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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24. 온 더 무브 (On the Move)
    개인 도서관/도서관1 2024. 5. 2. 15:19

    올리버 색스

    p16.
    열두 살 때 한 통찰력 있는 교사가 생활 기록부에 "색스는 멀리 갈 것이다. 너무 멀리만 가지만 않는다면"이라고 적었는데 그 염려가 그리 틀리지 않았다.
    p30.
    착시도 내게는 매력적인 현상이었다. 이 현상은 지적인 이해, 통찰, 심지어 상식조차 지각 작용의 왜곡 앞에서는 무기력하다는 사실을 보여 주었다. 깁슨의 반전 안경이 시지각 왜곡을 바로 잡을 수 있는 의식의 힘을 보여주었다면, 착시는 지각 작용의 왜곡은 의식의 힘으로 바로 잡을 수 없음을 보여주었다. 
    p74.
    주말이나 휴일을 맞아 런던에서 벗어나면 마음이 날아갈 것 같았다. 나에게 휴일이란 다른 무엇보다 마이클 형으로부터 벗어나는 휴가, 때때로 견딜 수 없는 형의 존재로부터 떠나는 휴가였다. 하지만 형이 본래 가진 다정하고 자상한 성품과 유머 감각이 다시 제 빛을 발하는 순간들도 있었다. 그럴 때면 그게 진짜 마이클 형임을 새삼 깨달았다. 무시무시한 발작으로 사람을 미쳐 날뛰게 만드는 조현병도 온전하고 그토록 상냥한 진짜 마이클 형을 완전히 죽이지는 못했음을.
    p143.
    멜이 떠나간 뒤 버림받은 느낌에 사무치도록 외로웠다. 마약에 손을 대기 시작한 것이 바로 이 시점이었다. 보상 같은 것이 필요했다.
    p144.
    그렇지만 멜의 역겹다는 듯한 반응은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겼고, 언젠가는 참된 사랑을 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 마저 앗아갔다. (내가 느낀 것은 그런 박탈감이었다.) 나는 내면으로 파고들었고 아래로 가라 앉으며 마약이 채워주는 환상과 쾌락에서 만족을 구하려 들었다.
    p182.
    만족스러운 (그리고 바라건대 창조적인) 일을 하지 못하는 한 자꾸만 마약에서 만족을 구하게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언가 의미있는 일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고, 이것이 내게는 환자를 보는 일이었다.
    p183.
    그뿐 아니라 정신과 상담 덕분에 내 목숨을 수차례 구할 수 있었다고 믿는다. 1966년 시절 친구들은 내가 서른 다섯을 넘기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고 나 또한 같은 생각이었다. 그러나 정신과 상담과 좋은 친구들, 임상과 글쓰기 활동이 주는 충족감, 그리고 무엇보다 행운이 나를 만인의 예상을 뒤엎고 여든이 넘도록 살아 있게 해준다.
    p195.
    나는 프리드먼이 편두통이라는 분야 자체는 물론 클리닉과 거기에서 일하는 사람들까지 다 자기것으로 여겼으며, 따라서 그 사람들의 생각과 작업까지 자기 것처럼 쓸 권리가 있다는 그릇된 주인 의식을 갖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양쪽 모두에게) 가슴 아픈 이 이야기는 결코 드문 일이 아니다. 제자에게 스승이 연장자로서 아버지 같은 존재가 되어주던 학문적 부자 관계가 아들이 청출어람하면서 파탄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
    p230.
    나는 글쓰기 행위를 통해서 글을 쓰는 동시에 생각을 발견하는 쪽인 듯 하다. 
    p233.
    어머니의 죽음은 내 삶에서 가장 충격적인 (가장 깊은) 상실, 아마 어떤 면에서는 가장 현실적인 관계의 상실이었다. 이만큼 마음에 사무치는 상실감은 여태껏 한 번도 느껴본 적이 없었다. 
    p279.
    내게는 누군가 그렇게 마음을 써준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생각해보면 부모님이 나를 얼마나 생각해주는지 조차 믿지 못할 때가 있었던 것 같다.
    p439.
    우리의 유전자 설계에 타고난 편향이나 기질이 존재하는 것은 분명하다. 그렇지 않다면 신생아에게는 어떤 성향도 없을 것이며 무엇을 하거나 무엇을 구하기 위해 또는 살아남기 위해 움직이려 들지도 않을 것이다.
    p456.
    앞을 볼 수 없다는 것도 두려웠지만 그보다 더 두려운 것은 죽음이었다. 그래서 흑색종하고 일종의 흥정을 했다. 꼭 그래야겠다면 눈을 가져가라. 하지만 나머지는 남겨다오.
    p460
    12월에 들어서자 좌골신경통이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상태로 악화되어 더이상 책을 읽을 수도 생각에 집중할 수도 글을 쓸 수도 없었고, 평생 처음으로 자살에 대해 생각했다.
    p465.
    내게 글쓰기는 정신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절대적 요소다. 생각이 떠오르고 그 생각이 꼴을 갖추어가는 과정 전체가 글쓰기를 통해 이루어지는 까닭이다. 
    p466.
    나는 이야기 꾼이다.
    p466.
    글쓰기는 잘될 때에는 만족감과 희열을 가져다준다. 그 어떤 것에서도 얻지 못할 기쁜이다. 글쓰기는 주제가 무엇이든 상관없이 나를 어딘가 다른 곳으로 데려간다.

     

    (★)
    이 책을 읽기 전에는 그저 하얀 가운을 입은 의사 정도의 이미지만 있었는데, 바이크를 모는 그, 동성애인 그, 역도 신기록 (스쿼트 자세, 270kg)을 세우는 그, 약물 중독의 그 등등 그의 새로운 모습을 많이 접하게 되어 놀랍기도 했다. 
    요즘 우리 사회도 마약이 큰 이슈가 되는데 그가 언급한 것처럼 의미가 있는 삶이라면 그 의미를 위해서라도 열심히 살 수 있는 것이 맞을 듯 하다. 마약이 아니더라도 우울증이나 기타 대인 기피증과 같은 정신적인 힘듦을 보여주는 요즘의 우리 모습들은 아마도 너무 열심히 살다가 어느 순간 방향이나 의미를 상실하고 습관적인 속도에 몸을 맡겨버리거나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속도에 멈추기 어려워 생기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한다. 그러나 어찌할까? 경쟁이 우선시 되고, 나보다 잘난 사람에게 박수가 아닌 질투와 시기를 먼저 던지게 되는 이 사회 분위기를 나 혼자서, 아니 개개인 혼자서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조그마한 변화가, 아니 개인의 의지가 모여 둑을 쌓고 물의 흐름을 바꿀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거기까지 가기까지 지쳐버린 개개인이 어떤 식으로 희망을 가지고 노력을 할 수 있을까? 나는 부디 우리도 포기하지 않기를 바라지만, 선한 영향력을 가진 사람들이 조금 더 많이 나타나기를 바란다.

타인의 시선으로... Omniscient PO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