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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0. 나의 친애하는 불면증개인 도서관/도서관1 2024. 5. 31. 09:35
마리나 벤저민
p82.
특히 두 사람 사이에 짜릿한 케미를 일으키는 로맨스는 살아움직이는 생명체 같다. 하지만 로맨스라는 화학식에 시간이라는 요인을 더한 뒤 변수를 재정렬해야 한다. 매일 지극히 평범한 일상의 과제들을 헤쳐 나가다 보면 아무리 견고한 유대감을 형성했던 커플이라고 해도 관계의 결은 밋밋해질 수 있다. 서로의 공통분모 속에 깊이 뿌리 내린 그런 관계라고 해도. 두 세계의 근간이 되는 중요한 관계라고 해도.p111.
나아가 진정한 의미에서의 잠이 미동조차 없는 완벽한 정지 상태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잠들어도 몸은 완벽하게 휴식을 취하지 않는다. (중략) 잠이 든 우리는 아름답지도, 정적이지도 않다.p156.
글쓰기는 내가 나를 초월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희귀한 의식이기도 하다. 수면도 당연히 그런 경험 중 하나다. 문예창작 수업에서 흔히 말하듯 나는 글쓰기를 통해 '이탈한다' 누군가에게 명상이 그런 의식이라면 내겐 글쓰기가 있다.p176.
나는 여전히 수면으로 얻을 수 있는 재충전의 시간을 갈망한다. 깨어 있는 상태 저편에 존재하는 온전한 정신상태를 갈망한다. 그만큼이나 선을 넘는 행위를 인지하고 감각하고 싶다. 부지불식간에 존재에서 무로 미끄러지듯 흘러버리고 싶지 않다. 대신 변화와 침입의 행위에 가담자가 되고 싶다. 그에 따르는 흥분과 위험을 생생하게 느끼고 싶다. 칼 끝을 걷듯 위험한 일인 것만 분명하다. 그리고 이런 갈망을 해소하려면 불확실성을 포용할 수 있어야 한다.(★)
불면증에서 시작해서 남녀관계, 역사, 문학을 다루는 책. 나의 불면의 시간의 생각의 흐름을 보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