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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5-1. 코스모스개인 도서관/도서관1 2025. 4. 29. 10:00
칼 세이건
* 사이언스북스 / 홍승수 옮김
처음 책을 읽을 때에는 과학서적이라기보다 철학서적 혹은 역사서적 아닐까 싶었다. 아마도 내가 기대한 것은 우주의 다른 모습들을 생각했어서였는지도 모른다.
독서모임에서 알게된 지인 덕분에 두번 읽는 과정에 참여하게 되었다. 두 번째 읽는 과정에서도 이전에 읽었던 내용 중 기억이 나는 것과 나지 않은 것이 있었다. 여기에 언제 업데이트 하지 했는데, 지금은 읽으면서 하나하나 업데이트를 해보니, 책의 내용을 100% 이해하기 위해서는 한두번에 그쳐서는 안될 것 같단 생각이 든다.(★) 개인 생각 및 의견
한국어판 서문. 칼 세이건의 빈 의자
p14.
앞으로 두 걸음 나갔다가 뒤로 한 걸음 물러서는 식의 변화로 인류는 역사의 먼 길을 걸어 여기까지 왔다. 별을 향한 여정에서도 우리는 우회로들을 종종 만나곤 했다. 우회로야말로 변화를 추구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편이 아닌가. 이러한 과정들을 거쳐서 결국, 지구인들은 칼이 물려준 위대한 유산을 중심으로 하나의 공동체를 형성해 갈 것이다.머리말
p16.
인간이 여러 세대에 걸쳐 부지런히 연구를 계속한다면, 지금은 짙은 암흑 속에 감춰져 있는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언젠가는 거기에 빛이 비쳐 그 안에 숨어 있는 진리의 실상이 밖으로 드러나게 될 때가 오고야 말 것이다. 그것은 한사람의 생애로는 부족하다. 누가 자신의 일생을 하늘을 연구하는 데만 온통 바친다고 하더라도, 우주와 같은 엄청난 주제를 다루기에 한 사람의 일생은 너무 짧고 부족하다. ...... 진리는 세대를 거듭하면서 하나씩 그리고 조금씩 서서히 밝혀지게 마련이다.
- 세네카, <자연학의 문제> 제 7권, 1세기p24.
과학도 인간의 여타 문화 활동과 마찬가지로 문화 전반을 아우르는 총체적 관점에서 조명하고 논의해야 한다. 과학과 과학 이외의 문화 활동이 서로 격리돼서 성립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p26.
한마디로 과학의 성공은 자정 능력에 있다.과학은 스스로를 교정할 수 있다. 과학에서는 새로운 실험 결과와 참신한 아이디어가 나올 때마다 그 전에는 신비라는 이름으로 포장돼 있던 미지의 사실이 설명될 수 있는 합리적 현상으로 바뀌어 간다.1. 코스모스의 바닷가에서
* 1광년 = 빛이 1년 동안 지나간 거리, 시간이 아닌 거리 단위 (p35)
p39.
이 많은 별들 중에서 지구인들이 가까이 알고 지내는 별은, 적어도 아직까지는 태양 하나뿐이다.p55.
현대의 과학은 고대 세계가 알고 있던 과학의 수준을 넘어선 지 오래다. 그러나 우리의 역사적 자료에는 메울 수 없는 공백이 이가 빠진 듯 여기저기 뚫려 있다.p56.
우리의 존재가 무한한 공간 속의 한 점이라면, 흐르는 시간 속에서도 찰나의 순간밖에 차지하지 못한다.2. 우주 생명의 푸가
p60.
성간운에 유기 분자가 풍부하다는 사실은 생물의 기본 물질이 우주 어디에나 존재할 것이라는 예측을 가능하게 한다. 생명의 기원과 진화는 시간만 충분히 주어진다면 하나의 우주적 필연인 것이다.p60.
