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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05. 결혼 여름
    개인 도서관/도서관1 2025. 5. 29. 10:00

    알베르 카뮈

    * 책세상 / 김화영 옮김


    제목이 맘에 들어서 몇번이나 읽으려다 말다 하가를 반복했다. 그러다 양장본이 아닌 책을 발견하고 반가운 마음에 책을 들었다. 

    그런데 읽는 게 생각보다 고역이였다. 나에게는. 두 번 읽었는데, 사실 가슴에 와닿는 문장보단, 그가 묘사한 그곳의 풍경과 사람들을 상상하기만 해댔다.

    내가 원했던 건 아마 결혼 (생활) 이야기였을테지...

    (★) 개인 생각 및 의견


     

    결혼

    티파자에서의 결혼

    p17.
    나는 나 자신의 그 어느 부분도 버리지 않는다. 나는 아무런 가면도 쓰지 않는다. 나는 그저 저들의 모든 처세술 못지 않은, 어려운 삶의 기술을 참을성 있게 배우면 되는 것이다.

     

    제밀라의 바람

    p23.
    그곳은 다만 갔다가 되돌아오는 곳이다. 그 죽은 도시는 길고 꼬불꼬불한 어떤 길의 끝에 있다.
    p26.
    왜냐하면 한 인간에게 있어서 자신의 현재를 의식한다는 것은 곧 더 이상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영혼의 상태를 나타내는 풍경이 있다면 그것은 가장 천박한 풍경이다.
    p27.
    불안감은 살아 있는 사람들의 가슴에서 생겨난다. 그러나 고요함이 살아 있는 가슴을 덮어줄 것이다. 이것이 내 통찰의 전부다.
    p27.
    내게 죽음이란 닫혀버린 문이다. 죽음이란 그저 내디뎌야 할 한 발짝 아니라 끔찍하고 추악한 모험이라고 말하고 싶다.

     

    알제의 여름

    자크 외르공에게

    * 자크 외르공 : <알제의 여름>의 헌정의 대상이자 카뮈의 첫소설 <행복한 죽음>의 원고 검토를 부탁받은 대상

    (★) 수영한다가 아닌 수영을 때린다는 표현이 한국적인 느낌이겠지.... 그리고 도시에도 침묵과 권태가 있다고 묘사하는 것이 인상적이다.

    p40.
    한동안 이 고장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가 있을 때면 나는 이곳의 황혼을 어떤 행복의 약속인양 상상한다. 도시를 굽어보는 언덕들 위에는 양유향과 올리브나무들 사이로 길이 나 있다. 그때 내 마음은 바로 그리로 돌아간다. 나는 거기서 초록빛 지평선 위로 한 떼의 검은 새들이 날아오르는 광경을 본다. 돌연히 태양이 자리를 비운 하늘에는 무엇인가가 긴장을 푼다. 붉은 구름들이 작은 무리를 이루어 기지개를 켜다가 마침내는 대기 속으로 사라져버린다. 그와 거의 동시에 첫 별이 나타나 그 형상을 갖추는가 싶으면 벌써 두터워진 하늘에서 뚜렷해진다. 이윽고 단숨에 만물을 삼켜버리는 밤.
    p43.
    젊음의 특징은 아마도 손쉬운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그 천부의 자질일 것이다. 그러나 젊음이란 무엇보다 먼저 거의 낭비에 가까운 삶의 서두름이다.
    p49.
    나는 세상에 인간을 초월하는 행복이란 없다는 것을, 해가 떴다 지는 나날들의 곡선 밖의 영원이란 없다는 것을 배운다.
    p50.
    어쨌든, 이 삶 속에서 나를 부정하는 것은 무엇보다 나를 죽이는 것이다. 삶을 고양하는 것은 무엇이든 동시에 삶의 부조리를 증가시킨다. 알제의 여름 속에서 내가 배운 것은, 고통보다 더 비극적인 단 한가지는 행복한 한 인간의 삶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또한 보다 더 위대한 삶의 길일 수도 있다. 왜냐하면 그것은 더 이상 속이지 않도록 해주는 것이니까.

     

    사망

    장 그르니에에게

    p69.
    행복은 사랑과 이어져 있다.
    p71.
    더 이상 나가지 말고 이 균형점에서 멈춰야 할 것이다. 그 절묘한 순간, 영성(靈性)은 도덕을 부정하고, 행복은 희망의 부재에서 태어나며, 정신은 육체에서 근거를 발견한다. 진실은 어느 것이나 그 안에 쓴맛을 담고 있다고 한다면 부정은 어느 것이나 '긍정'이 피어남을 품고 있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관조에서 태어나는 저 희망 없는 사랑의 노래 역시 가장 효과적인 행동 규범의 형상화일 수 있다.

