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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2. 위저드 베이커리
    개인 도서관/도서관1 2020. 11. 11. 03:35

    구병모

    p17
    이대로 돌아가 집 현관문을 연다는 건, 그 곳에 내 얘기를 들어줄 사람이 아무도 없음을 확인하는 일이었다. 그러기에 지금 이 난감한 가게에서 빵을 사갖고 나온 거잖아. 빵 한 입에 우유 한 모금 물고서, 건조하지도 눅눅하지도 않은 오늘분의 감정을 꼭꼭 씹어, 마음 속 깊숙이 담아둔 밀폐 용기에 가두기 위해
    p114
    "이틀이 멀다하고 우리 빵을 사가는 단골 손님이 막상 빵을 좋아하냐고 물어보니까 아니라고 그래서 나 얼마나 어이가 없었는데. 하지만 이제 네 사정을 알고 나니까 이해가 돼. 네가 빵을 좋아해서 사 간게 아니라 단지 집에서 불편한 가족과 함께 저녁을 먹을 수 없었기 때문이라는 걸. 늘 같은 메뉴의 지겨움을 조금이라도 덜어보려고 글허게 여러 종류의 빵에 도전해봤다는 걸." (중략) 그러나 이 곳의 마법사가 만드는 빵이라면 좋아질수도 있을 것만 같았다. 그의 빵에는 잘못 사용하면 조금 위험한 향신료일지 몰라도, 과거와 현재 대신 미래가 들어 있기 때문이다.
    p133
    종류를 불문하고 감정의 폭발적인 상승은 언제나 경계할 대상이다. 비이성적인 행위를 촉발하는 에너지 출처는 대체로 욕망과 맥락이 닿아 있으니까. 고대부터 모든 종교가 보여줬듯이 극단적이고 끓는 점이 낮은 사람은 공격과 폭력을 부른다.
    p185
    무엇보다도 사람의 감정은 어째서 뜨거운 물에 닿은 소금처럼 녹아 사라질 수 없는 걸까. 때로 어떤 사람들에게는 참치 통조림만도 못한 주제에.
    그러다 문득 소금이란 다만 녹을 뿐 사라지지 않는다는 걸 깨닫는다. 어떤 강제와 분리가 없다면 언제고 언제까지고 그 안에서.
    p201
    틀린 선택을 했다는 것 자체가 잘못이란 게 아니야. 선택의 결과는 스스로 책임지라는 뜻이지. 그 선택의 결과까지 눈에 보이지 않는 힘에 의존하기 시작하면, 너의 선택은 더욱 돌이킬 수 없는 방향으로 나아갈 거란 말을 하는 거야.

     
    (★)
    읽고나서 사실 가슴이 아팠다. 그리고 이렇게 다소 어두운 주제가 청소년 소설이라고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 소설이지만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아이의 마음이 괜히 미안함과 속상함을 불러 일으킨다. 하지만, 이 것이 또 현실일지도 모른다. 오늘도 어른들의 걱정을 일찍 시작한 그 아이들의 마음을 누군가는 또 어루만져주기를...

타인의 시선으로... Omniscient PO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