지구의 자연 환경이 인류에게 훌륭한 조건을 제공하는 것같이 느껴지는 이유는 모든 생물들이 지상에서 태어나서 바로 그곳에서 오랫동안 성장해 왔기 때문이다.* 인위 도태(artificial selection) 혹은 인위 선택
* 자연 도태(natural selection) 혹은 자연 선택 = 자연적으로 유전 형질이 변하는 과정(p65)p67.
자연은 살아남을 수 있는 개체 수보다 훨씬 더 많은 후손을 낳게 만든다. 그 많은 후손들 중에서 우연히 자연에 더 적합한 형질을 가진 개체들만 살아남게 되므로, 결국 그러한 형질을 갖고 태어난 종이 선택적으로 버성하게 된다. 유전 형질의 급격한 변화를 가져오는 돌연변이는 순종을 낳는다. 그러므로 돌연변이가 진화의 동인이 된다. 수많은 돌연변이들 중에서 생존율을 증대시킬 수 있는 소수만이 선택되므로, 오랜 기간에 걸쳐 생물은 하나의 형태에서 다른 형태로 서서히 변화하게 된다. 그 결과 우리는 새로운 종의 탄생을 보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종의 기원이요 진화의 실현이다.p72.
진화의 비밀은 죽음과 시간에 있다. 환경에 불완전하게 적응한 수많은 생물들의 죽음과 우연히 적응하게 된 조그만 돌연변이를 유지하기 위한 충분한 시간 말이다.p76.
사람은 100조 개가량의 세포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니까 사람 한 명 한 명은 수많은 생활 공동체가 모여서 만들어진 또 하나의 거대한 군집인 셈이다.p81.
지구에서 볼 수 있는 모든 생명 현상의 뿌리에는 세포의 화학 반응을 조절하는 단백질 분자와 유전 설계도를 간직한 핵산이 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본질적으로 같은 단백질 분자와 핵산 부자가 모든 동물과 식물에 공통적으로 관여한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생명 기능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참나무와 나는 동일한 재료로 만들어졌다고 해도 무리가 없다. 좀 더 먼 과거로 거슬러 올라간다면 동물인 나와 식물인 참나무의 조상은 같다.p84.
진화는 돌연변이와 자연선택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DNA 중합체 효소가 복제 과정에서 실수를 범하면 돌연변이가 생긴다. 그러나 중합체 효소가 실수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p93.
생물학은 물리학보다 역사학에 더 가깝다. 현재를 이해하려면 과거를 잘 알아야 하고, 그것도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 알아야만 한다. 역사학에 예견론이 없는 것처럼 생물학에도 확립된 예견론이 없다. 이유는 양쪽 모두 같다. 연구 대상들이 너무 복잡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생물학과 역사학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에는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타자를 이해함으로써 자신을 더 잘 이해하게 된다는 것이다.p94.
우리는 이제껏 지구라는 작은 세상이 들려주는 생명의 음악만 들어 왔다. 이것은 우주를 가득 채운 생명들이 연주하는 푸가의 한 성부만을 들어 온 셈이다. 자 이제 저 웅장한 우주 생명의 푸가의 남은 성부들에 귀를 기울여 보자.3. 지상과 천상의 하모니
p93.
만일 누군가가 절대 불변의 행성에 살고 있다면, 그가 할 일은 정말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아예 생각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 세계에서는 과학하려는 마음이 일지 않을 것이다. 반대로 또 하나의 극단인 아무것도 예측할 수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있다. 변화가 지극히 무작위적이거나 지나치게 복잡해서 생각해 봤자 별수 없는 처지라면, 그런 세상 역시 과학이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사는 세상은 이 두 극단의 중간 어디쯤엔가 있다. 사물의 변화가 있되 그 변화는 어떤 패턴이나 규칙을 따른다.p93.
세상에는 우리가 생각해보면 알아낼 수 있는 일들이 많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과학이 가능하고, 과학이 밝혀낸 지식을 이용하여 우리는 우리의 삶을 발전시킬 수 있는 것이다.p94.
