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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46. 붕대감기
    개인 도서관/도서관1 2024. 5. 14. 08:05

    윤이형

    눈 앞의 현실을 감당할 수가 없어서 자꾸만 잠으로 도피하게 되었다.
    딱 한 명만 있었으면, 은정은 종종 생각했다. 친구가, 마음을 터 놓을 곳이 딱 한군데만 있었으면. 돌아가신 아버지에게라도, 자기가 누군지조차 잊은 채 요양원에 계신 엄마에게라도 전화를 걸어 말을 하고 싶었다.
    손님을 평가하지 마, 절대로. (중략) 손님들이 자기 상태를 모를 것 같니? 다 아는데 좀 나아지게 하려고, 기분이 조금이라도 좋아지려고 미용실에 오는 거잖아. 그런데 머리하러 와서까지 그런 말을 들어야겠니?
    나처럼 나이든 사람과 절친이 되어주진 않겠지. 가끔 이렇게 데이트를 해줄 뿐. 그러니 직설을 할 자격은 내게 없다. 쓴소리를 할 권리는 전적으로 절친의 것이니까.
    '이런 말을 하면 채이 언니는 화를 내겠지만 나는 가끔씩 견딜 수가 없다. 함께 싸워준다던 사람들이 그렇게 많았는데 왜 우리 언니는 이렇게 혼자지. 왜 항상 혼자 병실에 있어. 언니의 고통이 어떤 사람들에게는 결과적으로 영광이 된다. 인간에게는 왜 말이 있을까. 언제나 말, 말, 말들뿐이다.'
    왕따를 당하는 아이는 왜 왕따를 당하는가? 이런 질문에는 '그런 이유 따위는 없다'고 대답하는 게 옳다. 누군가를 따돌리는 인간들이 잘못이다. 그런 행위에 이유를 부여해 정당화해 주어서는 안된다.
    공포가 세연의 깊은 곳을 차지하고 이 흐름을 따르라고 명령했다. 아마도 그 공포였을 것이다.
    철저히 개인주의적 생활을 해왔을 뿐 세상에 기여한 바가 별로 없다는 부채감, 지금껏 한번도 본 적이 없는 과격함을 지니고 세상과 싸우겠다고 나선 어린 여성들의 발목을 잡고 싶지 않다는 생각, 저 사람들이 더 나은 곳으로 아주 멀리까지 가게 응원해주고 싶다는 마음, 그런 것들도 있었을 것이다.
    그들은 젊었고, 불가능한 꿈을 꾸고 있었다. 그 꿈이 그들에게는 중요했다.
    옛날에는 너무 지겨웠는데. 세상이 어째서 이렇게까지 안 변할까, 대체 어떻게 해야 이게 변할까 싶었는데 그런데 지금은 너무 빨라. 빨라서 어지럽고 울컥거릴 때가 많아. 그런 걸 보면 네가 하는 말들이 틀린게 없는 것 같아. 우린 승객이었을 뿐, 그동안 이 버스에서 한 번도 운전대를 잡아본 적이 없었던 거지. 그런데 이제 처음으로 스스로 운전을 할 기회가 주어진거야. 그래서 이렇게 어지러운 거겠지. 방향 하나하나, 신호 하나하나, 승객들 한명한명에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니까.

     

    (★)
    제목에서부터 답답함이 느껴진다. 사는게 왜 이리 답답할까. 이 책을 20대에 읽는다면 이해가 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뜬금없지만, 미용실 이야기는 가슴에 와 닿는다. 나도 맨날 저런 말 듣기 싫어 미용실에 가기 싫은데... 시간과 돈을 다른 곳에 쓰고 싶은 사람에게 머리 관리 잘 못한다는 말은 상처가 되기도 하니까. 내 돈 내고 혼나고 오는 그런 장소. 하하하.

타인의 시선으로... Omniscient PO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