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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마흔에 관하여개인 도서관/도서관1 2020. 11. 12. 17:17
정여울
마흔의 문턱에서, 내 삶은 분명 바뀌고 있다. 예전에는 눈길도 주지 않던 그 무엇이 간절히 그립고, 때로는 미친 듯이 뭔가에 도전하고 싶어 진다. 그런 내가 싫지 않다. 그런 마흔이 무척이나 설레고, 기특하며, 눈부시다.
마흔의 문턱을 넘으며 '익숙한 나로부터 거리두기'만큼 중요한 것이 소중한 타인과의 거리두기'임을 깨달아가고 있다. 나이들수록 깨닫게 된다. 멀어져야 더욱 아름다운 것들이 있다는 것을.
슬럼프의 치명적인 허점은 바로 그것이다. 상대방이 내 마음의 '이곳'을 찌른 것이 아닌데, 꼭 여기가 아프다. 여기는 나의 콤플렉스니까. 그리고 콤플렉스가 모여 있는 마음의 장소는 아이러니하게도 내 가장 소중한 보물이 모여 있는 장소이기도 하니까. (중략) 내가 나라는 이유로, 내가 어떻게 해도 바꿀 수 없는 나 자신이라는 이유로, 나는 나를 고문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무런 대책이 없는데도 이상하게 행복한 그 기분. 그 기분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알기 때문이다. 그 순간이 바로 진짜 나 자신이 되는 시간이니까.
책을 읽을 힘조차 없다고 느껴질 때조차, '책에는 나의 이야기가 없다'고 느껴질 때 조차도, 책을 펼친다. 아직은 책보다 더 다정한 친구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언제든 내 투정을 받아주고, 새벽 4시에 문을 두드려도 기꺼이 마음의 문을 열어 줄 수 있는 친구는 책 밖에 없기 때문이다.
(★)
다른 사람의 마흔은 어땠을지... 공감하면서 읽은 책.
잠을 잘 못이뤄 새벽을 뜬눈으로 보낼 때마다, 옆에서 자고 있는 남편을 깨우지 못하지만, 책은 펼칠 수 있었다. 이 책 역시 그렇게 읽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