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잊어도 기억할게 (忘了我記得, Forget You Not)
    기타/즐거운 것들에 대하여 2025. 5. 27. 13:57

    셰잉쉬안의 작품을 넷플릭스에서 보게 되면서, 그녀가 나온 작품은 되도록 보려고 하는 것 같다. 최근까지 <고독의 맛>이나 <인선지의> 역시 재밌게 보기도 해서, 그녀의 얼굴이 뜨자마자 알림을 설정해두었을 정도다.

    시작이 스탠드업 코미디를 하는 여주인공(청러러)의 모습인데, 아버지(청광지)와의 에피소드를 말하는 그녀의 모습 중간에 과거 회상 장면을 보다보니 그녀가 무대에 서는 원동력은 유쾌하고 괴짜같은 그녀의 아버지 덕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갑자기 사는 게 팍팍한 여주인공의 삶에서 아버지의 응급실행, 그리고 알츠하이머, 즉 치매 이야기를 듣게 되는 장면은 사실 제목에서 유추했던 것이 사실이 되는 순간이 되었다.

    아버지와 딸의 생활이 교차편집이 되고, 고독한 아버지의 모습과 사랑에 빠져 결혼까지 이어진 딸의 모습이 너무나 큰 삶의 격차를 보여주는 것 같아서 마음이 아프기도 했다. 그리고 다투다가도 화해하는 모습을 보며 가족이여서일까? 하는 마음이 드는 건 나라가 달라도 같지 않을까? 남편과 불편한 저녁 식사 후 이혼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심하게 다툰 뒤, 집을 나간 딸을 찾아 나서는 늙은 아버지는 비가 올 것 같다고 우산을 들고 집으로 가자고 한다. 딸은 "내 집? 아빠 집?"이라고 하는데... 아버지는 자기 집이 네 집이라는 말을 한다. 빗 속에서 둘이 춤을 추는 장면을 보고 있자니... 저런 내 편이 있다면 힘들어도 견딜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빗 속에서 즐겁게 춤추는 부녀(사진출처: 넷플릭스 대만 사이트)

     

    하지만 마냥 좋을 수만은 없다. 아버지의 치매 상태나, 딸의 결혼생활 및 경제활동 상태도 모두 엉망이다. 딸은 남편과 이혼을 결심하고 별거를 시작했지만, 결국 아버지의 급격한 상태 악화로 아버지의 집에서 함께 생활을 하게 된다. 병원에서 딸과 아버지가 서로를 응시하는 모습을 볼 때는 내가 마지막 병원에서 밤을 셀 때 보았던 엄마의 모습이 자꾸 떠올라 펑펑 울고 말았다. 

    독신이 두려워해야 할 건
    귀찮음이 아니라 고독이야

     

    딸의 친구가 말한 이 대사가 나는 가슴에 콕 박혔다. 나도 혼자 놀기를 잘 하는 편이지만, 혼자 여행갔을 때를 떠올려보면 결국 이 기쁨과 슬픔을 나눌 대상이 한명이라도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차이가 크다는 것을 나이 들며 깨닫게 된다. 그리고 이 대사를 말한 친구는 말미에 이미 부모님 두분을 교통사고로 떠나보낸 상태였음에도 친구들에게는 외국에서 사는 것처럼 거짓말을 하고 있었고, 혼자 보내는 연휴 기간에 가이드 일을 하는 것이 썩 나쁘지 않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사실 보는 내내 여주인공이 꼭 이혼을 해야 했을까? 싶은 생각을 했다. 자신이 발목을 잡는다는 말을 했지만, 후반 내내 여주인공의 간병과정을 보면 치매인 아버지가 "너도 보살핌을 받아야 한다"는 말을 할 정도로 정신이 없고 힘들어 보였다. 친구의 저 대사처럼 적어도 옆에 누군가 한명만 있어도, 위로가 된다면 조금은 나을 것인데. 여주인공은 아버지에게 자신이 간병하는 것에 대해서 이것이 죄책감인지 책임감인지 헷갈린다는 말을 한다. 그리고 아버지는 요양원 단어에 자신을 버리지 말라는 말을 따에게 한다. 다친 아이를 휠체어에 태우는 다른집 아버지의 모습이 치매 아버지를 휠체어에 태우고 밀고 가는 여주인공의 모습과 대비되면서, 나는 인간이 평생 좋은 상태만 있을 수 없다는 것도, 언젠가 우리도 늙을 것이고 우리의 부모는 더 늙게 된다는 것도... 책임감이든 죄책감이든 아픈 가족을 쉽게 외면하기는 어렵다는 것 등등의 많은 생각이 떠올랐다.

    노령화라는 것이 화두가 되는 요즘에 과연 진지하게 우리의 늙음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사실 이런 작품들을 보다보면 미래가 너무 암울한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현재의 우리 모습을 돌아보고 미리 준비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도 하는 것 같다. 여주인공의 친구는 조력자살을 언급하기도 하는데, 아마 그녀는 일찍 부모를 여의고 난 뒤 비혼으로 있으면서 자신의 죽음에 대한 선택권을 고민하기 시작했었던 것 같다.

    죽었을까 싶었던 장면에서는 가짜 장례식으로 사람들을 놀래키던 두 부녀는, 응? 하는 사이 아버지 유품을 정리하는 딸의 모습으로 사람들의 뒷통수를 치고 만다. 일찍이 자신들을 떠난 엄마가 노년에 죽었음을 알게 되어 아버지와 어머니 유품을 정리하던 딸이 어머니의 베갯수건 냄새를 맡고 우는 장면이나 아버지가 남긴 영상을 보고 우는 장면은 부모님을 상실한 사람들에게는 부모의 내음, 목소리, 얼굴 등을 떠올리게 만드는 극적장치만은 아닐 듯 하다. 다 보고 난 뒤에도 계속 눈물이 멈추지 않는 나 같은 사람도 있을 것 같으니까.

     

    * 셰잉쉬안(사영훤) 주연

    * 넷플릭스 시리즈 (https://www.netflix.com/kr/title/81730393)

    * 이미지 출처 (https://about.netflix.com/zh_tw/news/a-father-daughter-bond-like-no-other-forget-you-not-teaser-promises-an)

독서생활자의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