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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6. 파리 좌안의 피아노 공방
    개인 도서관/도서관1 2024. 4. 26. 10:26

    사드 카하트

    p21.
    고객이 되려면 기존 고객을 찾아야 한다는 묘한 관행은 받아들이기 힘들었고, 실제로 실행에 옮기기도 힘들었다.
    p27. 
    "사실 잘 만든 것이기는 하지만, 평범한 피아노죠." 그의 말로 볼 때 잘 만든다는 것은 피아노가 전부인 이 사람에게 저체의 한 부분에 불과함을 알 수 있었다. 그럼 다른 요소들은 무엇일까? 디자인? 재료, 마감, 평판? 무엇 때문에 어떤 피아노는 훌륭하고, 어떤 피아노는 잘 만든 것이기는 하지만 평범한 것일까? 그 답은 물리적인 속성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 정도는 분명했다. 마치 피아노에 우리를 끌어 당기는 그 나름의 기질 같은 것이 있는 듯 했다. 뤼크의 태도 때문에 나는 피아노를 생전 처음 보는 사람이 된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p41. 
    뤼크는 피아노를 얻은 방식을 이야기 할 때는 늘 모호한 표현을 썼다. 절대 '샀다'거나 '거래했다'거나 '경매에서 낙찰받았다'는 표현을 쓰지 않았따. 그는 피아노가 '나한테 왔다'거나 '도착했다'고 말했다. 마치 문간에 천사가 나타난 것처럼. (중략) 피아노는 한동안 그와 함께 살러 온, 떠날 때까지 그가 보살펴야할 영혼이었다.
    p63.
    뤼크는 피아노가 나약하다거나 변덕스럽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복잡한 악기로서 그 부품들이 큰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고 보였다. 그런 뒤에야 함께 협력하여 음악의 연금술을 보여준다는 것이었다.
    p63.
    "집에 피아노가 있다고 해서 가게에 발을 끊지는 마세요." 뤼크는 밝게 웃으며 덧붙였다. "그리고 잊지 마세요. 이제 우리 고객이 되셨으니까, 믿는 친구들을 나한테 보내셔도 돼요."
    p70.
    나는 프랑스에 사는 4년 동안 가이야르 선생님에게서 계속 레슨을 받았다. 학교 살롱에서 보낸 그 시간의 기억은 음악의 신비에 익숙해지는 기쁨으로 가득하다. 피아노는 내가 완전히 다른 곳을 여행할 수 있는 마법의 양탄자가 되었으며, 나는 아이들이 자신만의 새롭고 기분 좋고 침해 당할 일 없는 세계를 발견했을 때 가끔 그러하듯이 반쯤 멍한 상태로 살롱을 나서곤 했다.
    p75.
    나는 사람들이 자기 피아노와 헤어질 수밖에 없는 악운이나 안타까운 상황에 늘 안쓰러움을 느끼곤 했다. 그러나 뤼크에게는 완전히 다른 참조틀이 있었다. 그는 자신에게 악기를 파는 사람들을 감상적으로 보지도 않았고 동정하지도 않았다. 그냥 담백하게 받아들였다.
    p128
    세월이 흐른 뒤 내 삶에서 피아노의 중요성을 다시 발견했을 때, 나는 킬리언 선생님같은 사람을 만나는 상상을 했다. 나에게 음악을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내부로부터 음악을 끌어낼 수 있는 직관력 있는 교사. 그러나 성인으로서 연주를 즐기려면, 그런 사람을 우연히 만나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는 대신, 내가 직접 찾아 나서서 나의 요구와 기대를 분명히 밝혀야 함을 알았다.
    p167.
    웃음이 터졌고, 우리는 남은 와인을 따랐다. 나는 공통점이 없는 사람들을 둘러보다가, 프랑스에서는 이렇게 서로 배경이 다른 많은 사람들이 허물없이 어울리는 일이 매울 드물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략) 이들은 마치 비밀 결사처럼 동질적이고 폐쇄적이다. 그러나 이 공방은 완전히 다른 분위기였다. 뤼크가 인정하고 피아노를 좋아한다는 공통점만으로 사람들이 함께 모이게 된 것이다.
