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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7. 휘어진 시대1개인 도서관/도서관1 2025. 5. 7. 10:00
남영
* 궁리출판
저자의 말
p6.
현대의 과학자들은 집단연구를 위한 고유의 리더십, 후원을 이끌어나가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필요해졌고, 경쟁상황에 대처하면서, 거대한 힘을 가지게 된 과학적 업적과 연구결과를 어떻게 사용하고 도덕적 딜레마들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를 과거의 과학자들보다 훨씬 더 많이 고민해야 한다.p10.
하지만 제2차 세계대전의 시기 과학과 정치의 영역은 완전히 혼재되어 야누스의 모습을 띤다. 전쟁이 과학을 삼키더니, 결국은 과학이 전쟁을 삼켜버렸다. 그래서 나타난 거대과학! 그 또한 과학의 모습이다.프롤로그. 1871년
(★) 피에르 퀴리(프랑스), 막스 플랑크(독일), 조지프 톰슨(영국)
1부. 여명
p25.
19세기 말부터 시작된 물리학적 세계관의 격변이 1920년대를 거치며 최종적으로 완성되었을 때, 현대물리학은 크게 세가지의 새로운 자연에 대한 분석틀을 손에 넣었다. 입자(원자) 물리학, 상대성 이론, 양자역학이다.p25.
입자물리학의 기원은 양자역학과 같다. 19세기 말 갑작스럽게 원자에 대한 새로운 개념정리가 필요해졌다.p26.
양자역학은 미시세계 혹은 원자세계를 이해하기 위한 과정에서 만들어진 역학이다.p26.
상대성이론은 고전역학과 전자기학 사이의 모순을 해결하려는 노력들 속에서 잉태되었다.1. 원자시대의 시작
p35.
원자를 '가정'하면 모든 화학반응에 대한 '합리적' 설명이 가능했고, 화학은 분명히 쉬워졌다. 화학자들에게 원자론은 실용적 구원을 주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렇다고 그것이 진실이라는 증거는 될 수 없다는 것이다.p42.
엑스선은 이후 방사선과 전자의 발견 나아가 원자구조에 대한 접근과 양자론으로 나아가는 출발점이 되었다.2. 퀴리 부부
p51.
19세기 말 러시아가 폴란드에서 행한 정책들은 일본이 20세기 초 한국에서 행한 것들과 아주 유사했다. 양심적이고 고결한 사람들에게는 개인적 행복감조차 죄책감으로 연결될 수 있는 엄혹한 시대였다. 시대 .상황 자체가 개인적 행복이나 자아 실현보다는 민족 정체성과 공동체에 대한 책임의식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었고 마냐는 이런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성장했다.p73.
마리의 박사 논문 발표는 1903년 6월 12일에 있었다. 명백하게 전혀 새로운 원소 두 가지를 발견했음을 논리적으로 서술한 132쪽짜리 논문에 심사위원들은 마리의 논문은 "역사를 통틀어 모든 박사논문 가운데 가장 위대한 성취"라고 평했다.(★) 동거인에게도 들었었지만, 마리 퀴리의 노벨상 수상은 험난함을 다시 책을 통해서 상기하게 되었다. 그녀의 노벨상 수상을 방해한 사람들. 시대적 차별을 이겨낸 귀중한 결과이다. 한강 작가님의 떠올랐다.
3. 청년 아인슈타인
p84.
마리 퀴리의 인생을 설명하는 데 '폴란드 여성'이라는 말을 뺄 수 없다면,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독일 유대인'이라는 설명 또한 지나칠 수 없다.p106.