인간은 세상을 파악할 줄 아는 지혜를 갖고 있다.(★) 과학자의 입장에서 점성술에 몰입하는 이들에 대한 비판(?)은 흥미롭다. 사실, 잡지 책에 실리는 별자리 운세를 보면 그저 재밌다고 웃어버리는 이유는 너무 애매한 표현, 두루뭉술/두리뭉술하기 때문이다. 인간을 고작 12개 그룹으로 나눠서 설명을 한다는 것... 그 상세한 부분의 내용은 없을테니 말이다. 그래도 괜히 모르는 미래에 대한 상상으로 잠시나마 즐겁다면 꼭 나쁜 건 아니지 않을까?
(★) 프톨레마이오스의 지구중심우주관과 코페르니쿠스의 태양 중심 우주관. 사실, 우리는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에 근거해 가설을 내리고 판단을 할 것이다 .다만, 지구중심으로 봤을 경우 설명이 되지 않는 부분이 많았을 건데... 나는 이게 사고의 중심의 다름이 아닐까 싶은 생각을 해봤다. 현재에도 사고의 중심이 자신인 사람이 있고, 자신보다는 객관적인 타인의 시점으로 바라보는 사람이 있다. 누가 옳고 그름이 아니라, 자기 중심으로도 그리고 타인의 시선으로도 바라봐야 하는 게 맞지 않을까 싶다. 꼭 이분법적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으니까. 잘못된 확신은 크나큰 재앙을 불러오기도 하니 말이다.
p111.
고대에 한창 꽃피웠던 과학 문명은 교회의 억압 아래 1,000년 동안의 깊은 침묵에 빠져 있었다. 그러나 중세 후기가 되자 아랍 학자들을 통해 보존되었던 고대 과학의 목소리가 희미한 메아리가 되어 유럽의 교과 과정 속으로 파고들기 시작했다.(★) 관측값이 이론과 다르다고 해서 관측이 틀렸다고 주장하는 것(케플러 실망이야) 역시, 앞서 내가 말한 자기중심적 사고이지 않을까? 이론이 틀렸을 수도 있는데... 항상 내가 디딛고 있는 이 땅이 안전하다고 믿는 것. 어느날 씽크홀이 됐든, 지진과 같은 천재지변으로 무너져야 그렇지 않다고 깨닫게 되는 것은 너무 늦은데 말이다.
(★) 멀리 있는 별들을 배경으로 화성과 다른 행성을 그렸다는 튀코 브라헤(p121), 선무당이 장고탓 한다는 옛 속담을 보여주는 사례가 아닌가 싶다.
(★) 하지만 결국 케플러는 지구도 하나의 행성이라고 인정하게 되었다는 것 보니, 그리 꽉 막힌 사람은 아니었다....생각을 해본다. 하지만 결국 그것도 튀코 브라헤의 화성 움직임을 연구해보라는 부추김(p124) 덕분이니...
(케플러의 법칙)
p125.
제1법칙. 해성은 타원 궤도를 따라 움직이고 태양은 그 타원의 초점에 있다.
p126.
제2법칙. 행성과 태양을 연결하는 동경은 같은 시간 동안에 같은 넓이를 휩쓴다.
p129.
제3법칙. 행성의 주기(해성이 궤도를 한 바퀴 도는 데 걸리는 시간)를 제곱한 것은 행성과 태양 사이의 평균 거리를 세제곱한 것에 비례한다. 즉 멀리 떠렁져 있는 행성일수록 더 천천히 움직이되 그 관계가 수학 공식 P^2=a^3을 정확하게 따른다.p126.
케플러는 "조화"라는 한마디 말로 그가 알고 있던 많은 것을 표현하고자 했다. 행성 운동에서 볼 수 있는 질서와 아름다움 그리고 그것을 기술할 수 있는 수학적 공식의 존재, 게다가 음악에서의 화성음 등을 "조화"라는 개념 속에 포함시켰다.p138.
