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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01. 골골한 청년들
    개인 도서관/도서관1 2024. 8. 2. 10:00

    사회건강연구소 기획 / 김미영, 김향수 지음

     

    추천의 말. 김명희 (노동건강연대 운영위원장, 예방의학 전문의)

    p7.
    "단순히 질병이 없는 것이 아니라 신체적/정신적/사회적으로 완전한 안녕 상태" 1948년에 제정된 세계 보건기구 헌장에 규정되어 있는 건강의 정의다.
    p8. 
    한국 사회는 쉴 틈은 커녕 "아플 틈"도 없다.
    p11.
    그런데 골골대고 여기저기 아프다고? 인간 자체에 중대한 결함이 있거나 자기 관리에 실패한 것으로 여겨지기 십상이다.

     

    기획의 말. 정진주(사회건강연구소 고문, 근로복지공단 서울남부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위원장)

    (★) 사회구성원으로 사회적 지지가 중요하다는 말에 깊은 공감!

     

    들어가며
    p19.
    의료사회학자 아서 프랭크(Arthur Frank)는 재발을 우려하는 사람들, 식이조절 등 관리가 필요한 사람들, 만성질환자, 장애인, 그들의 가족을 "계속 회복중인 상태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사회", 즉 회복사회(remission society)의 구성원이라 지칭했다.
    p23. 
    아프다는 이유로 배제되거나, 일하다 아파져서 일을 그만두는 것이 아니라 회복하며 일하는 삶을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1장. 영스톤씨 이야기

    p32.
    영스톤 씨가 저임금 일자리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아왔던 데는 그가 고졸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라는 이유가 컸다. (중략) "고졸이라는 것과 나이가 어리다는 것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 중첩적인 차별, 무시, 폭언의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p37.
    건강 증진, 예방, 치료 및 재활 등 포괄적 보건의료가 이루어지는 1차 의료가 도입되었다면, 아마 영스톤 씨는 홀로 지레짐작하고 판단하느라 긴 시간을 보내지 않았을 것이다. 
    p63.
    "노력이나 의지로 되는 게 생각보다 없다는 거였어요."

    골골함 깊이 읽기 1. 골골한 몸으로 살아간다는 것 : 만성질환과 자아

    p66.
    만성질환(chronic disease)을 뜻하는 영단어 크로닉(chronic)의 어원은 시간을 뜻하는 고대 그리스어 크로노스(khronos)다. 단어의 기원에서 알 수 있듯이, 만성질환이란 오래간 앓고 흔히 잘 낫지 않는 병을 일컫는다. 의학적으로는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발생해 3개월 혹은 1년 이상 증상의 악화와 호전을 반복하는 특성을 지닌 병을 의미한다. 의료사회학자들은 만성질환을 "관리되어야 하지만 치료될 수 없다고 정의되는 질병"이나 "급성(acute) 질환이 아니거나 치료가능(curable)하지 않은 병"을 통칭한다고 주장한다. 아프면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아 완치될 것이라는 기대는 만성질환에 적용될 수 없다. 치료를 받아 증상이 호전되어 지내면서, 병이 더 악화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최선의 치료법이다.
    p69.
    만성 질환은 그 증상이 나타났다 사라지거나 악화되곤 하는데, 이러한 만성질환의 불확실성은 하루의 일과는 물론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는데도 상당한 불확실성을 초래한다.

     