아인슈타인은 3, 4, 5, 6월에 하나씩의 논문을 썼다. 5월말 현재 후일 특수상대성 이론으로 불리게 될 네번째 논문은 아직 미완성 상태였다. (중략)
두번째 논문은 아직 원자의 존재 자체가 논란의 대상이던 시절에 원자의 진짜 크기를 측정하는 방법에 대한 것이었다. 세번째 논문은 무작위적 충돌에 대한 통계학적 분석을 이용해서 액체를 구성하는 미시적 입자의 움직임을 설명하고 있었다. (중략)
첫번째 논문의 제목은 <빛의 생성과 변화에 대한 발견적 견해에 대하여>이다. 이 논문은 광전효과에 대한 분석 논문이다. 광전효과는 금속에 빛을 쪼였을 때 전자가 튀어나오는 현상이다. (중략) 빛을 단순히 파동이 아니라 입자의 흐름으로 볼 수있다는 주장을 담고 있기에 나중에 이 논문은 광양자설 논문으로 불리게 된다.p108.
1905년 가장 중요했던 업적은 곧 완성될 6월의 논문, 바로 특수상대성이론이다. 1905~1916년 사이 아인슈타인은 세계과학을 '휘어진' 시공으로 이끌고 갔다. 이 논문은 그 시작점이었다. 아직 시공을 휘어놓지는 못했지만 '늘어나고 줄어드는' 상대적인 것들로 만들어버렸다.4. 특수상대성이론
p115.
맥스웰 방정식은 전기와 자기는 진공 속에서 광속으로 움직임을 보임으로써 빛도 전자기 현상의 하나라는 것을 시사했다. 맥스웰 방정식은 중력 이외의 모든 힘을 설명할 수 있었다.p120.
"빛의 속도로 날아갈 때 거울을 보면 내가 보일까?"라는 질문은 정확히 "뉴턴과 상식이 맞을까? 패러데이와 맥스웰이 맞을까?"라는 질문과 같은 의미다.p125.
아인슈타인 이론에서 자연계에는 '동시'적 사건이란 없다. 한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작용이 전달되는 데에는 유한한 시간이 걸린다. 상호작용이 일어날 수 있는 최대 속도는 바로 광속이다. 광속보다 빠른 것은 없고, 따라서 광속을 넘어서 우주적 사건이 다른 곳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광속은 바뀔 수 없는 보편상수다.p127.
물체가 우리로부터 점점 빠르게 멀어질 때 벌어지게 될 현상은 특수상대성이론으로 충분히 예상가능하다. 더 빠르게 움직이는 물체일수록 부피는 줄어들고 시간은 천천히 흐를 것이며 질량은 늘어날 것이다. 그리고 광속에 근접하면 그 부피는 계속 줄어들어 0에 수렴하게 될 것이고, 시간은 점점 느려져 사실상 멈추게 될 것이며, 질량은 계속 늘어나 무한대에 수렴하게 될 것이다.p128.
만약 광속에 도달했을 때 시간의 흐름이 멈추는 것이라면 광속보다는 빨라진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것은 시간을 역행한다는 의미가 된다. 즉 과거로 갈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하지만 우리는 결코 광속보다 빠를 수 없기에 우리는 과거로 갈 수 없다. 그래서 시간 여행은 불가능하다. 모든 존재(질량체)는 광속을 돌파할 수 없기에 우리는 언제나 과거에서 미래로의 안정적인 시간 흐름 속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광속이라는 한계속도가 있기에 시간은 불가역이며 우주 내의 인과율은 유지된다. 특수상대성이론은 왜 과거가 과거이고 미래가 미래일 수밖에 없는지, 왜 원인이 언제나 결과에 선행할 수밖에 없는지에 대한 자기 충족적 설명도 제공한다.p128.
앞서 살펴본 바대로 아인슈타인은 절대로 광속이 불변임을 증명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단지 광속이 불변이기 '위해서'시공이 상대적이 되면 된다는 것을 수학적으로 보였을 뿐이다. 광속불변의 원칙은 특수상대성이론의 '전제'이지 특수상대성이론의 '증명'이 아니다.p135.
