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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12. 정원생활자
    개인 도서관/도서관1 2024. 8. 26. 11:09

    오경아

    p20.
    화분의 가장 큰 매력은 어느 때고 내가 원하는 곳으로 옮길 수 있고, 함께 자랄 수 없는 식물들도 모아 키울 수 있다는 자유로움일 것입니다.
    p22.
    '소요학파(Peripatetic School)'는 말 그대로 스스 플라톤과 또 플라톤의 스승 소크라테스가 모두 정원을 거닐면서 제자들과 대화를 통해 학문을 이어갔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입니다. 정원이 단순히 보기 위한 곳이 아니라, 학문과 대화를 함께했던 장소였음을 잘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지요.
    p27.
    아름다움이란 완벽함이 아니라 때론 부족함과 결함으로부터 찾아오기도 합니다. 스스로에게 부족하고 모자라다고 생각되는 부분이 있나요? 그렇다면 황금빛 잎의 아름다움을 다시금 되새겨보아도 좋겠습니다.
    p33.
    결론적으로 자두, 살구, 매실, 버찌, 체리, 앵두는 모두 매우 비슷한 사촌지간으로 장미군에 속하고 식물학적으로는 프루누스(Prunus)라는 과의 식물입니다.
    p49.
    그런데 일벌이 평생 동안 모으는 꿀의 양이 고작 티스푼의 10분의 1 정도라고 합니다. 그러니 꿀물 한 잔을 마셔도 남김없이 참 고맙게 생각해야 할 듯 합니다.
    p53.
    식물학명이기도 한 유칼립투스라는 말은 그리스어의 합성어로 '잘 봉합된(well0covered)'이라는 뜻입니다.
    p87.
    부족함은 열정을 부르는지도 모릅니다. 물을 찾는 일을 전쟁처럼 치러야 했던 그들의 고된 삶과 전쟁에 대한 불안함이 오히려 아이러니하게도 이토록 아름다운 정원을 만들게 했으니까요.
    p103.
    그런데 최근 연구에 다르면 이 코르크나무가 생태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나무라고 합니다 숲에 가장 큰 위험 요소는 산불일 텐데요, 다른 수종들이 산불 앞에서 맥없이 불타 사라지는 것에 비해 코르크나무는 두꺼운 껍질로 산불 속에서도 씨를 보호하고 나뭇가지를 잘 지켜낸다고 하네요.
    p107.
    베아트릭스 포터가 세상을 떠난 지는 이미 오래지만, 그녀의 유언 덕분에 그녀가 기증한 레이크 디스트릭트(Lake District)는 자연이 가장 잘 보존된 환경 보호지역으로 지금도 영국 최고의 휴양지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p123.
    비는 소리가 없지만 무엇인가에 부딪혀 수없이 많은 소리를 만들어냅니다.
    p125.
    그런데 혹시 라일락 품종 가운데 '미스 김(Miss Kim)'이란 이름이 있는 것도 알고 있나요? 연한 핑크색의 향기로운 꽃이 피는 라일락인데 요즘 가장 인기 있는 라일락 품종입니다. 안타깝게도 미스 김 라일락은 우리나라 자생이긴 하지만 미국으로 건너가 새롭게 재배된 종으로, 지금은 우리도 역으로 이 나무를 수입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p126.
    미국에서는 이율배반적인 일을 빗대어 감자에 비유하고는 합니다. 감자가 위로는 독성이 가득하고 아래로는 영양분이 많기 때문이죠.
    p131.
    결국 식물은 흙을 돌보고 흙은 식물을 키워내는 아름다운 공생의 관계를 맺고 있는 셈이죠.
    p135.
    잔디는 이미 공룡이 살았던 백악기부터 지구에 살고 있었고 쌀, 대나무와 유전적으로 매우 비슷한 식물입니다.
    p151.
    인생의 맛은 달콤할 수도, 때론 시고 맵고 짜고 씁쓸하기도 하겠죠. 하지만 한 잔의 오미자를 입안에 담고 갈증을 해소하듯, 우리 삶의 희로애락도 결국 다 모아서 감사하게 음미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p155.
