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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3. 그녀의 취미 생활개인 도서관/도서관1 2024. 5. 2. 14:57
서미애
이곳은 지루한 곳이다. 나같은 젊은 여자에게는.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명절 때만 듣는다는 친척들의 인사말과 잔소리를 이곳에서는 매일 듣는다. 오지랖 넓으신 이웃 사촌들은 어제 봤던 얼굴인데도 오늘 다시 만나면 같은 얘기를 반복한다.
그들은 자신들이 보고 자란 방식으로 나를 가두려했다. 마치 봉지 속에서 키워지는 애호박 같았다.
누구와 싸우는 것도, 관계가 불편해지는 것도 싫었던 할머니는 그저 시선을 피하고 귀를 막는 것으로 그들의 과한 참견을 막아내셨다.
잠시 밀려들었던 죄책감이 지나자, 묘한 해방감이 들었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것처럼 가슴 한 켠이 뻥 뚫렸다. 하면 할 수 있는 것을, 왜 그동안 하지 않았던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
읽다보니 책이 끝났다. 이 소설이 영화로도 만들어졌다고 하던데... 도시를 벗어나고 싶다가도 이런 주제를 마주하게 되면 도시, 아니 지금 익숙한 이 곳이 가장 안전하기도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