칸트는 일찍이 시공의 절대성에 의문을 제기한 바 있다. 칸트는 우리가 배우지 않고 나면서부터 가지고 있는 감성적 직관의 형식이 두 가지 있는데 그것이 바로 공간과 시간이라고 했다. 그리고 우리는 그 틀에 기반해서 주변세계를 인식한다.5. 막스플랑크
p143.
'독일과학의 아버지', '양자(quantum)'의 작명자, 아인슈타인의 발견자.p147.
열역학 제1법칙은 '우주의 에너지는 항상 일정하다.'는 에너지 보존 법칙이다. 에너지는 새로 만들어 지거나 사라질 수 없으며 그 형태를 바꿀 수 있을 뿐이라는 의미다. (중략) 열역학 제2법칙은 '우주의 엔트로피(entropy)는 항상 증가한다.'는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인데 이 법칙을 일반인들이 직관적으로 이해하기는 사실 쉽지 않다. '엔트로피'라는 개념 자체가 난해하기 때문이다.p148.
즉 에너지 보존 법칙과는 별개로 열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일정한 경향성을 띠며 움직인다. 바로 그 경향성을 설명하기 위해 열역학 제2법칙이 만들어졌다.p151.
사실 열역학 제1법칙은 수학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경험에 앞서는 믿음일 뿐이다.p152.
그리고 우주의 엔트로피는 항상 증가한다는 새로운 법칙을 정의한 것이다. 그래서 열역학 제2법칙은 이른바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이라 불린다. 즉 엔트로피는 시간이 흐르면서 증가한다. 최대치가 될 때까지. 열역학 제2법칙은 그게 전부다. 아주 간단하다.p156.
양자론에 대한 설명은 어떤 자료를 보아도 예외 없이 플랑크에서 시작한다. 양자론에 대한 플랑크의 업적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빛이라는 것은 무언가 띄엄띄엄 떨어져 있는 에너지 값을 갖는 '덩어리'로만 흡수되거나 방출된다는 혁명적 학설을 제시한 것이다. 그리고 그 덩어리를 '양자(量子, quantum)'라 이름 지었다.6. 다비트 힐베르트
(★) '게으른 개'가 아인슈타인 학창 시절 호칭 중 하나라니...
7. 톰슨과 캐번디시 연구소
p189.
우리가 아는 원자에 대한 모든 지식은 철저하게 20세기에 시작된 지식이다. 그리고 더 놀랍게도 우리가 배운 이 모든 지식의 대부분이 캐번디시 연구소에서 탄생했다.p193.
이로 인해 '아버지 톰슨은 전자가 입자임을 밝혀 노벨상을 받았고 아들 톰슨은 전자가 입자가 아님을 밝혀 노벨상을 받았다'는 우스개가 생겼다.p194.
플랑크의 업적이 '양자와 아인슈타인의 발견'이라면 톰슨의 업적은 '전자와 러더퍼드의 발견'으로 요약될 수 있다.8. 제국의 시대, 도시의 공간
p223.
"이 시대의 큰 문제들은 결의안이나 다수결이 아닌, 철과 피를 통해서만 해결될 수 있다." 비스마르크의 '철과 피'라는 슬로건은 분명 성공적이었다. 그래서 비스마르크는 얼핏 독일 군국주의의 상징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냉정한 현실주의자였다.p230.
19세기 말 빈은 특별한 '사회적 압력솥'이었다. 다수가 제기하고 있는 많은 사회적 문제, 역사의 흐름이 요구하는 변화에 눈 막고 귀 막은 결과물. 그것이 합스부르크 왕가의 빈이었다.2부. 개화
1. 마담 퀴리
p246.
그토록 개방적인 국가의 대중들이 마리에게만은 마담퀴리만으로 남길 원했다. 그 안에는 프랑스인 남편을 잘 만난 폴란드 여자가 '감히' 또 다른 프랑스 천재 남자와 행복하게 지내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는 인간군상의 저열한 질투심이 잠재해 있다.2. 러더퍼드
p259.