요하네스 케플러는 미래의 하늘에는 "천상의 바람을 잘 탈 수 있는 돛단배들이" 날아다니고 우주 공간은 "우주의 광막함을 두려워하지 않는" 탐험가들로 그득할 것이라고 했다. 우주 탐사선이 광대한 우주를 가로질러 외계로 달려갈 때, 사람이고 기계고 가릴 것 없이 그들에게는 확고부동한 이정표가 하나 있다. 그것은 케플러가 밝혀낸 행성 운동에 관한 세 가지 법칙이다. 그의 평생에 걸친 수고로 그는 발견의 환희를 맛보았고 우리는 우주의 이정표를 얻었다.p142.
물체가 떨어지는 일은 태초부터 있었다. 달이 지구 둘레를 돈다는 사실은 까마득한 엣적부터 알려져 있었다. 그렇지만 이 두 가지 현상이 같은 힘에 따라 일어난다는 엄청난 사실을 최초로 알아낸 사람이 뉴턴이었다. 뉴턴의 중력 법칙을 '만유인력(萬有引力)의 법칙'이라고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뉴턴의 중력 법칙은 우주 어디에서나 성립하는 범우주적 성격의 보편 법칙이기 때문이다.4. 천국과 지옥
* 퉁구스카 사건
p152.
지구와 근접 천체의 충돌을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철저하게 연구하지 않는다면, 현대 지구 문명이 엉뚱한 이유 때문에 핵전쟁에 휘말릴 수 도 있다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간과했던 내용인데, 그럴수도 있을 것 같다. 갑자기 행성의 조각이 떨어져 한 마을을 초토화 시킨다면, 우주에 무관심한 사람은 다른 나라에서 포탄을 발사했다고 믿을 수도 있을 것이고, 이제는 포탄이 아닌 핵발사로 오인할 수도 있을테니
p161.
현재의 행성들은 충돌이라는 자연 선택의 과정에서 살아남은 것들이다. 초기의 파국적 충돌을 모두 이겨 내고 이제 우리 태양계는 중년의 안정기에 들어선 것이다.p173.
과학은 자기 검증을 생명으로 한다. 과학의 세계에서 새로운 생각이 인정을 받으려면 증거 제시라는 엄격한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p174.
과학은 자유로운 탐구 정신에서 자생적으로 성장했으며 자유로운 탐구가 곧 과학의 목적이다. 어떤 가설이든 그것이 아무리 이상하더라도 그 가설이 지니는 장점을 잘 따져 봐 주어야 한다. (중략) 우리는 어느 누가 근본적이고 혁신적인 사고를 할지 미리 알지 못하기 때문에 누구나 열린 마음으로 자기 검증을 철저히 해야 한다.p176.
우리가 살아 있다는 사실에서, 우리는 그 어딘가에 생명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항상 하게 된다. 그러나 생명의 존재 여부는 보다 주의 깊은 증거의 축적과 평가를 통해서 판단해야 할 사항이다.(★) 여전히 우리는 외계인의 존재를 믿는다. 뭐, 광활한 우주의 한 점 같은 지구에 사는 우리와 같은 존재가 아니 우리와 같이 살아 있는 존재가 다른 곳에 없으리라는 것도 아직 증명되지 않았다. 여기서 묘사되는 달, 금성 등의 다른 행성들의 묘사는 인간의 사고에 기반해서 살만한 곳은 아니겠지만, 그 역시 우리 인간이 살만한 곳이 아니지 다른 존재에게는 살만한 곳, 그 환경에 적응한 무언가 있을 수 있지 않을까? 금성의 모습을 현재 온난화 지구의 미래와 연결짓는 설명(p188)을 보아하니, 이를 "재앙에 대한 경고 메시지"로 읽힌다는 저자의 의견에 머리를 끄덕이게 된다.
p189.