     

    여름

    p76.
    카뮈는 <여름>에 붙인 서평의뢰서에 이렇게 썼다. "이 책은 1939년에서 1953년에 걸쳐 쓴 산문들을 모은 것이다. 이 글들의 공통된 뿌리는 명확하다. 이 글들은, 비록 서로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고 있지만, 모두 다 '홀로(solitaire)'라는 개별성의 주제를 다루고 있다. 이 주제는 저자의 초기작들 가운데 하나인, 1938년의 <결혼>의 주제이기도 하다. 20년 세월이 지나 <결혼>에 실린 글들은 그러므로 그들 나름대로 어떤 길고 변함없는 추구의 길을 증언하고 있는 셈이다." (중략) 1953년 이후 카뮈는 앞서의 '부조리'와 '반항'의 사이클에서 '사랑'과 '절도'의 사이클로 진입하며 그의 마지막 미완성 유작인 <최초의 인간>의 집필 준비를 시작한다.

     

    미노타우로스 또는 오랑에서 잠시

    피에르 갈랭도에게

    * 카뮈 초기 원고 타이밍해준 크리스티안 갈랭도의 오빠, 카뮈의 단짝, <이방인>의 주인공 뫼르소의 모델이라는 설.

    p79.
    세계를 알려면 가끔 딴 데로 고개를 돌려야 한다.
    p82.
    사막 자체는 어떤 뜻을 지니고 있었는데 사람들이 거기에 시(詩)를 과도하게 덧씌웠다. 사막은 세상의 온갖 고통들에 아주 딱 들어맞는 적소다. 어떤 순간에 사람의 마음이 찾는 것은 그와는 반대로 바로 시가 없는 곳이다.
    p108.
    세계 속의 이러한 영속성이 인간에게는 늘 적대적인 위엄으로 보였다. 영속성은 인간에게 절망과 동시에 열광을 안겨준다. 세계는 딱 한가지 말밖에는 하지 않는다.. 흥미를 끌고 나서는 싫증나게 한다. 그러나 끝내는 집요한 고집으로 이기고 만다. 세계는 언제나 옳다.
    p110.
    황혼은 날마다 세상의 마지막 황혼인 양, 해 질 무렵의 모든 색조를 점점 어둡게 만드는 마지막 광선으로 장엄한 임종을 고한다. 바다는 군청 빛, 길은 엉긴 핏빛, 해변은 노란빛이다. 모두가 초록빛 태양과 함께 사라진다. 한 시간 뒤에는 모래 언덕에 달빛이 흘러 넘친다. 그러면 별들이 비 오듯 쏟아지는 광막한 밤이다. 뇌우가 가끔 밤을 가로지르고, 번개가 모래언덕들을 따라 흘러내리면 하늘이 창백해지고 모래 위와 사람의 눈동자 속에 오렌지 빛 미광이 어린다.
    그러나 이것은 남과 나눠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몸소 체험해봐야 한다. 이토록 유별난 고독과 위대함 덕분에 이 장소들은 잊을 수 없는 얼굴을 가지게 된다. 미지근한 이른 새벽, 아직은 검고 씁쓸한 첫 물결이 지나가고 나면, 너무 무거워 들어 오릴 수도 없는 밤의 물을 가르고 새 생명이 태어난다. 기쁨들의 추억은 그 기쁨들을 후호하게 만들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그것들이 좋은 것이었음을 알 수 있다. 여러 해가 지난 뒤 아직도 그 기쁜들은 이 마음 어딘가에 살아 남아 있다.

     

    아몬드 나무들

    p117.
    우리는 이 세계와 뗄 수 없는 연대 책임을 진다.
    p117.
    나는 진보나 그 어떤 '역사' 철학에 친동할 만큼 이성을 신뢰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적어도 인간은 그의 운명의 인식에 있어서는 끊임없이 발전해 왔음을 나는 믿는다. 우리는 우리의 인간조건을 극복하지는 못했지만 그것을 보다 잘 인식하게 됐다. 우리는 모순 속에 처해 있지만 그 모순을 거부해야 하며 그것을 줄이기 위해서 마땅히 할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우리가 지닌 인간의 책무는 자유로운 인간들의 끝없는 불안을 진정시켜줄 몇가지 처방들을 찾아내는 일이다. 우리는 찢어진 것을 다시 꿰매야 하고 이토록 명백하게 부당한 세계 속에서 정의가 상상할 수 있는 거싱 되도록 만들어야 하며 금세기의 불행에 중독된 민중들에게 행복이 의미 있는 것이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물론 그것은 초인적인 과제다.
    p118.
    그러므로 우리가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알고 있자. 비록 힘이 우리를 유혹하기 위해 어떤 사상이나 안락의 얼굴로 접근한다고 할지라도 저신에 관한 한 확고한 태도를 갖도록 하자.

     

    명부의 프로메테우스

    p128.
    그리고 어느 것 하나 떼어 놓지 않고 배제하지도 않으려는 저 경이로운 의지야 말로 고통받는 인간의 마음과 이 세계의 봄을 항상 화해시켜 주었고 또 앞으로도 화해시켜줄 것이다. 