퀴리 부부가 방사능을 내뿜는 '원소 찾기'에 열중했다면 러더퍼드는 방사능의 종류를 구분하는 데 주목했다.p259.
알파선은 종이 한 장으로도 막을 수 있다. 베타선은 얇은 금속판 정도로 가로막을 수 있다. 감마선은 수 미터의 두꺼운 납 장벽이 있어야 막을 수 있다. 그래서 원자폭탄 폭발 시 나오는 엄청난 방사능을 차폐하려면 수 미터 두께의 납 차폐벽이 필요하다. 차례로 밝혀지지만 알파선의 정체는 헬륨 원자핵이고 베타선은 고 에너지를 가진 전자였으며 감마선은 엑스선보다 파장이 짧은 강력한 전자기 복사였다.p265.
'물리학자' 러더퍼드가 노벨 화학상을 받은 이유는 간단했다. 낮우에 알려진 일이지만 노벨상 위원회는 1908년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로 플랑크를 뽑아 두었기 때문에 러더퍼드에게는 화학상을 주기로 결정했던 것이다. 이처럼 초기 노벨 화학상 수상은 노벨 물리학상 경쟁에서 '밀린'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경우가 꽤 있었다.p276.
현재 주기율표
이 주기율표는 모즐리의 작품이다.3. 1910년대의 플랑크
p281.
1913년에는 베를린 대학 학장이 됐다. 학장 취임 연설에서 "새로운 것만 잘 알거나, 새로운 것을 거부하는 사람들은 위험한 종류다."라며 언제나 균형과 중용을 강조했다.p290.
베를린 대학 신학자 하르낙은 당시 상황을 잘 요약한 말을 남겼다. "사람들은 요즘 우리 시대에는 뛰어난 철학자가 없다고 말한다. 그렇지 않다. 뛰어난 철학자들은 단지 다른 학부에 있을 뿐이다. 플랑크와 아인슈타인이 그들이다."4. 여성, 리제 마이트너
p291.
이들 중 마이트너만이 노벨상을 수상하지 못했다. 뒤에 살펴보겠지만 그것은 마이트너의 능력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불행했던 시대의 한계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었다.p292.
리제는 '여성'이고 '유대인'이었다.p299.
... 오토한은 뛰어난 실험화학자였고, 리제 마이트너는 비판적이고 체계적인 이론물리학자였다. 다시 말해 한은 '어떻게'를 계속 물었고, 마이트너는 '왜'를 물었다.5. 1차 세계대전과 독일 과학자들
p313.
2차 대전은 민간인들끼리도 적에 대한 격렬한 증오를 강요 받는 시대가 되었다.p315.
"과학은 평화기에는 인류의 것이지만 전쟁 중에는 조국의 것이다." 하버의 입장을 명료하게 대표하는 말이다.p323.
플랑크의 미덕은 실수를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실수 후 언제나 이를 솔직히 인정하며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는 영혼을 가졌다는 점이다.6. 방랑자 아인슈타인
(★) 두 명이 살아움직이듯...
7. 일반상대성이론
p356.
어쩌면 4차원적 표현법은 우리에게도 익숙하다. 우리는 친구와 약속할 때 '공간상 위치'와 함께 만날 '시간'도 함께 정한다. 그러나 우리가 익숙하지 않은 것은 사실 4차원 자체가 아니라 그 '수학적 표현법'일 뿐이다.p372.
차이를 느낄 어떤 물리적 방법도 없다면 그것은 물리적으로 '같은 상태'라는 말이다.8. 휘어진 우주
(★)
과학철학(사)를 보는 느낌이다. 특히 근대. 읽다보니 세계사 속에서 여성의 한계, 인종(특히 유럽에서는 시대적 상황으로 유대계)의 한계, 이방인으로서의 소외감 등등... 다시 읽어보면 조금 더 명확하게 보여질 것 같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