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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6. 평범한 결혼 생활개인 도서관/도서관1 2024. 4. 2. 18:53
임경선
p7.
어쨌든 20년씩이나 한 남자와 결혼 생활을 했으니, 이제는 그에 대해 한두마디쯤은 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p37.
7년을 사귀고도 자신의 신념을 관철시킨 탓에 여자 쪽에서 먼저 이별을 고했다고 한다. 자, 잠깐. 이건 내가 소설에 등장시켰던 '선택권을 여자에게 양도하며 배려하는 척 하지만 실은 스스로 아무 결정도 내리지 않아 책임을 회피하는 몹쓸 남자'가 아니던가.p77.
대체 누가 결혼 생활을 '안정'의 상징처럼 묘사하는가. 결혼이란 오히려 '불안정'의 상징이어야 마땅하다.p81.
지혜로운 사람이 강을 건널 방법을 생각하는 동안 미친 사람은 이미 강을 건너가 있다. 미쳐있는 사람들은 주변 사람들에게 민폐일지 몰라도 본인들만큼은 사무치게 행복하다. 훗날 그 어떤 대가를 치른다 하더라도.p94.
이 산문을 쓰면서 중간중간 자가 검열을 하고 있다. 선을 넘을까 봐가 아니라 쓰나마나한 뻔한 글이 될까봐.
결혼에 대한 뻔한 글들은 이미 넘쳐날 정도로 충분하다.p106.
내가 이렇게 오락가락 혼자 분주한 사이, 남편은 제 보폭으로 묵묵히 걸음을 옮기고 있을 뿐이다. 이것은 마치 우리 결혼 생활의 은유 같다.p118.
누군가에게 의지할 줄 모르는 사람은 알고 보면 무척 쓸쓸한 인간이라는 것을 살면서 불현듯 깨닫는다. 뿐만 아니라 자기와 가까운 사람도 쓸쓸하게 만들어 버린다.(★)
기혼자로서 남들의 결혼 생활이 궁금했다. 가십에 실려나오는 연예인들의 결별 기사 등을 제외하면 모두가 불행을 전시학 살지 않으니까. 오히려 평범한 하루도 특별한 날로 보이도록 하는 요즘 온라인 플랫폼들도 많다 보니, 그저 모두가 하하호호 삶을 살고 있는 것 같다.
나의 삶도 별다를 바 없는 것처럼 결혼 생활도 마찬가지이지만, 누가 뭐라 한 것도 아닌데 내가 부부의 역할 중 일부를 잘 해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때가 많다. 그렇다면 본받고 싶은 부부가 있냐 하면 또 그건 아닌 것을 보니 (남들이 못하고 있다는 의미가 아니라 나와 100% 일치하는 사람이 없다보니) 결국은 내가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