    자연 상태 그대로 놔두는 것이 식물의 성장을 훨씬 잘 도와주는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은 이런 정원사의 손길로 말미암아 식물은 더욱 튼튼해집니다. 병들었거나 불필요한 가지는 잘라주고 전체적인 모양을 잡아주죠. 그래서 참 아프겠지만 가지치기는 나무에게 꼭 필요한 일이기도 합니다. 우리 삶에 가지치기가 가끔씩 필요한 것처럼요.
    p203.
    각성 성분으로알려진 카페인은 동물들이 함부로 씨앗을 먹지 못하게 하기위해 커피나무가 만들어내는 일종의 방어적 화학반응입니다.
    p217.
    인간의 잣대로 본 자연의 세계와 자연 속의 삶은 다를 때가 참 많습니다. 우리 눈에 덜 사랑받는 식물이고 곤충일 수 있지만 자연 세계에서는 어느 것 하나 덜하고 더한 것이 없이 살아 있는 모든 생명이 참 소중합니다.
    p225.
    그래서 카로티노이드가 많은 나무는 노랗게 물이 들고, 안토시아닌이 많이 함유된 나무는 붉은 단풍이 듭니다.
    p255.
    지금 어린 소나무를 심는다면 우리가 삶을 다한 뒤에도 후손으로 또 그 후손으로 이어진 것입니다. 천년을 사는 소나무이니까요. 그러나 슬프게도 우리는 이제 송편에 솔잎을 까는 일도 조심하게 되었습니다. 솔잎혹파리를 막기 위해 소나무에 농약이 살포되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가끔은 해 될 것 없었던 순수했던 옛날이 그리워집니다.
    p257.
    갈대는 끊임없이 갈팡질팡하는 인간의 마음, 쉽게 깨지고 휘어지는 연약함의 상징으로 쓰이고는 했습니다. 그러나 인간의 이런 비유가 갈대에게는 달갑지 않을 것도 같습니다. 바람이 유난히 거친 지역에서 살아야 하는 갈대에게 휘어짐은 생존을 위한 가장 적합한 방법이었을 테니까요.
    p265.
    쉰 살에 정원 일을 시작하며 그녀는 너무 늦었다고 생각했지만 여든아홉의 나이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400곳 넘는 정원을 디자인했고, 1,000여 개가 넘는 정원 관련 글을 잡지에 기고했으며, 수천 점이 넘는 사진을 남깁니다. 무언가를 하기에 너무 늦었다는 시점은 결국 우리가 만들어낸 변명일지도 모릅니다.
    p371.
    정원사 미니 오몬니어(Minnie Aumonier)는 이런 말을 했죠. "세상에 지치고, 사회가 만족스럽지 않을 때, 언제나 우리에게는 정원이 있다"
    p381.
    나무에게 나이테가 있듯이 우리에게도 분명 눈에 보이지 않는 삶의 나이테가 있을 듯합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한 해 한 해가 모여 "나는 이렇게 살았다"고 말할 수 있는 일생을 이루어지는 것이죠. 그리 생각하면 어느 한 해도 버림없이 참 소중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
    어느 날, 저녁을 밖에서 먹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따뜻한 불빛이 나오는 곳이 있어 들어갔다. 이 책은 그 곳에서 구입해서 읽게된 책이다. 나는 식물을 죽이는 똥손이기에 집에 기르고 있던 아이들 모두 오래 가지 못했다. 그럼에도 가끔은 무생물만 가득한 내 집에 초록의 즐거움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또 초록의 아이들이 나 없는 동안 죽는 건 아닐까 하는 이상한 공포심에 사로잡히기도 하여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어떨 때는 초록을 가까이 할 수 있는 곳에 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자연, 인간이 손을 대지 않을수록 더 번창할 수 있는 그 자연의 정원이 가까이만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이제는 서울 살이를 그만둬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긴히 하게 된다.

타인의 시선으로... Omniscient PO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