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328. 천천히, 스미는
    개인 도서관/도서관1 2024. 10. 9. 10:00

    영미 작가들이 펼치는 산문의 향연

     

    엮고 옮긴이의 글 - 강경이

    * 한국산문선, <나는 천천히 울기 시작했다>

    p8.
    작가 25명의 산문 32편이 실렸으니 글의 내용도, 색깔도 다양하다. 어떤 글은 유쾌하고 어떤 글은 뻔뻔하고 어떤 글은 아프다.

     

    삶이 늘 시적이지는 않을지라도

    나방의 죽음 / 버지니아 울프

    The death of the moth, 1942

    p21.
    그래요, 죽음이 저보다 강합니다.

     

    잠과 깸 / F. 스콧 피츠 제럴드

    Sleeping and Waking, 1934

    p25.
    모기 떼는 대비할 수 있지만 모기 '하나'는 성격을 지닌 사람처럼 느껴진다. 증오, 죽을 때까지 싸우겠다는 심술을 품은 인물 말이다.
    p30.
    침묵, 침묵이다. 돌연 잠이 든다. 돌이켜보면 그랬던 것 같다. 잠이다. 진짜 잠.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잠. 자장가 같은 잠. 침대와 베개가 깊고 따뜻하게 나를 감싸고 평화 속으로, 없음 속으로 나를 빠트린다.

    * 유작 에세이, <균열>(1948)

     

    녹스빌 : 1915년 여름 / 제임스 에이지

    Knoxville : Summer of 1915, 1933

    p38.
    가냘프고 날카로운 종소리. 다시 커지다 더 희미해진다. 희미해지다 솟구친다. 솟구치고 희미해지고 사라진다. 잊힌다. 이제 한 방울 푸른 이슬 같은 밤이다.

     

    오버롤스 작업복 / 제임스 에이지

    Let us now praise famous men, 1939 일부

    p44.
    시간과 사용, 날씨가 만드는 변화
    p47.
    색깔과 천이 아주 오랜 세월과 경험을 거친 것처럼 편안해 보이고 존재의 근원으로 돌아가는 것도, 혀애가 잠들고 떠밀려 다니는 것도 인내하는 듯 보인다.

     

    어린 시절의 고통 / 토머스 드 퀸시

    Suspiria de profundis, 1845 일부

    p48.
    하지만 아이도 슬플 때는 빛을 싫어하고 사람의 시선을 피하는 법이다.
    p49.
    한여름 정오의 눈부신 태양이 창문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날씨는 맑았고 하늘은 청명했으며 그 파란 심연은 무한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했다. 삶과 삶의 아름다움을 이보다 더 아프게 환기시키는 상징을 눈으로 보거나 마음으로 그릴 수는 없었다.
    p52.
    두려움이 아니라 위압감이 나를 덮쳤고 그렇게 서 있는 동안 엄숙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귀가 들었던 것 중 가장 애절한 바람이. 애절하다! 그 말로는 조금도 표현할 수 없다.
    p54.
    아편은 떄로는 공간도 지독히 확장한다. 그러나 고양시키고 증대시키는 아편의 힘이 주로 작동하는 곳은 시간이다. 시간이 무한히 늘어났다. 측정할 수 없는 끊임없이 사라지는 종점까지 늘어나므로 깨었을 때 삶에 상응하는 표현으로 그 시간의 느낌을 어림하는 일은 우스워 보인다.
    p57.
    하지만 문은 잠겼고 열쇠는 사라졌다. 나는 영원히 추방당했다.

     

    그의 이름은 피트였습니다 / 윌리엄 포크너

    His name was Pete, 1953

    p61.
    그러나 피트는 그를 용서했습니다. 한 해와 한 계절을 사는 동안 사람들에게 친절함만 받았던 피트이니 한 사람을 저녁 식사에 늦게 만드는 것보다 차라리 생의 남은 6년이나 8년, 혹은 10년을 기쁘게 내주었겠지요.

