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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17. 나를 나답게 만드는 것들
    개인 도서관/도서관1 2024. 9. 9. 10:00

    빌 설리번

     

    서문. 진정한 나와 만나다

    p13.
    지난 25년 동안 생명과학 분야를 연구하면서 나는 생명의 진정한 작동방식을 독특한 관점으로 보게 됐다. 

     

    1. 나의 창조주와 만나다.

    p30.
    DNA가 몸뚱이를 만들어낸다는 것은 맣은 사람이 인정하지만, 대부분은 유전자가 지능, 행복, 공격성 등 더 복잡한 특성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깨닫지 못한다.
    p40.
    우리는 가는 곳마다 빵 부스러기를 흘리듯 자신의 미생물총을 일부로 흘리고 다닌다.
    p41.
    우리 몸에 있는 세균 숫자는 사람 세포보다 수가 많다. 그러니까 우리라는 존재는 인간이라기보다 세균의 집합체에 더 가깝다는 얘기다.

     

    2. 나의 입맛과 만나다

    p53.
    생존 기계인 우리는 우리 몸에 유용한 것과 우리 몸에 치명적인 것을 구분할 수 있게 돕는 맛봉오리를 장착했다. 우리의 입맛을 이해하려면 실물 역시 생존기계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식물은 포식자로부터 달아날 수 없기 때문에, 그들의 DNA는 대안적 보호 전략을 개발했다. 한 가지 전략은 자기 몸을 포식작의 입맛에 맞지 않게 만들거나 독성을 띠어 아예 먹을 생각이 안 들게 하는 것이다. 식물은 쓴맛이 나는 화학물질을 만들어냄으로써 나같이 브로콜리를 싫어하는 사람이 자기를 먹는 것을 단념시킨다.
    p67.
    커피는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에너지 전달의 한 형태다. 카페인이라는 약물을 체내 시스템으로 배달하는 손쉬운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이 맛있게 여기는) 방법인 것이다. 카페인은 몸에서 만드는 또 다른 화학물질인 아데노신(adenosine)과 비슷하게 생겼고 우리를 자극하는 역할을 한다. 아데노신은 몸 곳곳을 돌아다니며 우리 몸의 에너지 수준을 알려주는 표지다. 깨어 있는 동안에는 몸속에 아데노신이 축적된다. 그러다가 결국 어느 시점에 아데노신이 뇌에 있는 수용체와 충분히 결합하면 이런 메시지가 전달되는 것이다. "이만하면 됐어. 이제 잘 시간이야." 카페인은 아데노신이 결합해야 할 자리를 대신 차지해서 이런 과정을 차단한다. 그래서 많은 수의 아데노신 수용체가 카페인에 차단되면 뇌는 잠을 잘 시간이 되었다는 메시지를 받지 못한다. 카페인의 양이 뉴런을 속일 정도로 많아지면 거기에 넘어간 뇌는 응급한 상황에 처해 있다고 생각하고 아드레날린(adrenline)을 분비함으로써 '투쟁 도피 반응(fight-or-flight)'을 일으킨다. 그러면 집중력과 기억력이 더 날카로워지고,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몸에 축적해두었던 당분이 반출되어 에너지 수준을 끌어올린다.
    p79.
    우리가 특이한 냄새가 나는 음식을 좋아하는 이유를 유전자로 설명할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미각수용기에 더해 우리가 아주 어릴 때, 심지어 엄마 배 속에 있을 때 입맛이 길들여질 수 있다는 증거가 있다. 태어나지 않은 아기도 엄마 배에 있는 동안 매일 몇 잔의 양에 해당하는 양수를 삼킨다. 그리고 과학자들은 엄마가 무엇을 먹었느냐에 따라 양수가 수프처럼 맛을 띨 수 있음을 증명한다.

     

    3. 나의 식물과 만나다

    p97.
    자연은 어미가 임신한 동안에 경험하는 환경이 새끼가 살아갈 환경과 동일하다고 가정한다. 그래서 아기를 바깥 세상에 대비시키기 위해 태어나기 전부터 새끼의 일부 유전자에 대해 활성의 수준을 미리 프로그래밍해놓는다. 이것을 태아 프로그래밍 혹은 출생전 프로그래밍(Prenatal Programming)이라고 한다.
    p119.
    앞에서도 보았듯이 수많은 생물학적 요인 때문에 일부 사람은 식욕을 조절하기가 굉장히 어렵다. 이런 요인들이 항상 우리의 통제 아래 놓여 있는 것도 아니다. 만약 의지력으로 효과를 본 사람이 있다면 축하한다. 하지만 이런 자제력 역시 유전자의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과학은 결국 비만의 문제를 해결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날이 올 때까지는 공감 어린 지지와 격려가 자신과 타인이 현실적인 건강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돕는 더 나은 방법일 것이다.

