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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72. 젊은 ADHD의 슬픔
    개인 도서관/도서관1 2024. 5. 31. 10:32

    정지음

    p10.
    스티브 잡스나 에디슨도 ADHD라지만 위안이 되지는 않았다. 내가 아이폰이나 전구에 버금가는 발명을 하지 않는 이상, 그들과 동등해진 느낌에 기쁠 수는 없을 것이었다.
    p19.
    세상은 양쪽으로 봐야 좀 더 재미있는 곳이다. 자꾸 깜빡깜빡 잊고, 아주 기쁜 일도 슬픈 일도 없었던 것처럼 잊어 버리는 내가 예전에는 싫었다. 하지만 이제는 망각이 신이 주신 선물이고, 나는 남들보다 좀 더 많은 선물을 받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든 겂 없이 가벼운 인생'은 관점을 바꾸자 '잊음으로써 가뿐해지는 인생'이 되었다. 나는 계속 사사로이 절망스럽겠지만, 그것들이 지속되지 않기에 결국은 행복해질 것이다.
    p33.
    사람들이 초라한 나를 알아챌까 두려웠다. 하지만 나를 가장 움츠러들게 하는 건 역시, 나 자신의 시선이었다. 나는 정신과 환자가 된 내가 낯설고 징그러웠다. 그래서 얼마 동안 나를 버렸다. 나를 버리는 일은 너무 쉬웠고, 그 당시 나의 최선이었다.
    p95.
    중견 ADHD가 되니, 완벽하게 낫지 않아도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나의 모자람에 조마조마하지 않아 괜찮고, 괜찮다 보니 가속도가 붙어 괜찮고, 괜찮음에 싫증을 내 공연히 나빠지는 일 없이 괜찮아지고 있다. 썩 괜찮다는 느낌이 나를 썩지 안헥 하므로 매일매일 새로운 마음으로 괜찮다.
    p122.
    평생 멀쩡하기를 강요받은 사람은 자기가 아는 '멀쩡함'에서 벗어나는 순간 극도의 불안감을 느낀다. 아이러니하게도 정상이려는 맹목이 당사자를 비정상의 영역으로 밀어내는 것이다. 정신과를 부정하는 일이 나중에 더 심하게 정신과를 필요로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p195.
    만약 이 글을 보는 누군가가 ADHD이거나 다른 문제가 있어서 헤매는 중이라면, 본인의 능력이나 작업 과정보다 목표치를 바꿔 보는 건 어떨까 싶다. 그냥 완벽해지는 것보다 모자라다는 면에서 완벽해지는 게 훨씬 쉽다. 모자람은 꽤 괜찮은 친구다. 나를 거장으로 만들어 주진 못해도 거장이 될지 안 될지 모르는 아마추어로는 만들어 주니 말이다.

     

    (★)
    집중을 못하는 나를 보고 읽어야 겠다는 책이었는데, 표지부터가 기분이 좋아지는 느낌이다. 이 책을 완성해간 작가님에게 열정적인 박수를 보낸다.

타인의 시선으로... Omniscient PO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