     

    윌리엄과 메리 / 맥스 비어봄

    William and Mary, 1920 일부

    p71.
    그가 읽어주는 원고에서 조금 가벼운 부분이 있었으면 하고 바랐던 이유는 그러면 메리가 웃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 작은 종소리 같은, 쾌활한 웃음은 아무리 들어도 질리지 않았다. 명쾌하게 고르게 떨리는 유쾌한 작은 웃음.

     

    삶의 리듬 / 앨리스 메이넬

    The rhythm of life, 1889

    p81. 
    삶이 늘 시적이지는 않을지라도 최소한 운율은 있다. 생각의 궤적을 따라 일정한 간격을 두고 반복되는 주기성이 마음의 경험을 지배한다. 거리는 가늠되지 않고, 간격은 측량되지 않으며, 속도는 확실치 않고, 횟수는 알려져 있지 않다. 그래도 되풀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 지난 주나 지난해 마음이 겪었던 것을 지금은 겪지 않으나 다음 주나 다음 해에 다시 겪을 것이다.

     

    내가 바람이라면

    철새들의 행진 / 존버로스

    The spring bird procession, 1918 일부

    (★) 자연의 모습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를 생각해본다. 나는 새들(떼)이 날아가는 모습을 가만히 쳐다본 게 언제였던가?

     

    두꺼비에 대한 몇가지 방법 / 조지 오웰

    Some thoughts of the common toad, 1946

    p99.
    분명 우리는 현실에 만족해서는 안 되며, 어려운 상황을 최대한 즐기려고만 해서는 안 되겠지만 실제로 살아가면서 느끼는 모든 즐거움을 없애버린다면 우리는 대체 어떤 미래를 만들어가고 있을까?

     

    산처럼 생각하기 / 알도 레오폴드

    A sand country almana, 1949 일부

    p105.
    우리는 모두 안전, 번영, 평안, 긴 수명, 무탈함을 위해 애쓴다. (중략) 그러나 이 모든 것이 도착하는 지점은 같다. 바로 우리 시대의 평화이다.

     

    내가 바람이라면 / 알도 레오폴드

    A sand country Almanc, 1949 일부

    p107.
    나무는 맨 가지를 흔들며 다퉈보지만 바람을 붙들어 둘 수는 없다.

     

    소나무의 죽음 /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Death of a pine tree, 1851

    p111. 
    나무는 땅을 덮쳐 끌어안고 자신을 이루던 요소들을 흙과 뒤섞는다. 그리고 이제 모두 다시 영원히, 눈도 귀도 고요해진다.

     

    돼지 빚을 갚다 / 마저리 키넌 롤링스

    A pig is paind for, 1942

    p114.
    우리는 그저 호의를 갚을 뿐이다.

     

    구불구불한 길 / 힐레어 벨록

    Crooked streets, 1912

    p130.
    구불구불한 길에는 사람의 경험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다. 사람이 거치는 모든 우연과 불운, 기대, 가정 생활, 감탄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p133.
    구불구불한 길은 사람을 결코 지치게 하지 않는다. 길마다 성격이 있고 영혼이 있다. 이 길에서 저 길로 걸어 다니다 보면 많은 사람과 함께 여행하거나 여러 친구와 어울리는 기분이 든다.

     

    어떤 질문

    마라케시 / 조지 오웰

    Marrakech, 1939

    p141.
    모로코 남부의 중부 도시. 조지 오웰은 건강 악화로 프랑스령 모로코에 속해 있던 마라케시에서 1938년 겨울을 보냈다.
    p143.
    육체노동을 하는 모든 사람은 눈에 잘 띄지 않는다. 하는 일이 중요할수록 더 보이지 않는다.

     

    야간 공습 중에 평화를 생각하다 / 버지니아 울프

    Thoughts on peace in an air raid, 1940

    p150.
    그러나 생각이 효과가 있으려면 생각을 발사할 수 있어야 한다.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p151.
    "나는 정신적 투쟁을 멈추지 않으리"라고 시인 블레이크는 썼다. 정신적 투쟁이란 시대의 흐름을 따르지 않고 거슬러 생각하는 것이다.
    p151.
    시대의 흐름은 빠르고 격렬하다.

