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려라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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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달려라, 아비개인 도서관/도서관1 2020. 12. 7. 11:08
김애란 p15. 바람이 불면 오랫동안 빨지 않은 녹색 커튼이 펄럭 거려다. 나는 커튼 안에 고개를 파묻으며 깊은 숨을 쉬웠다. 먼지 냄새가 주는 그 오래되고 아늑한 느낌이 좋아서였다. 먼지 냄새는 뭐랄까, 내가 살아본 적 없는 세상을 살고 있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주었다. 한번은 살았던 것도 같은, 그러나 여전히 모르겠는 세상 말이다. p45. 그리고 무엇보다도 달리기는 강한 지구력을 필요로 하는 운동이라고 한다. 다른 것은 잘 모르겠다. 다만 나를 떠난 사람이, 나를 떠난 곳에서 오래 달리고 있는 이유를, 그 힘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지 모르겠다. p95. 나는 입을 열지 않고 중얼거린다. 이것 모두 꿈일지도 모르지만 나에게 오기 위해 북태평양에서 수천 킬로미터를 날아온 바람처럼, 어쩐지 나는 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