     

    4. 나의 중독과 만나다

    p130.
    알코올은 간에서 여전히 독성이 있는 아세트알데히드(acetaldehyde)로 분해된 다음 독성이 없는 아세테이트(acetate)로 다시 분해된다. 알코올 홍조 반응이 나타나는 사람들은, 알코올이 아세트알데히드로 분해되는 것까지는 문제가 없는데, 아세트알데히드의 분해가 효율적으로 일어나지 않는다. 독성이 있는 아세트알데히드가 축적되다 보면 혈관이 확장되어 피부가 붉어지고 열이 나면서 홍조를 띠게 되는 것이다. 아세트알데히드가 과도하게 많아지면 두통과 메스꺼움을 유발할 수 있다. 알코올 섭취에 따라오는 이런 불쾌한 감각 때문에 알코올 홍조 반응이 있는 사람은 술을 많이 마시지 않고, 알코올중독에 걸릴 확률이 높지 않다.
    p146.
    어떤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죽음에 대한 동경을 안고 태어나는 것 같다. 아드레날린 폭주(Adrenaline rush)에 중독되는 것이다. 이것은 알코올과 마약에 빠지게 될 것을 알리는 서곡일 경우가 많다.
    p154.
    중독은 완치가 불가능한 만성 뇌 질환이기 때문에 평생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중독의 피해자를 비난하고, 수치스럽게 만들고, 벌하는 것은 아무 효과가 없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는 이런 낡고 효과 없는 접근 방식에 중독되어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5. 나의 기분과 만나다

    p166.
    누구나 가끔 우울해질 때가 있다. 하지만 임상적 우울증은 이렇게 정상적으로 가끔 찾아오는 우울증과 차원이 다르다. 임상적 우울증은 끝없는 슬픔으로 고통 받으면서 쾌감상실(anhedonia)의 지경까지 갔을 때 자리를 잡는다.
    p173.
    부정적 아동기 경험은 그저 피상적인 상처만을 남기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이것은 피해자의 DNA로 파고들어 유전 암호에 흉터를 남긴다.
    p192.
    물론 우리가 행복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행복은 베이컨과 비슷하다. 너무 과하면 건강에 좋지 않다. 역경은 인생에서 피할 수 없는 부분이고, 어려운 상황에 따라오는 불쾌한 감정을 부정하면 도전에 필요한 생리적 도구를 박탈당한다.
    p194.
    타인을 돕는 행동은 삶에 목적의식과 의미를 불어넣는다. 이는 즉각적인 만족과 거의 황홀경에 가까운 만족감을 제공한다. 그리고 당신이 세상에 대해 더 넓은 시각을 갖게 해주고, 그런 시각을 함께 공유하는 다양한 사람들을 볼 수 있게 해준다.

     

    6. 나의 악마와 만나다

    p217.
    유전자는 단백질을 암호화하지, 행동을 암호화하지 않는다. 이런 유전적 상관관계가 밝혀졌으니 추가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유전자 하나는 전체 그림을 구성하는 퍼즐의 한 조각에 불과하다는 것을 명심하자. 퍼즐 한 조각만 보고 전체 그림을 알아낼 수 없듯이, 유전자 하나만 보고 사람의 행동을 예측할 수는 없다.
    p225.
    종합해보면 이 연구들은 범죄자 중 일부가 어린 시절에 정상적인 뇌 기능을 방해하는 요인에 중독되었던 피해자인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이 독성 요인은 부모의 학대나 또래의 왕따 같은 심리적 형태일 수도 있고 중금속, 니코틴, 알코올 같은 독성 물질의 형태일 수도 있다. 어떤 경우든 이런 요인이 뇌의 발달과 신호 전달을 직접 방해하거나, DNA의 후성유전적 프로그래밍을 통해 반사회적 행동, 공격성, 폭력의 씨앗을 심을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p235.
    사회에서 모든 어린이가 안전한 환경에서 보살핌을 받으며 자랄 수 있는 효과적 수단을 마련하지 않는 한 우리는 미래에 있을 범죄 행동의 씨앗을 계속 뿌리는 셈이다. (중략) 그들이 어른이 되어 범죄를 저지르기를 기다렸다가 처벌하는 것이 옳을까, 아니면 아직 아이일 때 범죄에 빠져들지 않도록 돕는 것이 옳을까?