    2장. 성실씨 이야기

    p83.
    휴학하고 그렇게 주변 사람들의 돌봄으로 몸도 마음을 살필 수 있었다. 정신과 약물 치료, 성당 수녀님과의 대화, 당시 인턴 기관 상사의 따뜻한 돌봄으로 1년 뒤 스스로 마음을 돌보는 법을 터득했다.
    p88.
    성실 씨는 아파도 자기계발을 멈출 수 없는 이유로 "더 나은 미래의 삶"을 이야기 한다. 자기계발은 이제 개인의 선택이라기보다 의무가 되었다. 우리는 자기계발을 당연시하고 자기계발을 권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
    p89.
    급속도로 변화하는 시장에서 사람들은 어디에든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하며, 많이 배워야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시스템이 원하는대로 자신을 변형시키는 유연성은 이제 인간의 조건이 된 것이다. 승자만이 독식할 수 있는 시장과 계속되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사람들의 불안은 "지속적인 위험을 강조하는 환경"과 "과거 경험이 현재에 아무 가이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일 때 증가"한다.
    p102.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고 배려하는 능력이 늘어난 것도 아프고 난 후의 변화다.
    p107.
    개인의 능력이나 실력, 즉 메리트(merit)에 따라 지위와 보수가 결정되는 메리토크라시(meritocracy)는 정말 공정한 체제인지 노력에 대한 보상은 정당하지만, 그 보상이 여부가 아프면 병가를 요구할 수 있고, 일하다 다치면 산업 재해를 신청할 수 있는 일자리로 구분되는 건 아닌지 능력주의라는 신화가 건강하게 일할 권리, 노동권, 사회권이 줄어드는 불평등한 현실을 가리지는 않는지. 열심히 노력해서 능력을 갖춘 이들이 더 특별한 대우를 받는 게 당연하고, 나아가 열심히 노력한 이들만이 안정적인 지위를 누리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건 아닌지. 메리토크라시가 경쟁의 패자를 사회적으로 배제하고 불평등을 정당화하는 논리로 이용되는 건 아닌지. 수많은 질문이 떠올랐다.

    골골함 깊이 읽기 2. 아플 사람은 회복되어야만 일할 수 있나? : 환자 친화적 일터

    p114.
    개근상이 근면과 성실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사회에서는 몸이 아파도 출근해서 일하는 프리젠티즘(presenteeism)을 당연히 받아들이게 된다.
    p118.
    삶의 속도, 일하는 속도가 빨라질 때 사람들은 더 빨리하려 노력하다 아프게 된다. 일하는 속도를 조절하도록 편의를 제공하는 것과 적절한 휴식은 비효율적인 것으로 여겨지곤 한다.

     

    3장. 나래씨 이야기

    p145.
    아플 때 일하지 않을 권리가 있음에도, 이를 묵살하는 일터는 좋은 일터일 리가 없는 것이다.
    p155.
    개인이 자신의 시간 안에서 본인에게 집중하고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받고, 그것을 통해 더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꿈꿀 수 있다면 그것은 개인에게뿐 아니라 사회적 측면에서도 중요한 의미다. 그렇기에 사회는 아픈 청년들이 경험하는 질병으로 인한 신체적·심리적 고통, 병을 치료하고 생활비를 벌기 위해 해야만 하는 노동과 관련된 지원뿐 아니라 자기 탐색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지원 정책을 동시에 고민해야 한다.

    골골함 깊이 읽기 3. 보건의료 정책만으로 충분한가? : 사회정책

    p161.
    아픈 이들의 사회 복귀와 이직에는 더 세심한 지원이 필요하지만, 이들을 위한 사회정책은 보건 의료 분야에 국한되어 있다.

     

    4장. 여정씨 이야기

    p181.
    개인의 진로 발달은 개인의 생애 전반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경험과 의사 결정에 의해 이루어진다.
    p189.
    "하고 싶은 건 되도록 꼭 하려고 한다. 현재가 행복해야 한다."
    p197.
    여정씨 역시 자신의 질병을 공개하지 않았을 때는 신체적 고통을 오롯이 혼자 감내하다 몸이 더 아파졌고, 질병을 드러냈을 때는 오명과 낙인, 결국은 퇴사로 이어지는 이중구속 상황을 경험했다.

    골골함 깊이 읽기 4. 아픈 몸보다 더 힘겨운 시선: 사회적 낙이과 편견, 사회적 관계

    p200.
    왕따와 같은 직접적 차별은 아니지만, 낙인에 따른 친구들의 미묘한 배려도 때로는 골골한 청년에게 서운한 감정을 느끼게 한다.

     

    5장. 석원씨 이야기

    p213.
    석원씨는 현재 "오래 할 수 있는 일"을 찾고는 있지만 동시에 당장 생활을 해야 하기에 바로 돈을 벌 수 있는 아르바이트를 포기할 수 없는 상황이다.
    p214.
    계약직, 인턴 등 불안정한 고용지위상에서는 누적된 피로를 회복할 수 있는 휴게 시간이 보장되지 않았다.

