년에 중국인 오청에게 보낸 시이다. (중략) 당시 당나라는 지배 세력의 횡포아 극심한 기근으로 어지러웠으며, 마침내 황소(黃巢)의 난이 일어나 그 혼란이 극에 달하였다. 이렇듯 불안정한 정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최치원의 상관이었던 고번마저 정치적 위기를 겪게 되어, 결국 4년 뒤인 885년, 최치원은 17년 간의 중국 활동을 접고 신라로 돌아오게 된다.비오는 가을밤
p68. <언제 다시 만날는지> 중
만난 지 며칠 만에 또 헤어지려니
갈림길에 또 갈림길 시름겹도다
손 안에 계수나무 향기 벌써 다 사라져 가건만
그대와 헤어지면 속마음 나눌 이 하나 없겠지
(주석)
소유(少尹) 벼슬을 한 김준이라는 친구와 이별하며 쓴 시이다. 김준은 최치원이 귀국 후 고유한 인물 가운데, <삼국사기>를 통해 유일하게 이름이 전해지는 인물이다.은거를 꿈꾸며
p86. <은거를 꿈꾸며> 중
평지에서도 풍파가 일고
평탄한 길에서도 험난한 일 생기네.밭 갈고 김매는 마음으로
역적 황소에게 보낸 격문
p94.
지혜로운 사람은 때에 순응하여 성공하고, 어리석은 사람은 이치를 거슬러 실패한다.p95.
사람의 일 중에 자기 자신을 잘 아는 것만큼 중요한 일은 없다.한식날 전사한 장병을 애도하며
p104.
아! 삶에 끝이 있음은 고금에 슬퍼하는 바요, 이름이 썩지 않음은 충의(忠義)의 으뜸이다. (중략) 나는 슬퍼하네 그대들 없이 맞이하는 이 좋은 시절을.예부상서(禮部尙書)께 드리는 편지
p113. (주석)
'옛날의 고구려가 바로 지금의 발해'라는 언급이 주목된다. 한편, 이 글에서 보듯 최치원이 고구려와 발해를 민족사적 관점에서 인식하지 않았다. 하여, 혹은 그의 한계를 비판하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이는 신라인이었던 최치원의 처지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오늘날의 입장만을 내세운 다소 무리한 주장이 아닌가 한다.신라의 위대한 고승
진감선사 이야기
p119.
도(道)는 사람에게서 멀리 있지 안고, 도를 찾는 사람에게는 국경이 없다.p121. (주석)
궁극의 '도'란 하나이지만 그것을 찾아가는 '길'의 다양성으로 인해 제기되는 심오한 문제에 대한 최치원의 생각이 잘 드러나 있다.p131.
"마음이 있어 여기에 왔을 테니 겇니 밥이 무슨 상관이겠느냐?"낭혜 화상 이야기
p135.
성대하고 충만한 빛으로 온 세상을 비추기로는 아침 해보다 공평한 게 없고, 부드럽고 온화한 기운으로 만물을 기르기로는 봄바람보다 넓은 게 없다.p137.
캄캄한 밤에는 새끼줄이 뱀으로 보이고, 허공의 실오라기도 분간하기 어렵다. 물고기는 나무에 올라가서 구할 수 있는 게 아니고, 토끼는 그루터기를 지켜서 잡을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러므로 스승이 가르쳐 준 앎과 자기 스스로 깨친 앎에는 각기 장단이 있는 것이다. 이미 진주나 불을 얻었다면 조개껍데기나 부싯돌은 버릴 수 있다. 도에 뜻을 둔 사람에게 어찌 일정한 스승이 있겠는가!p145.
"경지가 이미 높다면, 이치 또한 없을 것입니다. 이는 마음으로만 깨달을 수 있는 바이니 말없이 행해야 할 따름입니다."지증 대사 이야기
p168.
잘못된 의념(意念)을 갖지 말고
심전(心田: 마음의 밭)을 잘못 일구지 말며,
부질없이 헛된 공덕 논하지 말고
마음을 어디에 머물지 마라참 이상한 이야기
(★) 정말 이상한 이야기다
해설
p202.
최치원은 남 보기에 부러움을 살 만한 성공한 유학생이었지만, 실제로는 소국(小國) 출신의 주변인이자 이방인으로서 소외감 내지 절망감을 깊이 느꼈던 듯 하다. 그래서인지 남다른 가치를 품고 있음에도 사람들로부터 벌미받거나 세상에서 정당하게 인정받지 못하는 존재들에게 각별한 눈길을 보냈다.(★)
콧대 높은 대륙의 사람들이 칭송한 시인의 작품을 읽어보고 싶었다. 더 좋은 기회를 마다하고 고국으로 온 최치원을 처음 본 건 위인전에서였다. 사실 다른 위인들과 다르게 잔잔하게 흘러가는 이야기가 있다보니 재미가 있지 않았다. 하지만 이 책을 읽다보니 그 역시도 우리가 알지 못한 힘듦을 알게 되고, 그의 아름다운 시를 느껴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