     

    7. 나의 짝과 만나다

    p241.
    진화적 관점에서 보면 성을 통해 얻는 가장 큰 이득은 유전적 다양성(genetic diversity)이다. 무성생식은 클론을 만든다.
    p252.
    짝 선택에서 냄새의 중요성이 과학을 통해 밝혀지고 있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자신의 자연스러운 체취를 감추려고 갖은 노력을 하고 있다. (중략) 이런 성분들은 짝 후보감을 평가할 때 무의식적으로 이용하는 미생물 신호를 가려버린다. 이런 중요한 정보를 숨기는 것은 사람을 애초에 면접도 보지 않고 고용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비누나 체취제거제가 전하는 코의 즐거움을 빼앗자는 소리가 아니다. 하지만 짝을 결정할 때는 적어도 면티 테스트를 해보거나, 그 사람이 보지 않을 때 빨래바구니에 코를 처박아 보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p275.
    성적 취향이라는 영역에서 사람들에게 주어진 선택권은 하나밖에 없다. 자기와 성적 취향이 다른 사람을 그들이 당연히 누려야 할 존중, 존엄, 평등으로 대할 것이냐는 선택이다. 우리는 모두 똑같은 사람이다.

     

    8. 나의 정신과 만나다

    p285.
    하지만 뇌가 완벽과는 거리가 먼 진화의 생물학적 산물임을 인정해야 한다. 사실 뇌는 문제점을 갖고 있고, 그 중에는 우리 모두를 죽음으로 내몰 수 있는 문제점도 있다.
    p305.
    현재는 기억을 두 단계로 생각하고 있다. 단기기억(short-term memory) 혹은 작업기억(working memory), 그리고 장기기억(long-term memory) 혹은 저장기억(stored memory)이다. 단기기억은 임시로 붙잡아둔 기억이다. 그러다 뇌가 이것이 장기 저장해야 할 정도로 중요하다고 판단하면 보통 잠을 자는 동안에 단기기억에서 장기기억으로 전환된다. 반복은 장기기억을 만드는 방법 중 하나다. 반복하면 뇌에서 구조적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볼 수 있다.
    p311.
    자유의지든 자유거부든 진실은 이것이다. 삶에 뇌가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삶에 가치를 부여해주는 것은 뇌다.

     

    9. 나의 신념과 만나다

    p329.
    보수주의자는 발생 가능한 위험을 감지하는 데 뛰어나다. 진보주의자는 위협을 평가하는 데 뛰어나다. 협력이 잘 이루어지는 사회에서는 상호보완된 능력이 문명의 발전에 필요한 도구를 제공한다. 하지만 오늘날의 문제는 서로에게 등을 돌리게 만드는 극단주의자 때문에 서로의 재능을 더 이상 존중하지 않게 되었다는 점이다. 상대방의 말을 사려 깊게 귀담아 듣기보다는 서로를 얼간이라 비난하며 외면하는 편이 훨씬 쉽다. 우리는 자기편의 관점에만 매몰되는 집단순응사고가 가져다주는 단기적 도파민 보상 중독을 끊어내야 한다. 그리고 논리와 이성을 통해 합의에 도달할 때 찾아오는 장기적 보상을 얻기 위해 싸워야 한다. 1991년에 록밴드 라이브(live)는 흑백의 세상에서 사는 삶을 경고했다. 이제 우리는 '회색의 아름다움'을 보는 법을 배워야 한다.
    p338.
    신념에 대한 우리의 개인적 애착 때문에 오늘날에도 인지부조화는 여전히 불가피해보인다. (중략) 이런 덫에 빠지지 않으려면 모든 것을 진리가 아닌 가설로 여기고 생각을 유연하게 유지해야 한다. 뇌가 자신을 극복하고 불확실성을 받아들이도록 훈련하자. 이것이야말로 학습을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단계이다. 우리가 지금 현재 가용한 증거를 바탕으로 삶을 살아간다면 누구도 그 논리를 흠잡을 수 없다. 증거를 무시하면서 살아가는 것은 비논리적이다. 비논리적인 삶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p345.
    인생은 속편이 없는 원-테이크 영화라는 것을 깨닫고 나면 더 잘 살아야겠다는 절박함이 생겨난다.
    p348.
    우리는 무언가를 믿는대신 가용한 정보를 바탕으로 결론을 끌어내야 한다. 하지만 우리 뇌는 신념과 결혼해버렸다. 그래서 신념과의 이별이 고통스럽기 그지없다. 반면 결론과의 잠자리는 한 번 만나고 헤어지는 가벼운 만남에 더 가깝다. 결론을 끌어내는 행위의 아름다움은 새로운 데이터가 등장할 때마다 새로운 결론으로 갈아탈 수 있다는 것이다.

