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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 소설보다 겨울 2020개인 도서관/도서관1 2024. 4. 3. 16:38
<여자가 지하철 할 때> 이미상
p34.
"우리의 공포는 여기, 이 사무실에 국한돼. 우리는 사무실을 떠나며 공포도 두고 가. 하지만 여자들은 공포를 간이나 췌장처럼 몸에 지니고 다녀. 떨구고 갈 수 없어. 어디로 갈 수 있겠어? 우린 사무실을 떠나면 그만이지만 여자들에게 사무실 밖은 사무실 밖 나름의 수천가지 평대가 피어나는 또 다른 사무실인걸. 여자들의 두려움에는 역사가 있어. 켜켜이 쌓인, 뭐랄까, 지층적 두려움이라고나 할까? 우리의 얇고 호들갑스러운 두려움과는 완전히 다르다구."(조연정)
p60.
목숨을 걸고 지하철을 타는 여성과 "환대의 독박"을 쓰며 "처치 노동"을 하는 여성, 즉 동시에 적대와 환대의 '대상'이 되는 여성적 위치에 대한 것입니다.(★) 여전히 난해한 수진과 얼굴들. 하지만, 안전하다는 한국에서 여성에 대한 범죄나 차별은 여전히 존재한다. 물론 남성에 대한 범죄나 차별도 존재한다. 다만, 여성에게 특히 더 많이 가해지는 폭력들. 물리적 힘의 세기에서 비롯되는 불안함은 나도 늦은 밤이 아니더라도 요즘에는 자주 느끼게 되는 공포인 것 같다.
<거의 하나였던 두 세계> 임현
p84
관점에 따라 같은 것도 다르게 볼 수 있다는 말에는 만약, 아무런 태도나 입장을 취하지 않는다면 무엇도 볼 수 없다는 점이 전제되어 있었다. 요컨대 우리는 의미 있는 무언가를 보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보는 무언가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셈이다.(임현)
p109.
마찬가지로 내 소설을 읽는 사람들도 내가 의도한 그대로 읽지는 않더라고요. 그렇다고 독자랑 싸울 수는 없으니까 대신 다음에 쓰는 소설에는 나름대로 내가 그 때 그런 말을 하려고 했던 건 아니다, 실은 이런 걸 말할고 그랬던 거다, 변명을 해보기도 하고, 핑계를 대보기도 하는데...... 그냥 사람들이 내 소설은 잘 안 읽는 것 같아요. 소설을 쓸 때마다 자꾸 혼자 말하는 기분이 듭니다. 근데요, 이것도 아무도 안 읽으면 어떡하죠?(★)
내 독서 기록에 짧게 남기는 이 글을 각각의 작가들이 보기에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거나 혹은 엄한 일부에 꽂힌 꼴이라면 미안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 미술관에 가서 작가의 의도를 이해하기 위한 도슨트가 책 속에는 없다보니, 이왕이면 작품을 설명하는 작가나 해설가의 글이 꼭 있었으면 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그 그림을 보고 내가 떠올리는 이미지나 감정 역시 작가의 작품을 바탕으로 한 파생 창작물이라는 관점에서 조금 오해를 해도 괜찮지 않을까?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 아니라면...) 그러다 어느날 나의 잘못을 깨우치면서 다시 작품을 읽게 되는 날도 오고, 어쩌면 이래서 누군가와 함께 책을 읽는 것도 참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도 든다.<그녀는 조명등 아래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전하영
p165.
어느 프랑스 인류학자는 말했다. 인간의 자아는 나이 들어감과 상관없이 계속해서 젊은이의 영혼을 지닌채 살아가는 비극적인 운명 속에 놓여 있다고. 언제까지라도 자신이 어리고 젊었을 때처럼 연략한 상태로, 애정을 갈구하는 위치에 서 있다고 착각하면서.(전하영)
p185.
가독성이 좋아서 쉽게 읽히지만 때론 잠시 속도를 늦추더라도 얼마간 머무르고 싶어지는 문장을 쓰고 싶습니다.(★)
같이 실려 있는 소설 중 가장 쉽게 읽혀지는 소설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로 나를 의심하게 되는 부분이 있었다가 작가의 말에서 위안을 삼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