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1. N.P개인 도서관/도서관1 2024. 4. 26. 20:40
요시모토 바나나
p52.
모르겠다. 이런 때는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무언가가 오기를, 무슨 일이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기도하면서.p109.
묘한 기분이다.
사랑을 하고, 헤어지고, 사별도 하고, 그렇게 나이를 먹어 가노라면, 눈 앞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서로 엇비슷하게 여겨진다. 좋고 나쁘고 하는 우열을 가릴 수가 없다. 다만, 나쁜 기억이 늘어나는게 겁날 뿐이다.p133.
밤은 스이를 닮았다. 낮에 생각하면 어렴풋하고, 대단할 것 없이 여겨진다. 그러나 정작 밤이 찾아오면, 그 어둠의 피부 감촉이란, 거역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순수다.p142.
"타인의 문장을 마치 자신의 생각인 양 더듬어 가는 셈이잖아. 하루에 몇 시간이나, 자기 자신이 집필하듯이. 그러면 어느 틈엔가 타인의 사고 회로에 동조하게 되거든. 참 묘한 일이지. 위화감이 없는 데까지 파고 들어 가기도 하고. 어디까지가 진짜 자기의 생각인지 알 수 없게 되기도 하고, 평소 생활에까지 타인의 사고가 뒤섞여 들어오고. 영향력이 강한 사람의 책을 번역하다 보면, 그냥 독서를 하는 것보다 몇 배나 영향을 받게 돼."p206.
당신과 함께 있으면 즐거웠습니다. 당신은 앞으로도 그렇게 인생을 살아가겠죠. 재미있는 인생이 될 것입니다.p228.
침묵을 감싼 파도 소리가, 밤이 깊어감과 동시에 한층 뚜렷하고 선명하게 들려오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눈앞에 펼쳐진 한없이 드넓은 바다가 가슴속에 쌓여 있던 많은 것을 깨끗하게 씻어 내리고, 신선한 대가가 마음을 채워갔다. 하지만 무언가 빛나는 것이 있어, 언제까지고 사라지지 않았다. 조용했다. 영원히, 세계가 끝나 버릴 것처럼, 청결한 밤이었다. 이런 밤의 이미지였다. 그 소설의 라스트 신.(★★)
20대에 읽을 때는 몽글몽글해서 좋았는데, 지금은 나의 책 선택의 기준에서 멀어져버린 것 같다는 생각에 슬퍼지기도 하다. 사실 이 책도 읽으면서 점점 우울해지는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