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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7. 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개인 도서관/도서관1 2024. 5. 3. 10:52
김새별, 전애원
당신과 나, 우리 모두는 소중한 존재다.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고마워하는 사람이 있다. 단지 우리가 모르고 있을뿐.
살아 있든, 죽었든, 부패했든 아버지에겐 그저 소중한 딸이었던 것이다.
고인과 가족들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더 나은 삶을 위해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살았지만 서로의 고통을 이해하지 못했다. 가족들은 외로움에 마음의 병이 깊어가는 고인을 이해하지 못했고, 고인은 자신의 행동으로 고통받는 가족들은 이해하지 못했다. 끝내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사랑도 우정도 내게 손해인가 이익인가를 따지고, 잘 나가는 친구한테는 없는 용건도 만들어 전화하면서 사정이 어려운 친구와는 연락을 끊는다. 도움이 안되는 친구는 친구도 아니다. 이런 인간관계 속에 사는 한 우리는 고인과 노숙인들의 우정을 이해할 길이 없다.
(중략)
다시금 나 자신은 주변 사람들과 어떤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고 있는지 반성하게 된다. 누군가 우정이란 '서로의 무거운 짐을 함께 나눠 지고 가는 관계'라고 말했다. 우리는 그렇게 서로를 의지하며 이 험난한 세상을 함께 살아가는 존재들이 아닐까.끝까지 버티는 사람이 승자라는 말은 언제나 진리다. 애초의 목표에 도달하지 못했다해도, 버티다 보면 내가 해야 할 일이 번뜩이며 찾아올 때가 반드시 있다. 끝까지 버텨야 그런 날이 온다.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열심히 하다 보면 길이 보이고, 그 길을 나의 것으로 만들 수 있다.
모두의 잘못이 아니다. 그리고 모두의 잘못이다. 귀한 삶이 있고 비천한 삶이 있다는 관념을 만든 것은 사람이다. 우리 모두가 그녀의 선택에 책임이 있다.
사랑이 증오로 변하니 사람이 괴물로 변했다.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우리는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 것일까. 문득 소름이 돋았다.
힘든 것도 살아 있으니 겪는 거고 행복한 것도 살아 있어야 겪는 것이다. 인생에 행복만 있을 수 없고 반대로 괴로움이 없을 수 없다. 그런데 우리는 이 두가지 가운데 하나만 취하려 한다. 행복한 것은 당연하게 생각해서 행복인 줄을 모르고, 괴로움은 원래 삶에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여겨서 '왜 나한테만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모르겠다'라며 원망하고 비관하며 자신을 파괴한다.
괴로움은 삶에 다달이 지불하는 월세 같은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 훨씬 많은 행복이 우리를 찾아온다. 당연히 여겨서 모를 뿐이다.나에게도 그렇게 평화롭고 안온한 죽음을 맞을 수 있는 행운이 찾아오기를 기도한다. 마지막으로 내게 소중한 사람들을 한번씩 안아보고 조용히 잠드는 것. 아마도 모두가 원하는 죽음일 것이다.
우리가 일하면서 받는 스트레스, 살아가면서 받는 상처는 대개가 사람으로 인한 것이다. (중략) 살아가는 동안 우리는 수없이 많은 사람을 만나고 그만큼 많은 상처를 받는다.
하지만 반려동물은 상처를 주지 않는다. 겉과 속이 다르지 않고, 배신하지 않으며, 떠나가지 않는다. 한없이 믿어주고, 조건 없이 사랑해주면, 한결같이 곁을 지켜준다. 내 진심을 오해하지도 이용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반려동물을 키우며 크나큰 위로를 받는다.같은 하늘 아래 살고 있어도 우리가 모르는 세상이 있다.
우리에게 정말로 남는 것은 누군가를 마음껏 사랑하고 사랑받았던 기억, 오직 그것 하나뿐이다.
(★)
우연일까, 아니면 깨달음의 귀결이 같은 것일까? 우리는 일상의 무탈을 행복으로 여기지 못하고 남과 비교하며 더 좋은 것들을 소유하기를 꿈꾸는 욕망으로 하루하루 힘들게 보내는 것 같다. 뭐, 지금의 나는 무탈만을 바라기도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