    p195.
    '피아노를 조화로운 상태로 만든다. Bring a piano into tune.' (Tune은 조율된 상태라는 뜻이기도 하다)라는 영어 표현은 조율의 핵심을 가장 잘 포착하고 있다. 곧, 조율이란 무엇보다도 이 악기의 모든 요소를 미묘한 평형점으로 맞추고, 이 균형이 가능한 한 오래 인간의 귀가 받아들일 만한 범위 내에 머물도록 다듬는 일이다.
    p205.
    하지만 금속과 나무를 다듬고 조율하고 목소리를 부여하여 우리가 피아노라고 부르는 복잡한 기적을 만들어내는 능력을 갖춘 사람이 세상에 얼마나 될까? 고귀한 일에는 고귀한 제스처가 따르기 마련이다. 악기를 아끼는 마음으로 수리한 뒤 다시 세상에 내보낸 누군가의 필체를 읽는 것은 얼마나 귀중한 발견인가. 마치 조개껍질에서 진주를 발견한 것 같지 않을까? 그 메시지에는 아무런 모적지도 방향도 없다.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의미는 하나뿐이다. "내가 있었다."
    p217.
    "피아노는 아주 사적인 거죠."
    p217.
    우리는 피아노에 꿈을 투자한다. 지나가다 내키면 건드려 본다. 그 위에 가장 좋아하는 사진이나 귀중한 물건을 올려놓아 집안의 성전으로 꾸며 놓는다. 이런 피아노가 우리 삶에서 사라지면 그것은 사실 대체할 수가 없다. 거기 포함되어 있는 우리 삶의 흐름의 한 부분을 돌이킬 수가 없다는 것이다. 시간은 흐르고, 피아노는 우리와 마찬가지로 닳거나,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운명의 소용돌이에 휩쓸려 파괴당한다. 우리는 다시 시작할 수도 있고, 새로 좋은 악기를 들이면 음악의 영역으로 통하는 문이 다시 열릴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것이 나무와 금속으로 만든 커다란 덩어리가 발휘하는 특별한 연상의 힘은 그 개별적인 피아노 한 대만 갖고 있는 것이다.
    p221.
    프랑스에서는 음악교육을 매우 심각한 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었다. 그 자체로는 존중할 만한 일이었지만, 지나치게 공식적이고 학술적인 접근 방법으로 방향을 트는 경우가 많았다. (중략) 우리는 딸 아이가 음악의 튼튼한 기초를 닦기를 바랐지만, 동시에 모험과 발견의 느낌도 경험해 보기를 원했다. 선생이나 부모를 놀라게 해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음악을 사랑해서 연습하기를 바랐다. 따라서 올바른 출발점이 중요했다.
    p288.
    "단어만으로 이루어진 책이란 게 없듯이, 음표만으로 이루어진 음악도 없지. 우리는 사물이 모호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하네."
    p321.
    숲은 나무를 주고, 땅은 금속을 주었다. 그러나 그 모든 것 가운데서도 가장 진귀한 요소는 또 가장 계량하기 어려운 것이기도 했다. 그것은 새로운 피아노를 설계하는 특정한 형태의 인간의 천재성이었다.

     

    (★★★★)
    이 책은 4번 이상 읽은 것 같다. 지금도 책장에 남겨두고 있는 소중한 책 중 하나.
    읽을 때마다 피아노 치는 것을 다시 배우고 싶은 욕망은 들지만, 게으른 나는 결국 원상태에서 머물고 있다.
    그리고 또 하나, 장인 정신. 유퀴즈에 나오셨던 피아노 조율사마냥 나는 이 책에 등장하는 피아노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몰두하는 모습을 배울 수 있었다. 나는 왜 이렇게 하지 못할까? 하는 자괴감이 들 때도 있지만, 읽을 때마다 여러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나에게 잘 맞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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