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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9.30 #부고
    글쓰기방/일상 2024. 9. 30. 21:47

    기차를 타고 올라오는 날, 소셜미디어에 낯익은 얼굴이 영정사진으로 있는 게시물이 보였다.

    우리는 만나기로 했지만, 결국 만나지 못했다.
    부고를 보고 울음을 삼키고 눈물을 훔치며 기차에서 내렸지만, 택시 안에서 나는 신에 대한 분노와 원망, 그리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인간의 나약함, 그리고 어린 아이의 엄마인 그녀 대신, 나 같은 아닌 나쁜 인간들이나 죽었어야 했다는 원통함으로 온갖 원망과 자조가 삮인 말을 내뱉었다.

    우리는 두 번의 출장을 함께 했다.
    첫번째 출장은 현지 QA 출장이라 도착과 출발은 회사별로 제각각이었지만, 휴일에 미술관 투어를 하는 개인 시간 중에 우연히 길에서 만났다. 그래서 우리는 같이 길을 걷고, 남은 일정을 함께 보내며 숙소로 돌아왔었다.

    두번째 출장은 두바이였다.
    한밤중에 도착해 끼니를 때우는 것도, 업무 시작전 반나절 같이 했던 사막 투어도, 아랍권 문화에서 지역 관리자와 함께 하며 어려운 일들도, 빠듯한 일정에 귀국을 앞둔 몇시간 땀흘리며 돌아다녔던 구시가지까지. 그래서 나는 그녀의 아이의 돌잔치도 축하해줄 수 있었고, 한참 늦었던 나의 결혼식도 축하 받을 수 있었는데…

    내 마지막 기억은 한없이 왜소해진 그녀와 포옹하면 헤어졌던 것. 항암치료가 어렵고 전이가 된다는 소식을 전해주었는데… 내가 우울의 늪에서 허우적 거리는 동안, 그녀는 한없이 약해졌음에도 열심히… 살았었다. 그게 아픔을 잊는 것이라며…

    진작에 더 많이 볼 걸. 그냥 맛있는 것이라도 더 먹여줄 걸. 손 놓고 내 삶조차도 흘려 보내느라… 세상에 몇 없는 내 편마저 허망하게 보내버렸다.

    마지막 인사를 하고 오겠지만…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그런데, 나 보고 맛난 거 먹기로 했었는데…
    미안해요… 내가 더 못 챙겼어요…
    언제라 약속은 내가 또 못하겠지만…
    나중에 우리는 또 만날 수 있겠죠?
    우리 만나서 속상했던 것 말하기로 했는데…
    마지막 톡이 약속 취소해서 미안하다는 말과…
    그저 기다리겠다는 대답이라서…
    정말 미안해요…

타인의 시선으로... Omniscient PO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