우리의 아름답고 푸른 행성 지구는 인류가 아는 유일한 삶의 보금자리이다. 금성은 너무 덥고 화성은 너무 춥지만 지구의 기후는 적당하다. 인류에게 지구야말로 낙원인 듯하다. 결국 우리는 이곳에서 진화해 왔다. 지구의 현재 기후 여건이 실은 불안정한 평형 상태일 가능성이 있는 데도 불구하고 인간은 자기 파멸을 가져올 수 있는 수단들을 동원하여 지구의 연약한 환경을 더욱 교란시키고 있는 중이다. 그것이 초래할 심각한 결과는 전혀 개의치 않고 말이다.p190.
알고보니 지구는 참으로 작고 연약한 세계이다. 지구는 좀 더 소중히 다루어져야 할 존재인 것이다.5. 붉은 행성을 위한 블루스
p194.
화성은 지구에서 그 표면을 관측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행성이다. 얼음으로 뒤덮인 극관(極冠)이나 하늘에 떠다니는 흰 구름, 맹렬한 흙먼지의 광품, 계절에 따라 변하는 붉은 지표면의 패턴, 심지어 하루가 24시간인 것까지 지구를 닮았다. 그렇다면 누구나 화성 생명을 상상하고픈 유혹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극관(極冠) : 화성의 남극과 북극에서 볼 수 있는 희고 빛나는 부분
p225.
어느 행성에서 생명을 찾으려고 할 때 우리는 일련의 가정들을 하게 되지만 외계의 생명이 지구의 생명과 같다는 가정은 될 수 있는 한 피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의 이러한 노력에는 한계가 있게 마련이다. 우리가 상세하게 알고 있는 생명은 오로지 지구의 것이기 때문이다.p230.
따지고 보면 나 칼 세이건은 물, 칼슘 그리고 각종 유기 분자들로 이루어진 하나의 커다란 덩어리이다. 이 책을 읽고 잇는 당신도 나와 거의 동일한 분자들로 구성된 집합체이면서 단지 나와 이름이 다를 뿐이다.p240.
언젠가 화성의 지구화가 실현된다면 화성에 영구 정착해서 화성인이 된 인간들이 거대한 운하망을 건설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 바로 우리가 로웰의 화성인인 것이다.6. 여행자가 들려준 이야기
p242.
현대는 인류가 우주의 바다를 향해하기 시작한 시대이다.(★) 우주탐사선을 볼 때마다 에너지원에 대한 의구점이 든다. 유인선이든 무인선이든, 일단 움직이는 것들, 지구와 다른 공간에서 언젠가는 미아가 된다는 이야기도 보았지만, 어찌되었든 탐사를 하는 동안 얻어야 할 에너지원에 대해서 태양 전지 대신 핵발전을 이용한다는 것도 흥미로웠다. (물론 이러다 잘못되어 우주도 오염되는 것 아닌지 걱정이 되긴 하지만...대안이 없을테니)
p244.
지상에 자리한 인간과 우주에 떠 있는 로봇이 서로의 지능을 절묘하게 결합하여 그동안 몇 차례 발생했던 비상사태를 모두 무사히 넘길 수 있었다. 이 또한 여간 다행한 일이 아니었다.p244.
끊임없이 지속되는 탐험과 발견이야말로 인류사를 특정지은 인간의 가장 뚜렷한 속성이었으며, 인류사를 장시한 일련의 탐험 중에서 계획이야말로 가장 최근의 사건이다. 15, 16세기에는 스페인에서 아조레스 제도까지 항해하는 데 며칠이 걸렸다. 지금은 이 시간에 지구와 달 사이에 놓인 우주의 해협을 훌쩍 건너뛸 수 있다. 또한 당시에는 대서양을 횡단하여 이른바 아메리카 신대륙에 도착하는 데 몇 개월씩이나 필요했다. 오늘날에는 이 시간이면 태양계의 내해(內海)를 가로질러 화성이나 금성에 사뿐히 내려앉을 수 있다.p246.
