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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65.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개인 도서관/도서관1 2025. 1. 29. 10:00

    줄리언 반스

    * 다산책방 / 최세희 옮김

     

    1부

    p9.
    마지막 것은 내 눈으로 본 것이 아니다. 그러나 결국 기억하게 되는 것은, 실제로 본 것과 언제나 똑같지는 않은 법이다.
    우리는 시간 속에 산다. 시간은 우리를 붙들어, 우리에게 형태를 부여한다. 그러나 시간을 정말로 잘 안다고 느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중략) 실제 사건드렝 대해 더 큰 확신을 가질 순 없어도, 최소한 그런 일들이 남긴 인상에 대해서만은 정직해질 수 있을 것이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건 거기까지다.
    p25.
    인생에 문학 같은 결말은 없다는 것. 우리는 그것 또한 두려워했다.
    p60.
    "네가 생각하는 것, 네가 느끼는 것, 아, 이제 입이 다 아프네, 네 진심만 말하면 돼."
    p65.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나는 지금 당시에 일어난 일을 내 입장에서 해석하고 있는 것이다.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당시에 일어난 일을 내 입장에서 해석한 것을 기억에 떠올리고 있는 것이다.
    p75.
    그는 삶이 바란 적이 없음에도 받게 될 선물이며, 사유하는 자는 삶의 본질과 그 삶에 딸린 조건 모두를 시험할 철학적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가 만약 바란 적이 없는 그 선물을 포기하겠다고 결정했다면, 결정대로 행동을 취할 윤리적, 인간적 의무가 있다는 것이었다.
    p86.
    인생이 다 그런 것 아니겠는가? 얼마간은 성취를, 얼마간은 실망을 맛보는 것.

     

    2부

    p89.
    에이드리언이 줄곧 인용했던 말이 무엇이었나? '역사는 부정확한 기억이 불충분한 문서와 만나는 지점에서 빚어지는 확신이다.
    p120.
    어쩌면 이것이 젊은 사람과 나이 든 사람의 차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젊은 시절에는 자신의 미래를 꾸며내고, 나이가 들면 다른 사람들의 과거를 꾸며내는 것.
    p138.
    그러나 시간이란...... 처음에는 멍석을 깔아줬다가 다음 순간 우리의 무릎을 꺾는다. 자신이 성숙했다고 생각했을 때 우리는 그저 무탈했을 뿐이었다. 자신이 책임감 있다고 느꼈을 떄 우리는 다만 비겁했을 뿐이었다. 우리가 현실주의라 칭한 것은 결국 삶에 맞서기보다는 회피하는 법에 지나지 않았다. 시간이란...... 우리에게 넉넉한 시간이 주어지면, 결국 최대한의 든든한 지원을 받았던 우리의 결정은 갈피를 못 잡게 되고, 확실했던 것들은 종잡을 수 없어지고 만다.
    p140.
    우리는 살면서 우리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얼마나 자주 할까. 그러면서 얼마나 가감하고, 윤색하고, 교묘히 가지를 쳐내는 걸까. 그러나 살아온 날이 길어질수록, 우리의 이야기에 제동을 걸고, 우리의 삶이 실제 우리가 산 삶과는 다르며, 다만 이제까지 우리 스스로에게 들려준 이야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도록 우리에게 반기를 드는 사람도 적어진다. 타인에게 얘기했다 해도, 결국은 주로 우리 자신에게 얘기한 것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p216.
    인간은 생의 종말을 향해 간다. 아니다, 생 자체가 아니라, 무언가 다른 것, 그 생에서 가능한 모든 변화의 닫힘을 향해. 우리는 기나긴 휴지기를 부여받게 된다. 질문을 던질 시간적 여유를. 그 밖에 내가 잘못한 것은 무엇이었나? 
    p217.
    거기엔 축적이 있다. 책임이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것 너머에, 혼란이 있다. 거대한 혼란이.

     

    옮긴이의 말 - 예감하지 못하는 모든 평범한 이들을 위한 서글픈 면죄부

    p222.
    반스 자신은 책 분량이 짧다는 일각의 지적에 '수많은 독자들이 나에게 책을 다 읽자마자 다시 처음부터 읽었다고 말했다. 고로 나는 이 작품이 삼백 페이지짜리라고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그의 말은 어느 정도 농담이었는지 모르지만 이 작품에서 주목해야 할 건 이 길지 않은 분량에 담겨 있는 만만치 않은 사유의 무게다.
    p224.
    왜곡이 본질인 기억가 우연과 무상성이 본질인 시간의 담합이 만들어낸 파국이 아닐 수 없다.

     

    (★★)
    작가의 노벨상 수상 직후 읽었던 책이었다. 그 때는 지금보다 10여년 전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사실 그 때는 뭐~~ 이런 식의 반응이었다. 그런데 독서모임에서 한 분이 강추를 하시길래, 다시 읽어보니... 아~~ 하는 반응이 나온다.
    우습게도 내가 처음 이 작품을 읽은 시점이 어찌보면 1부의 시기이고, 다시 읽은 시점은 2부와 같은 것이었다. 젊은 시절의 나는 "내가 그때?"라는 반응이 이해가 가지 않았던 것 같다. 물론, 더 어린 시절의 기억도 있었을테지만, 영향력이라는 건 나이가 먹을수록 더 커지는 것일테니까...
    다시 시간을 돌리지 못하기 때문에 이제라도 조심히(?) 살아야 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비효과는 언제 어디서 발생할 지 모르니까...

독서생활자의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