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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10. 달과 불
    개인 도서관/도서관1 2024. 8. 20. 17:57

    삶이라는 직업

    체사레 파베세

    "C에게
    무르 익는 것이 중요해"
    p10.
    나는 충분히 세상을 떠돌았기 때문에 모든 육신이 훌륭하고 동등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피곤을 느끼며 자신의 육신을 더욱 가치 있는 것으로 만들기 위해, 또 진부한 계절의 순환 이상으로 오래 지속시키기 위해 뿌리를 내려 땅과 고향을 만들려고 애를 쓴다.
    p48.
    누토라면 그 전쟁이 무엇을 위한 것이었는지에 대해 묻지 않았으리라. 전쟁은 치러져야 하는 것이고 운명이 그렇다고. 그런 관념을 누토는 강하게 품고 있었다. 무엇이 됐든 일어난 일은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고, 세상은 잘못되었으며, 다시 만들어져야 한다고. 
    p52.
    어렸을 때는 상상도 할 수 없던 일이다. 집에서 멀리 떠나 열심히 일하고 의지와 상관없이 성공한다는 것 - 성공이라 함은 그렇게 멀리 떠나고, 그렇게 부자가 되고, 크고 건강해지고 자유로워져서 고향으로 돌아오는 것을 뜻했다.
    p61.
    "더 깨우칠수록 더 많은 것을 알게 되는 법이야." 나는 말했다.
    "하지만 미국까지 보낼 필요는 없다. 미국은 이미 여기에도 있으니까. 여기에도 백만장자가 있고 굶어죽는 자가 있지."
    p66.
    누구에게 설명할 수 있을까? 내가 원하는 것은 오로지 예전에 보았던 것을 다시 보는 것 뿐이라고.
    p67.
    발리노가 혁대를 풀어 여자에게 짐승처럼 채찍질을 하고 심지어 친토에게도 채찍질을 하는데, 별로 많이 갖지도 못한 포도주 때문이 아니라, 출구 없는 삶의 분노, 가난 때문이라는 거였다.
    p75.
    밤이 더 깊어졌을 때 나는 들개들이 울부짖는 소리에 깜짝 놀라 잠에서 깼다. 들판 전체가 싸움터나 운동장 같았다. 불그스레한 불빛이 보였기 때문에 나는 뻣뻣하게 굳은 몸으로 밖으로 나왔다. 나지막한 구름들 사이로 조각달이 솟아올라 있었고, 그것은 꼭 칼로 벤 상처가 들판으로 피를 흘리는 것처럼 보였다. 한참 동안 그 풍경을 바라보았다. 너무 무서웠다.
    p128.
    그 시절의 멋진 것이라면, 모든 일이 계절에 따라 이루어지고, 각 계절마다 일에 따라, 수확에 따라, 비오는 날이나 맑게 갠 날에 따라 고유한 풍습과 놀이가 있었다는 점이다.
    p130.
    "이건 책이야. 너도 되는 대로 책을 봐라. 책을 읽지 않으면 마냥 불쌍한 사람으로 남는 거야." 누토는 말했다.
    p152.
    그 밤의 시간들이, 그리고 라임나무의 강렬한 향기 속에서 울타리 난간에 앉아 있던 우리들의 모습이 아직도 어제의 일인 듯 생생하다.

     

    (★)
    다른 나라의 근현대사도 알고 있는 것이 소설을 이해하기 더 없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되었다. 성공한 사람이 고향으로 돌아오지만... 유사한 흐름의 소설들이 보여주는 것과 마찬가지로 변한 것 없는 고향에서 느끼는 일종의 좌절감이나 무력감.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가지게 되는 희망들.

타인의 시선으로... Omniscient PO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