이 항해가 항상 좋은 결과만 가져온 것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는 지구를 하나로 묶고 지역주의의 문제를 일부 해소하여 인류를 하나의 종으로 통합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 무엇보다도 행성 지구와 인류 자신을 이해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던 것이다.(★) 갈릴레오는 지동설을 주장하다 처벌을 받았는데, 1943년 4월 데카르트 편지 내 "저는 소란을 피우고 싶지 아니하며, '편히 살려면 남의 눈에 띄지 말아야 한다'라는 제 좌우명대로 지금껏 조용히 지내 왔습니다. 원컨대 앞으로도 조용히 살기를 바랍니다(p250)"를 보니 요즘에도 이런 모습의 우리가 (나를 포함해) 얼마나 많은지... 잘못된 것들을 지적하기에 너무 피곤하고 힘들 것 같아 회피하면서 사회가 무너져 내리는 것에 일조하는 것은 아닌지... 하지만 내가 끝까지 갈릴레오와 같이 책임을 져가며 의견을 굽히지 않을 자신은 도저히 없다.
p251.
사회 전반에 퍼져 있던 개방적 사고와 생활양식 그리고 물질적 풍요와 새로운 세계에 대한 탐험과 개척의 정신은, 네덜란드를 진취성과 활력이 넘치는 공동체로 만드는 데 훌륭한 밑거름으로 작용했다.(★) 17세기 초 발명한 현미경과 망원경(p254)을 통해 화성의 자전 주기나 토성의 고리와 타이탄을 하위헌스가 발견(p255)한 것을 보니, 장비 탓만 하는 내가 보이는 것 같아 반성의 시간을 가져본다.
p257.
도는 것은 하늘이 아니라 지구라는 사실의 발견은 우리로 하여금 지구의 유일성에 의심의 눈초리를 던지게 했으며, 지구 이외의 장소에 생명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하나의 훌륭한 가능성으로 받아들이게 했다.p260.
수세기 전에는 탐험 여행에서 가져오는 '주요 상품'들 중의 하나로 빼어 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여행자들이 들려주는 먼 나라의 이야기였다. 낯선 땅과 그곳에 있는 특이한 동식물들에 대한 여행자들의 이야기는 듣는 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여 다음 탐험으로 이어지게 하는 매우 중요한 '상품'이었다. 이야기의 주요 주제에는, 하늘 높이 치솟은 산, 용과 바다 괴물, 아침저녁으로 황금 식기를 쓰는 나라, 코 대신 팔이 달린 짐승에 관한 것 등이었다.p261.
그중에는 사실도 있었고 거짓도 있었다. 어떤 것들은 사실은 사실이되 어느 정도 과장되고 왜곡되어 전해지기도 했다. 이런 이야기들은 볼테르나 조너선 스위프트 같은 작가들의 손을 통해 다양하게 각색되어 유럽 사회로 하여금 새로운 안목을 갖게 하는 자극제로 작용했으며, 동시에 외부와 고립된 세상과 사회에도 관심을 갖게 하는 계기를 제공했다.(★) 먼 우주에서 관측된 영상의 전달 방식(p264)을 읽으면서 참 신기하다는 생각이 든다. 단순히 한 학문을 기반해서는 절대 불가능할 것 같은 일들이 결국은 여러 학자와 실무자들의 협업을 통해 결과가 되는 것인데... 보이저 호의 항해일지를 가상으로 작성한 내용에서도 작가의 상상력이 풍부하다는 것이 느껴졌다. "지구에 발이 묶인 화가가 어떻게 이토록 신비롭고 아름다운 세계를 상상이나 하겠는가(p269)" 대목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뛰어 넘는 누군가들은 어떻게 그런 상상을 할 수 있을까... 감탄할 뿐이다.