     

    용서 / 도로시 세이어즈

    Forgiveness, 1947

    p157.
    용서는 매우 어려운 문제이다. 용서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행동은 참으로 다양하지만 그중에는 훌륭하지 않은 행동도 있다.
    p158.
    신이 우리를 용서할 때 내거는 조건은 종류가 다른 듯하다. 뉘우치고 보상하거나 다시는 잘못을 저지르지 않겠다고 약속하라는 조건이 아니다. 우리가 용서받고 싶다면 조건 없이 용서하라고 말한다. "우리에게 죄 지은 자를 용서하듯 일곱 번씩 일흔 법이라도"
    p160.
    용서는 공정한 관계를 재정립하는 일이다. 공정한 관계를 맺을 때 당사자들은 문제의 그 불해앟ㄴ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던 것처럼 서로 진심으로 느끼고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다.
    p161.
    그러므로 기독교의 용서는 두 가지 측면을 지닌다. 첫째, 반드시 뉘우쳐야 한다. 둘째, 죄를 지은 사람이 뉘우친다는 사실만으로도 모든 죄는 즉시 용서받는다.
    p161.
    뉘우침이 곧 화해이다.

     

    살아 있는 짐 크로우의 원리 : 자전적 스케치 / 리처드 라이트

    The ethics of living Jim Crow : An autobiographical sketch, 1937 일부

    p175.
    집에 돌아와 이야기하니 식구들은 내게 바보라고 했다. 다시는 선을 넘으려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백인 밑에서 일할 때는 계속 일하고 싶다면 "자기 자리를 지켜야" 한다고 말이다.

     

    어떤 질문 / 리처드 라이트 

    Black boy, 1945 일부

    p180.
    사람에게는 다른 사람에게 말하기 힘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심각하고 비밀스런 문제들이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흑인에게는 삶의 사소한 문제들이 말하기 힘든 것이 된다 그 사소한 문제에 자기 운명이 달려 있기 때문이다.

     

    서문 / 윌리엄 포크너

    Foreword to <The Faulkner Reader>, 1954

    p184.
    사람의 마음을 북돋는 것. 글 쓰는 사람 모두 마찬가지다.
    p185.
    하지만 사람의 마음을 북돋우려는 희망과 욕망을 끝까지 분석해보면 전적으로 이기적이며, 완전히 개인적이다. 글 쓰는 사람은 바로 자신을 위해 사람의 마음을 북돋우려 한다. 그렇게 해야 죽음을 물리칠 수 있기 때문이다.

     

    소소하고 은밀한

    색깔없는 것은 1페니, 있는 것은 2페니 /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Penny plain and two pence coloured, 1884 일부

    p193.
    연극을 사는 순간과 집에 도착한 뒤 30분이 기쁨의 절정이다. 그 뒤로는 흥미가 차츰 줄어든다.

     

    장난감 극장 / G.K. 체스터튼

    The toy theater, 1939

    p201.
    아이처럼 논다는 말은 세상에서 노는 일이 제일 중요한 것처럼 논다는 뜻이다. 그러나 우리에게 사소한 일거리나 작은 근심이라도 생기면 그렇게 위대하고 야심찬 인생 계획은 어느 정도 포기해야 한다. 우리는 정치와 상업과 예술과 철학에 쓸 힘은 있지만 놀 힘은 없다.
    p205.
    연극 예술의 가장 큰 예술성은 관객이 창을 통해 모든 것을 본다는 데 있다. 
    p206.
    매우 큰 사상은 매우 작은 공간에서만 표현될 수 있다. 내 장난감 극장은 아테네의 극만큼이나 철학적이다.

     

    제임스 서버의 은밀한 인생 / 제임스 서버

    The secret life of James Thurber, 1943

    p217.
    아쉽게도 어린 시절의 이런 세상은 세월에 저항하지 못한다.