     

    과거가 없는 도시들을 위한 간단한 안내

    p135.
    뭐니 뭐니 해도 자기가 사랑하는 것에 대해서 말하는 가장 좋은 방식은 그것에 대해 가벼운 어조로 말하는 것이다.

     

    헬레네의 추방

    p141.
    신이 죽자 역사와 권력만 남았다.
    p142.
    현대 철학은 가치를 행동의 끝에다 위치 시킨다. 가치들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져 간다. (중략) 가치들과 함께 한계도 사라진다.

    (★) 가치가 선행되어 한계가 명확한 과거와 다른 현재라...

    p143.
    역사적 정신과 예술가는 둘 다 세계를 개조하고자 한다. 그러나 예술가는 그의 본성의 책무에 따라 자신의 한계를 알지만 역사적 정신은 그것을 알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후자의 목표는 전제(專制)인 반면 전자의 열망은 자유인 것이다.
    p143.
    ... 우리는 우리 시대의 불행을 함꼐 함으로써 비로소 우리 시대가 위대함과 의연함을 갖도록 할 수 있다.
    p144.
    ... 우리에게 없는 것은 단지 인간으로서의 자긍심이다. 그것은 바로 자신의 한계를 충실하게 따르고 자신의 조건을 뚜렷이 의식하면서 그 조건을 사랑하는 것을 말한다.

     

    수수께끼

    p147.
    어느 누구도 '나는 이런 사람'이라고 말할 수 없다 그렇지만 '나는 이런 사람이 아니'라고는 말할 수 있다.

    (★) 사람이 두가지 성격을 가졌다... 자기 성격과 아내(사회)가 불러주는 성격

    p149.
    작가는 대부분 남에게 읽히기 위해 글을 쓴다 (그렇지 않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거든 칭찬해주자. 그러나 그 말을 믿지는 말자.) 그러나 날이 갈수록 우리나라에서는 작가가 '남에게 읽히지 않는다'는 그 최종적 인정을 받으려고 글을 쓴다.
    p153.
    오히려 나는 가능한 한 객관적인 작가가 되었으면 좋겠다. 절대로 자기 자신을 객체로 간주하는 일 없이 주제들을 다루는 작가를 '객관적'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작가 자신과 작가가 다루는 주제를 혼동하는 오늘날의 열병은 작가의 이러한 상대적인 자유를 인정하지 못하다. 이리하여 우리는 부조리의 예언자가 되어버린다.

     

    티파자에서 돌아온다

    p167.
    겨울의 한가운데에서 마침내 내 속에 억누를 길 없는 여름이 담겨 있다는 것을 깨달았던 것이다.

     

    가장 가까운 바다

    항해 일지

    p177.
    달이 떴다 처음에는 수면을 희미하게 밝히더니 더 높이 솟아오랄 부드러운 물 위에 글씨를 쓴다. 마침내 하늘 꼭대기에 이르러 풍성한 은하수 같은 바다의 회랑 전체를 비추고 은하수의 강물은 배의 움직임과 더불어 우리 쪽으로, 어두운 대양 속으로 무진장 흘러내린다. (중략)
    하도 드넓어 가도 가도 끝이 없을 것 같은 공간 위에서 우리는 항해한다. 해와 달이 빛과 어둠으로 엮은 같은 실을 타고 교대로 뜨고 진다. 바다에서 나날은 모두가 다 닮은 꼴이다, 행복처럼.
    스티븐슨이 말하듯, 우리의 삶은 망각에도 소질이 없고 추억에도 소질이 없다.

     

    해설

    결혼에 대하여 / 루이 포콩

    p187.
    명징성이 <결혼>에서는 열쇠가 되는 말이며 부적과도 같다. 그것에 힘입어 축제는 구도(求道)로, 공감은 인식으로, 관능은 의지로 심화한다. 
    p192.
    그렇게 <안과 겉>이 우리의 몫을 비참과 고독이라고 말할 때, <결혼>은 우리가 비탄의 세계 속에서도 '존재한다'는 사실이 우리의 지극히 단순한 기쁨에도 비견할 수 없는 보상의 위력을 부여한다고 응수한다.
    p192.
    이 이야기 저 이야기에서 <결혼>은 신에게 의존하는 것이 죄스러운 환상이라는 사실을 폭로하고, 필연적으로 주겍 마련인 운명에 대한 명철한 동의라는 바탕 위에 우리의 하나밖에 없는 기회와 으듬가는 의무를 설정한다.

     

    <여름>에 대하여 / 로제 키요

    p193.
    카뮈는 <여름>을 '태양의' 에세이 전통 속에 위치시키고자 했다. 그 에세이들은 어느 의미에서 천진무구에의 소명을 상기시켜준다. '정오의 사상'의 결실인 이 글들은 <반항하는 인간>을 연장하고 그것과 균형 관계를 유지한다. 왜냐하면 사르트르와의 고통스러운 논쟁을 치르고 난 후 이 글들은 유머와 아이러니에도 한 몫을 할당하고 있으니 말이다.

     

독서생활자의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