* 태양 제국의 권계 = 태양 권계 >> 명왕성까지의 거리의 2~3배 정도 더 멀리 떨어진 곳에서 이르면, 성간을 떠도는 양성자와 전자 들의 압력이 태양풍의 압력을 넘어서는 곳이 태양계의 국경이라는 설명 (p284)
p284.
보이저 호는 전진에 전진을 거듭해 아마 21세기 중반에는 이 태양권계를 넘어설 것이다. 그리고 다시는 다른 항성계에 들어서는 일이 업이 별들 사이에 펼쳐진 무한의 공간을 향해 미끄러지듯 나아갈 것이다. 영원히 방랑할 운명의 우주선이 '별의 섬'들로부터 멀리 덜어져 나와, 엄청난 질량이 묶여 있는 은하수 은하의 중심을 한 바퀴 다 돌 때 쯤이면 지구에서는 이미 수억 년의 세월이 흘렀을 것이다. 인류의 대항해는 이렇게 시작되었다.7. 밤하늘의 등뼈
(★) 칼 세이건의 과거 어린 시절의 모습을 사상해본다. 자신이 몰랐던 우주에 대해서 알아가는 과정의 묘사가 너무 생생해서, 그리고 묘사를 바탕으로 상상만 해도 미소가 지어진다. 모르는 것을 알게 되고, 환희에 차보았던 때가 언제였던가? 지금 나이가 먹어도 여전히 모르는 것 투성인 나이지만... 언제 그랬는지조차 까먹을 정도로 앎의 기쁨을 잃어버린 것 같다.
p295.
어느 쪽이 사실인지 알았으면 좋겠다. 모른다는 것을 견딜 수 없다.(★) 2,500년 전 이오니아에서 새로운 깨달음의 기운이 일기 시작했다(진원지는 사모스 섬)(p298)이 결국은 사람들 간의 왕래가 활발한 지역이었다는 점에서 우리가 고립되어 있을 때에는 정말 말도 안되는 것들을 믿는 상황이 오지만, 개방적인 상황에서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서 지식의 교류나 대화가 중요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p298.
이러한 사고의 혁명을 통해서 사람들은 혼돈(Chaos)에서 질서(Cosmos)를 읽어 내기 시작했다.p299.
자연은 완전히 예측 불가능한 것이 아니며, 자연에게도 반드시 따라야 할 규칙이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우주의 이렇게 훌륭하게 정돈된 질서를 "코스모스"라고 불렀다.* 밀레투스의 탈레스 : 유클리드 기하학을 유클리드보다 먼저 증명한 인물(p303), 신들의 도움을 빌리지 않고 세상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던 인물(p304)
* 테오도루스 : 기원전 540년 경, 사모스 섬의 공학 기술의 거장(p307)
* 히포크라테스 : 테오도루스와 비슷한 시기 근처의 코스 섬 거주, 의술이 물리학/화학에 기반을 두어야 한다고 강조 (p308)
* 엠페도클레스 : 기원전 450년 경 활약, 자연 선택에 따른 진화의 일면을 다윈보다 앞서 구상(p309), 공기도 물질이라 생각(p310)
* 데모크리토스 : 기원전 430년 경 이오니아 식민지 아브데라의 출신, 원자의 존재에 대한 낌새와 단서 구체화, 삶은 세상을 즐기고 온 세상을 이해하는 것으로 이해는 곧 즐거움, "축제 업는 인생은 여관이 없는 긴 여정과 같다"(p310). 원자(atom) 단어를 만들었는데 그리스어로 '자를 수 없다'는 뜻(p311). "원자와 빈 공간을 제외하면 아무것도 없다"(p313)
* 아낙사고라스 : 기원전 450년 경 아테네에서 활약했던 이오니아 출신의 실험가. 물질이 세계를 지탱하는 근본이라는 물질주의자(p314)
p318.