     

    애서가는 어떻게 시간을 정복하는가 / 홀 브룩잭슨

    The anatomy of bibliomania, 1930 일부

    p220.
    책 읽기 좋을 때는 아무 때나다. 아무 도구도 필요 없고 시간과 장소를 지정할 필요도 없다. 책 읽기는 낮이든 밤이든 어느 시간에든 즐길 수 있는 유일한 예술이다. 책 읽을 시간이 있고, 책을 읽고 싶을 때가 바로 책 읽기 좋은 시간이다. 기쁘거나 슬프거나 건강하거나 아프거나 책을 읽을 수 있다. 이유 없이 또는 사소한 연상 작용으로 문득 책이 읽고 싶어질 때가 있다.

     

    읽을 것이냐, 읽지 않을 것이냐 / 오스카 와일드

    The read or not to read, 1886

    (★) 책의 구분을 읽어야 할 책, 다시 읽어야 할 책, 그리고 결코 읽지 말아야 할 책으로 나누는 기발(?)함

    p232.
    사람들에게 무엇을 읽으라고 말하는 것은 대체로 쓸모없거나 해롭다. 문학을 감상하는 일은 기질의 문제이지 가르침의 문제가 아니다. 
    p232.
    사실, 무엇을 읽지 말아야 할지 알려주는 일은 우리 시대에 대단히 필요하다. 우리는 너무 많이 읽다 보니 감탄할 시간이 없고 너무 많이 쓰다보니 생각할 시간이 없다.

     

    행복한 여백 / 케네스 그레이엄

    Marginalia, 1894

    p237.
    내게 행복한 여백은 더 아름다운 세상으로 마음껏 떠날 수 있는 "맑은 하늘"이었다.

     

    길 위에서

    나의 이탈리어 독학기 / 마크 트웨인

    Italian without a master, 1904

    p253.
    시중에 나와 있는 상용 회화책들은 모두 부족하다. 충분히 많은 표현이 실려 있긴 하지만 무릎이 까졌을 때는 뭐라 말해야 하는지 알려주지 않는다.

     

    마슈하드 가는 길 / 로버트 바이런

    The road to Oxiana, 1937의 일부

    (★) 버스를 타지 않았음에도 글을 읽는 것만으로도 생생함을 느끼는 묘사력에 감탄

     

    덜보로우 타운 / 찰스 디킨스

    Dullborough Town, 1860

    p262.
    마차를 타고 가는 길 내내 비가 심하게 내렸고 나는 기대했던 것보다 삶이 더 질척 거린다고 생각했다.
    p267.
    나는 그에게 아무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내게 그 마을이고 성당이고 다리이고 강이고 내 어린 시절이고 내 삶의 큰 조각이었다.
    p277.
    아! 내가 뭐라고, 고향이 달라졌다고 불평한단 말인가. 나 역시 이렇게 달라져서 돌아왔으면서! 어린 시절 내가 읽고 상상한 모든 것이 이곳에서 시작되었다. 그것들과 함께 나는 순진한 생각과 정직한 믿음으로 가득 차 이곳을 떠났고 이제 너무 닳고 해진 그것들을 들고 되돌아왔다. 훨씬 더 지혜로워지고 훨씬 더 나빠져서!

     

    베로나 / 찰스 디킨스

    Pictures from Italy, 1846 일부

    p284.
    내 기억 속에서 베로나는 늘 유쾌할 것이다.

    (★) 로미오와 줄리엣의 배경이 되는 지역이라는데, 나도 한번 가보고 싶다.

     

    걷는 여자 / 메리 헌터 오스틴

    Walking woman, 1907

    p289.
    살아가는 방식으로만 보면 제정신은 아니었다. 정신을 아주 놓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제구실을 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녀의 이야기에는 지혜와 지식이 있었고 기로가 샘에 대한 정보도 인디언들만큼이나 믿을 만했다.
    p297.
    일하고 사랑하고 아이를 낳는 것. 무척 쉽게 들린다. 하지만 우리 삶은 그보다 훨씬 더 중요한 일들을 많이도 만들어낸다.

     

    (★)
    대가들의 작품을 한번에 모아 보는 즐거움. 일부는 찾아서 다른 작품들과 같이 다시 읽어봐야겠단 생각이 들기도 하다.

타인의 시선으로... Omniscient PO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