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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06. 나는 겨우 자식이 되어간다
    개인 도서관/도서관1 2024. 8. 10. 12:57

    평범하지만 특별한, 작지만 위대한, 나의 아버지와 어머니에 대해

    임희경

    그들의 삶을 쓰며 나는 겨우 자식이 되어갑니다.

    내 생의 이야기가 되어준 아비와 어미
    자식의 인생을 자신의 희생으로 채워준 아빠와 엄마
    무엇보다 나를 사랑해준 아버지와 어머니

    그 삶을 존경합니다.
    책 안의 모든 활자를 나의 부모님께 바칩니다.
    부모님의 여권을 신청하고 돌아오는 길에 생각했다. 내가 알지 못하는 부모의 시간들은 이렇게 종이 하나에도 스며들어 있구나. 내가 모르는 그 생의 이야기들은 얼마나 치열하고 억척스러웠을까. 사우디아라비아라는 나라 이름처럼 얼마나 길고 낯모르고 가늠할 수 없을까. 나는 과연 어떤 시간들을 통과해 길러진 것일까. 그것들을 생각하니 여행 하나에 부모를 한없이 미뤄두었던 내가 자꾸만 자꾸만 부끄러워졌다. 주름진 아빠와 엄마의 얼굴을 바라보며 나는 입술을 굳게 다물고 속으로 중얼거렸다.
    가끔 친정집에 갈 때면 엄마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나에게 목욕탕에 가자고 한다. 그럼 나는 집에 가야 한다고 말한다. 엄마집도 내가 살았던 집인데 이상하게 시간이 좀 지나면 내 집에 가고 싶어진다. 목욕도 내 집에서 하고 싶다. 엄마 밥 먹고 엄마랑 함께 있는 것도 좋은데 내 집에 오는 것도 좋다. 다 커버린 딸의 스위트 홈은 이제 엄마가 없어도 완성된다. 집이 최고야. 이 말은 어느새 내 집에 돌아와야 내뱉는 말이 되었다.

     

    (★)
    이 책을 읽고서 나도 부모님과 여행을 다녀올 요량으로 여권을 갱신해드렸다. 다시 사진을 찍어 만든 여권을 보며 우리는 기뻐했지만, 그게 엄마의 영정사진으로만 사용이 될 줄이야. 그리고 엄마가 돌아가신 뒤 아빠와 간만에 떠난 여행에서는 세월이 흘러 노인이 되어 체력이 약해져 구경도 다니기 어려워진 아빠의 나이듦에 너무나도 슬펐다.

타인의 시선으로... Omniscient PO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