이오니아 사람들 대부분은 우주의 조화에 인간이 접근할 수 있는 길은 관측과 실험이라고 믿었다. 현대 과학에서도 관측과 실험이 연구를 주도한다. 하지만 피타고라스의 접근 방식은 매우 달랐다. 그는 순수한 사고를 통해서 자연의 법칙을 추론해 낼 수 있다고 가르쳤다. 근본적으로 피타고라스학파는 실험주의자가 아니었다. 그들은 수학자였으며 철두철미한 신비주의자였다.p319. 키케로의 이야기
토론에서 정말로 필요한 것은 논지의 완벽함이지 그 논지가 지니는 권위의 무게가 아니다. 가르치는 것을 업으로 하는 이들의 권위가 배우고 싶어 하는 자들에게 장애의 요인으로 작용하여, 결국 학생들로 하여금 자신의 판단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만든다. 권위의 무게가 중시되는 사회에서는 주어진 문제의 답을 스승이 내린 판단에서만 찾으려 하기 때문이다.p327.
피타고라스와 플라톤은 코스모스가 설명될 수 있는 실체이고 자연에는 수학적인 근본 얼개가 있다고 가르침으로써 사람들의 마음속에 과학을 하려는 동기를 크게 불어넣었다. 하지마 자신들의 입지를 불아하게 할 소지의 사실들이 유포되는 것을 억압하고, 과학을 소수 엘리트만의 전유물로 제한하고, 실험에 대한 혐오감을 심어 주고, 신비주의를 용인하고, 노예 사회가 안고 있던 문제들을 애써 외면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인간의 위대한 모험심에 큰 좌절감을 안겨 주고, 과학의 발전에도 어쩔 수 없는 퇴보를 불러왔다.(★) 책을 읽다보면 기록의 중요성도 간과할 수 없는 것 같다. 신비주의에 눌러있던 과학탐구가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의 학자들을 통해 일부 후대에 전해진 것(p327)을 보니, 더 많은 내용이 온전히 전달되었다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도 있지만, 더 빠르게 기술이 발전하면 인간이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이 오지 않도록 우연히 일어난 일들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 아리타르코스 : 피타고라스 이후 3세기 지난 뒤 사모스 섬에서 태어남. 태양이 행성계의 중심이고 모든 행성은 지구가 아닌 태양 주위를 돈다고 주장한 첫 번재 인물(p326). 갈릴레오가 코페르니쿠스를 태양 중심 우주관을 "복귀시킨 사람이며 입증한 사람"(p329)이라고 기술(p329)
p337.
인류사의 위대한 발견과 대면하게 될 때마다 우주에서 인류의 지위는 점점 강등됐다. 한 발짝 한 발짝 무대의 중심에서 멀어질 때마다 강등당하는 인류의 지위를 한탄하던 이들이 있었다. 그리고 우리 가슴과 가슴 깊숙한 곳에는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며 초점이며 지렛대의 받침목이기를 바라는 아쉬움이 아직 숨어 있다. 하지만 우리가 정녕 코스모스와 겨루고자 한다면 먼저 겨룸의 상대인 코스모스를 이해해야 한다. 여태껏 인류가 멋모르고 부렸던 우주에서의 특권 의식에 먹칠을 하는 한이 있더라도 우리는 코스모스를 제대로 이해해야만 한다. 자신의 위상과 위치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주변을 개선할 수 있는 필수 전제이기 때문이다. 우리와 다른 바깥세상이 어떠한지 알아내는 것도 자신이 처한 상황을 개선하는 데 결정적인 도움을 준다. 우리의 행성 지구가 우주에서 중요한 존재로 남기를 간절히 바란다면 지구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용기와 던져진 질문에 대한 깊이 있는 답변만이 우주에서 지구의 위상을 높일 수 있는 밑거름이 되는 것이다.p338.
탐험의 욕구는 인간의 본성이다. 우리는 나그네로 시작했으며 나그네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