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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35. 알지 못하는 모든 신들에게
    개인 도서관/도서관1 2024. 10. 29. 17:46

    정이현

    1부

    1.

    p11.
    아침에 눈을 뜨면 하루를 시작할 이유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은 세영의 오랜 습관이다. 그것은 눈을 뜨고 싶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죽는 것이 두렵다고는 생각해보지 않았다.
    p20.
    어떤 일은 공감하려는 노력 없이도 단번에 알아졌다.

     

    2. 

    (★) 알수없는 쇼핑백과 변해버린 무원(도우 아빠, 세영의 남편)

     

    3. 

    p37.
    세영은 무원이 권하는 대로 엉덩이를 붙이고 앉았다. 무원은 맞은편 침대에 올아 앉았다. 적막하고 불편했다. 침대 헤드에 등을 기대 앉은 무원은 전혀 불편해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들이 처음 숙박업소에 함께 들어온 젊은 연인이 아니라, 출장지 휴식 시간에 뜻하지 않게 덜렁 남겨진 직장 동료 같다고 생각했다. 설렘도 낯섦도 첨가되지 않은 기이한 어색함이 둘 사이를 에워쌌다. 자고 갈 마음도 없었지만 농담으로라도 무원은 붙잡지 않았다.

     

    4. 

    p41.
    훗날, 세영은 몇 번이고 이날의 대화를 복기해 보았다. 아주 작고 사소해 보였던 순간들을 거듭거듭 되돌려서, 그 어딘가에 깃들어 있었을지 모를 복선들을 찾아내고 싶어서였다. 뒤늦게 발견한다 해도 돌이킬 수 없지만, 복선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거기 있었다는 걸 알고 나면 마음이 조금 놓일 것도 같아서...... 안 일어날 일이 일어난 건 아니구나, 라는 체념 같은 것이 단 몇 초라도 자신의 여혼을 감싸 안아주기를 바라면서......

     

    5.

    p45.
    남의 인생에 그렇게까지 개입하고 싶지는 않다는 것이 세영의 솔직한 심경이었다. 
    p52.
    무책임해 보이지 않으면서 사후 곤란을 당하지 않을 만한 선을 지키는 것이 중요했다.

     

    6.

    p62.
    스물한 살에 사랑했던 사람과 마흔네 살에도 꽁꽁 엮인 채 살아가고 있다는 건 생각보다 지독한 농담이었다. 세상에 통용될 수 있는 유일한 핑계가 그 사람뿐이라는 것도.

     

    2부

    1. 

    p69.
    무원은 설명이나 해명을 하는 대신 침묵했다. 사람들이 그 침묵을 수긍과 순응의 의미로 해석한다는 걸 성인이 되고서 알았다. 자신에 대해 착하고 순한 인간이라는 평가가 내려져 있다는 것도. 무원은 수긍한 것도 순응한 것도 아니었다. 그저 속에 떠도는 말들을 밖으로 꺼내지 않은 것 뿐이었다. 무원이 보기에, 도우는 자랄수록 자신의 모습을 닮아갔다. 내부에서 소용돌이치는 미적지근한 것들을 밖으로 꺼내 표현하는 법을 몰랐다. 꺼내 놓지 못하는 소용돌이는 가슴속에서 점점 더 거세게 휘몰아칠 것이다. 도우가 살 세상을 떠올리면 무원은 납덩이를 넣은 편지 봉투처럼 마음이 무겁고 답답해졌다.

     

    2. 

    (★) 아내인 척 참여한 대화방에서 만난 무원의 스토커.참 무섭다. 이야기를 나눈 것을 유추해서 어디에 사는지 무엇을 하는지 어떻게 다 알아낸 것일까? 

     

    3. 

    p95.
    무원 앞에 놓인 선택지는 두 가지뿐이었다. 사실을 밝히거나, 그러지 않거나. 늦은 줄 알았을 때가 가장 빠른 때라는 말은 옳았다. 바로잡으려면 그때 했어야 했다.

     

    4. 

    p107.
    무원은 곧바로 전화를 끊었다. 전원을 껐다. 한 세계가 부서졌음을 받아들일 시간이었다.

     

    3부.

    1.

    (★) 가해자가 유리한 결과를 얻게 되는 학폭위원회. 아이들의 잘잘못이 부모의 힘겨루기로 결정되는 것이 과연 옳을까? 이런 걸 보고 배운 아이들이 사회에 나와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거나 타인으로 인한 피해를 정상적으로 보상 받을 기회를 얻을 수 있을까?

     

    2. 

    (★) 엄마의 만류에도 장례식을 가는 도우. 멋졌다. 무원의 생각은 틀렸다. 도우는 그 누구도 닮지 않은 도우 그 자신이었다. 도우는 결과적으로 미루지 않았다. 

    p122.
    "나중에...... 언제요? 엄마, 시간이 없어요."

     

    3. 

    p131.
    강이에게 다녀오고 나면 몸속 가득 들어차 휘도는 매캐한 연기가 걷힐까. 숨통을 내리누르는 거대한 바윗돌이 바스러질까, 도우는 지금 자신이 바라는 것은 어쨌든 편안해 지는 것임을 알았고, 그래서 더 미안했다.

     

    4.

    (★) 엄마(세영)의 걱정.

     

    5.

    p141.
    하나의 파도에는 한 명의 서퍼만이 올라탈 수 있다. 다른 사람이 먼저 타고 있는 파도에 올라타는 걸 '드롭'이라고 불렀다. 나도 모르게 드롭을 했다면 곧바로 사과하면 된다고 했다. 전 세계 비치 어디에서도 '쏘리'라는 한마디면 문제되지 않는다고 했다. 서핑과 파도에 관한 규칙들은, 인간과 인생에 대한 은유로 사용하기에 손색이 없었다.

     

    6.

    p148.
    이름도 알지 못하는 세상의 모든 신들에게 간구하는 밤이 언젠가 올 것이다. 짐작보다 더 빨리. 등 뒤에서 적막한 저녁의 구름들이 몰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작품 해설. 당신의 아이는 어디 있나요? / 이소연

    p150.
    인가사에 엉켜 있는 온갖 복잡한 아이러니들을 한 가닥씩 풀어나가다 보면, 독자는 마침내 이러한 질문에 도달하게 된다. 그리고 우리는 정말 안녕한가, 돌이킬 수 없는 큰 병을 앓고 있진 않은가, 진정 소중한 것을 상실하고도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p154.
    ... 모종의 도덕적 타락은 사소하게 여겨지는 지체와 무감각이 집적됨에 따라 일어난다는 사실이다. 이는 마치 사소한 죄악들이 차곡차곡 적립되어 커다란 규모의 부채로 불어나는 광경을 연상케 한다.

     

    작가의 말

    p165.
    아주 멀리 당도하는 꿈은 한 번도 꾸지 못했다. 맹목과 불안 사이를 서성이는 사람에 대해, 일상의 어떤 모습에 대해 쓰려 했다는 것을 완성한 후에 알게 되었다.

     

    (★) 
    소설을 읽는 동안 나는 읽는다는 기분보다는 내가 아는 언니와 마주보고 앉아 커피를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기분이 들었다. 나지막히 말하는 아는 언니의 이야기, 내 아이는 이래, 내 남편은 이래, 그리고 나는 요즘 이래. 
    마지막에는 이렇게 말하는 것들이 있다. "내 아이는 우리와 달라." 그리고 나는 이렇게 말하겠지. "아이를 참 잘 키웠네. 어른인 우리보다 낫다." 그리고 한참을 그녀의 등을 쓰담듬어줄 것 같다.

타인의 시선으로... Omniscient PO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