     

    10. 나의 미래와 만나다

    p362.
    약물에 의존하지 않고 유전자 발현을 통제하는 또 다른 방법이 있다. 식생활과 운동 등 환경을 바꾸는 것이다.
    p381.
    과학은 누구든 자기가 원하는 것은 다 될 수 있다는 개념을 떨쳐냈다. 선천적으로 타고난 것과 후천적인 환경에서 큰 불평등이 존재하기 때문에 우리 모두는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기를 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불평등을 최소화할 실용적인 조치를 통해 모든 사람이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로 펼치며 살게 할 수 있다. 이 세상을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 특히나 우리 아이들에게 주어진 선택이 물속으로 가라앉을 것이냐, 헤엄쳐 나올 것이냐가 되어서는 안 된다. 헤엄쳐 나올 것이냐, 구조 받을 것이냐가 되어야 한다. 결국 이것이 더욱 강하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 것이다.

     

    결론. 새로운 나와 만나다

    p386.
    오랫동안 우리는 스스로 자유의지를 가진 주체라 생각해왔는데, 결국 우리의 행동이 전부는 아닐지언정 대부분이 자신의 의지에 따른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됐다. 그저 꼭두각시 줄이 이끄는 대로 행동 해왔을 뿐이다. 그 줄 중 하나는 DNA다. 그리고 또 하나는 후성유전이다. 그리고 또 하나는 미생물총이다. 거기에 하나 더 있는 것이 무의식이다. 그리고 아직 우리가 모르는 방식으로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줄들이 더 많이 발견되고 있다.
    p387.
    그렇다. 과학은 우리의 에고(ego)를 박살내는 존재다. 하지만 현실에 안주하는 우리가 가끔 한 번씩 정신을 바짝 차리게 해주면 우리를 겸허히 단결시켜 프리마돈나 뇌에 이롭게 작용할 수 있다. 우리의 에고는 자기편이라 생각하는 사람과 나머지 사람들 사이에 쓸데없는 벽을 세웠다. 이런 에고를 파괴하면 우리를 기르고 있는 무의미한 선을 지워 움켜쥐고 있던 주먹을 풀고 손을 내밀 수 있게 해줄 것이다.

     

    (★)
    내가 이 책에서 재밌게 읽은 부분은 입맛과 관련된 것이다. 나는 고수를 싫어 한다. 화장품 맛이 난다는 것. 그리고 익힌 당근도 싫어 한다. 그런 입맛이 내 몸의 특성과 관련이 있다는 건 정말 흥미로운 사실이다. 또 하나는 이성적 매력. 여름철 땀내새가 쉰내가 되는 것이 싫어 열심히 바르고 뿌려대는 데오드란트나 향수가 나의 진짜 성질을 감춰주는 고마운(?) 존재이지만, 때로는 나의 천생연분(?)을 만나지 못하게 하는 장애요인이 될 수 있다니, 이 얼마나 아이러니한가.
    그리고 마지막 결론에서 작가가 말한 것처럼 우리를 결정짓는 것은 물리적으로 DNA, 정신적이나 후천적 영향 요인들이 종합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우생학 등도 하나의 이론이 될 수 있겠지만, 모든 것을 결정짓는 결정론적 이유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고, 유행처럼 물어보는 혈액형, MBTI 등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

타인의 시선으로... Omniscient PO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