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 리스본 행 야간열차개인 도서관/도서관1 2024. 4. 17. 20:17
파스칼 메르시어
p25.
그가 라틴어 문장을 좋아하는 이유는 이 문장들이 과거의 모든 침묵을 자기 안에 품고 있기 때문이었고, 뭔가 대답하라고 강요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 언어는 온갖 소란스러움에서 떨어져 있었고 확고부동하며 아름다웠다.p43.
저는 이제 긴 여행을 떠납니다. 언제 돌아올지, 돌아온다는 것이 어떤 의미가 될 지 저도 아직 모릅니다.p89.
그 뒤로 그는 어디서든 <불안의 책>을 보기만 하면 얼른 지나쳐갔다. 두 사람은 이 사건에 대해 말을 나누지 않았다. 이 일은 둘이 헤어질 때까지 앙금이 남아 있던 온갖 사연들 가운데 하나였다.p178.
사람들은 이야기를 나누고 즐긴다. 마치 말을 쉬기 위해 아이스크림을 빨아 먹는 일을 즐기듯이. 그러나 여기서는 다르다. 이곳 사람들은 자기가 하는 말이 이루 말할 수 없이 중요하다는 듯이 행동한다. 그러나 이런 '잘난척'도 잠은 자야 하는 법. 남는 것은 오만의 시체가 곳곳에 드러누워 풍겨대는 썩는 냄새가 나는 적막감뿐이다.p220.
두번째로 오는 느낌은 처음과 같지 않다. 그것은 반복을 의식함으로써 퇴색된다. 너무 자주 오고 오래 지속되는 감정은 우리를 지치고 싫증나게 한다. 불멸하는 우리의 영혼 속에는 이런 것들이 결코, 절대로 끝나지 않을 것임을 아는 데서 오는 어마어마한 권태감과 절규하는 절망감이 자랄 것이다. 우리도 변화하는 감정과 함께 변하기를 원한다. 감정은 바로 예전의 자신을 떨쳐버리기 때문에, 그리고 스스로 다시 사라질 미래를 향해 가기 때문에 감정이다.p251.
우리에게 다른 사람의 생사여부를 판단하거나 주관할 권리가 없다.p264.
현재 완성되지 못한 자기 인생에 대한 의식 자체가 불행이라면 누구나 평생 필연적으로 불행할 수밖에 없지. 반대로 완전하지 못하다는 자각은 죽지 않고 살아 있는 인생을 위한 조건이야. 그러니 불행을 만드는 요소는 분명히 이와는 다른 그 무엇이지. 그건 바로, 완성되고 완전한 경험을 하는 건 앞으로도 불가능하다는 인식이야.p292.
실망은 불행이라고 간주되지만, 이는 분별없는 선입견일뿐이다. 실망을 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무엇을 기대하고 원했는지 어떻게 발견할 수 있으랴?p356.
부모들이 지닌 의도나 불안의 윤곽은, 완벽하게 무기려갛고 자기가 어떻게 될 지 전혀 알지 못하는 아이들의 영혼에 달군 철필로 쓴 글씨처럼 새겨지지. 우리는 낙인 찍힌 글을 찾고 해석하기 위해 평생을 보내면서도, 우리가 그걸 정말 이해했는지 결코 확신할 수 없어.p362.
사람들은 말로 표현할 수 있는 정도로만 자기를 결정합니다.p382.
두 사람은 침묵에 싸여 서로를 이해하지 못했고, 한족의 침묵이 다른 쪽의 침묵을 불러온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p465.
아마데우를 잘 아는 사람들은 그와 그의 기대를 결코 충족시킬 수 없다는 느낌, 늘 그 뒤에 처져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이야기 했어요. 스스로를 별로 대단한 사람이 아니라고 여기는 그의 성격은 모든 상황을 더욱 나쁘게 만들었어요. 다른 사람들이 그의 자만심을 공격해서 그를 자신을 방어할 수도 없게 만들었으니까요.p495.
분노라는 들끓는 독, 타인 때문에 - 그들의 뻔뻔함과 부당함, 타인을 배려하지 않는 태도 - 우리가 화를 낸다면 우리는 그들의 권력 아래에 놓인 것이다. 그들은 우리의 영혼을 갉아 먹고 자란다.p535.
인생이 불완전한 상태로, 토르소로 머물 것이라는 공포. 원하던 모습이 되지 않으리라는 자각. 우리는 죽음에 대한 공포를 결국 이렇게 정의했다.p559.
열린 시선이 이렇게 어려운 이유는 도대체 무엇 때문인가? 우리는 믿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한 게으른 존재다.작가 인터뷰 중
p575.
누구든 자기 삶이 총체적으로 잘못 진행된다 느끼고 지금 상황이 가망 없다고 판단하면 떠날 수 있습니다. 과격하게라도 현 상황을 깨지 않으면 변화할 수 없다는 압력을 느낄 때 말입니다.(★★)
처음 이 책을 읽을 때는 난해했다. 그리고 몇년이 지나 다시 읽는데 너무 가슴에 와닿았다. 나도 지금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아서일까? 정리하는 중에 또 얼마의 시간이 흘렀으니, 다시 한번 더 읽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