    골골함 깊이 읽기 5. 누구나 돌봄이 필요해 : 청년과 돌봄

    p245.
    돌봄 받는 이를 의존적이라고 여기는 인식은 질병으로 인해 가족의 보살핌을 받아야 하는 청년들에게 자책과 자기 비하를 강요한다.
    p246.
    인간의 상호의존성을 수용하는 사회가 된다면, 골골한 청년들 역시 성인됨과 독립이라는 사회적 기대로 인해 자책과 불안에 시달리기보다 회복에 힘쓰며 자율성과 잠재력을 실현할 수 있으리라.

     

    6장. 조이씨 이야기

    p266.
    조이씨가 서운함을 느끼게 되는 것은 돌봄이 신체적 행위이면서도 동시에 관계에 관한 일이기 때문이다. 돌봄 제공자와 돌봄 수혜자는 각자의 처지와 욕구에 따라 어떤 종류의 돌봄이 필요한지, 얼마나 돌봄을 해야 할 지, 언제까지 돌봄이 필요한지 등 돌봄이 잘 이루어졌는지에 대해 서로 다른 판단과 감정을 가질 수 있다.
    p273.
    자기 병에 관한 정보를 제공받는 것 역시 환자의 권리지만, "똑똑해진 환자"는 진료실에서도 어려움을 겪었다.
    p286.
    "일은 나의 독립성과 개인성을 성취하게 하는 거죠. 돈을 벌 수도 있고, 이것으로 내가 어떤 사람으로서 프로페셔널 하게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에 그렇죠."

    골골함 깊이 읽기 6. 다양한 시간의 경험이 곧 삶이다 : 청년의 생활 시간

     

     

    7장. 명태씨 이야기

    p311.
    그의 삶에서 병은 "아프면 병원 가서 치료 받아 깨끗이 낫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몸의 일부이자 삶의 조건이다.
    p318.
    대부분 우리는 개인이 치료를 받을지 말지 선택하는 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몸의 상태, 즉 질병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소득이나 사회 보장 상태, 고용 상태와 같은 사회경제적 요인도 큰 영향을 미친다. 특히 소득이 낮을 수록 의료서비스 이용이 생계와 일자리 등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으므로, 의료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소득은 질병 상태와 함께 중요한 결정요인으로 작용한다.
    p325.
    명태씨에게 일이란 건강관리에 들어가는 비용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이기도 하고 재활 그 자체이기도 한데, 핵심은 "건강을 위한 것"이라는 점이다. 이것은 명태씨의 생존과도 연결되는 부분이다. 동시에 명태씨가 일터의 조건이라고 이야기한 "명함"과 "자신의 자리"는 조직에서 자신의 존재를 분명히 하고 존중받고 싶은 그의 사회적 욕구를 드러낸다.

    골골함 깊이 읽기 7. 아픈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 : 대항서사로서의 질병서사

    p342.
    서사는 누군가가 살아가고 경험한 인생의 의미를 이해하는 도구다. 아파야 보이는 것이 있고 아파야 알게 되는 것이 있다.

     

    나가며. 하지만 이들은 말하기를 멈추지 않았다.

    p346.
    사실 우리 삶은 너저분한 일들의 연속이다. 때로는 내 말을 상대가 이해할 수 있을까 고민되는 순간도 있다. 질병으로 인해 겪는 사회적 관계의 어려움, 갈등 역시 이에 해당한다.

     

    (★)
    골골함에 대한 편견은... 일부 악용하는 사람들에 의해서도 만들어지기도 하지만, 우리가 가지고 있는 편견이기도 한 것 같다. 사실 노인이나 어린아이들이 장애를 가진 분들과 함께 돌봄이 필요한 대상이라고 하지만, 그 분들이 모두 생각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 아니라고 본다면 우리의 돌봄의 행태는 어쩌면 말 못하는 동물에게 행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아프지만 자신의 아픔을 치료하기 위한 돈을 벌어야 한다. 일전에 투병을 하는 것을 보여주는 유투버의 영상에서 봤던 댓글이 생각이 난다. 아픈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집에서 지원을 해줄 수 있는 경제력이 되는 것이 부럽다며... 자신은 아픈 곳은 없지만 돈 때문에 가족이 매번 다툰다는 이야기.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아픈 것에도 돈이 들어가는 것인가...

타인의 시선으로... Omniscient PO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