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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3. 아랫층에 부커상 수상자가 산다개인 도서관/도서관1 2025. 2. 26. 10:00
케이트 가비노
* 윌북 / 이은선 옮김
p29.
"폴라의 은퇴와 함께 하나뿐이던 내 편이 사라졌죠. 힘을 실어주던 그가 없으니 아무도 내 작품에 관심을 보이지 않아서 책은 결국 절판이 됐고 나도 그냥 내버려뒀어요."p43.
목소리 큰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남으려면 우리처럼 조용한 사람들도 가끔 나서야죠.p49.
가족 다음으로 친구에게 너무 의지하는 게 아닌가 싶을 때도 있었지만 고민하지 않기로 했다.
누군가와 함께 있으면, 내가 부족하지 않은 인간임을 증명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여럿일 때 안정감을 느끼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p56.
"그런 바보 같은 세상을 바꾸는 게 너희 손에 달린 거네?"
"그런 고생을 사서 하는 멍청이들이 있다면 바로 우리지."* <Goodbye to all that>, 조앤 디디온
p63.
"하지만 지랄 맞은 신세 한탄이 없다면 인간이라고 할 수 있겠어요?"p84.
회의가 유난히 지루할 때면 이런 초조함이 사라지는 날이 과연 올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중략)
뭐라도 해야 한다는 건 알았지만,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갈수록 두려워졌다.p90.
어렴풋한 상상에 그치지 않고 그걸 글로 쓰고 있다는 것만 해도 대단한 거예요.p137.
"하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자신을 파악하기 마련이고 결국에는 집에서 혼자 와인에 케이크를 먹는 편이 낫다는 걸 알게 돼요."p144.
"선생님은 작가가 된 걸 후회하시는 적도 있나요?"
"당연하죠. 사람 미치게 하는 일인걸. 아무 말이나 딱 적어 내려갔다가 머리를 쥐어뜯고 싶은 날의 연속이죠. 그런 날을 몇 개월은 겪어야 내가 천재처럼 느껴지는 그 찰나의 순간을 만끽할 수 있고요. 가성비가 아주 안 좋아요."p164.
"가장 훌륭한 셀프 살풀이가 이거예요. 글쓰기."p176.
"인간은 누구나 바라죠: 남들이 알아주는 것."218.
"나는 종교적인 사람이 아니라 의미를 스스로 찾아내야 하는데, 글 쓰는 걸 좋아하니까 글을 써요. 맛있는 음식을 먹고 재미있는 책 읽는 걸 좋아하니까 그렇게 하고요. 좀 단순하긴 하지만 내가 카뮈는 아니니까. 절망감이 찾아올 때도 할 줄 아는 걸 하려고 해요. 글 쓰고 책 읽고 가끔 울기도 하고 당연히 잘 챙겨 먹고. 맛있는 쌀국수가 내 일주일을 바꿔놓은 기억이 얼마나 많은지 알아요?"p238.
"엄마는 내가 이런 삶을 더 좋아한다는 사실에 충격받았을 것이다. 그 먼 길을 건너와 그렇게 많은 시간을 일하며 그토록 많은 원고를 쓴 이유가 나 혼자 살고 싶어서였다는 사실에."p268.
"그 사진을 다시 보니까 갑자기 기운이 나더군요. 내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었는지 떠올랐어요."p277.
"그런 아주머니가 우리 미래 아닐까?
느릿느릿 걸어다니며 어린애들 혼을 쏙 빼놓는 아주머니 세명."
세 친구는 말없이 술을 마시며 그런 미래를 그렸다. 그리고 기다렸다.(★)
아래층에 부커상이나 노벨상 수상자가 살면 좋겠단 생각은 했다. 아마도 나는 지적인 대화를 꿈꾸고 싶었기 때문인지도.
특이하게 이 만화에는 한국식 찜찔방도 나오고 미국스러운 해고가 인상적이기도 하다.
그리고 보다보니 친구들의 우애가 생각나서 <청춘시대> 드라마도 생각나고, 나의 친구들도 생각이 났다.
가볍게 읽기 좋은 그래픽 노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