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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 완벽한 아이개인 도서관/도서관1 2024. 4. 16. 18:59
모드 쥘리엥
p35.
아버지는 자신이 무엇을 하든 전부 다 나를 위해서라고 되풀이해 말한다. 자신의 삶을 온전히 나를 위해, 예외적 존재가 될 운명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나를 키워내는 일에, 나의 형체를 빚고 조각하는 일에 바치고 있다고 말한다.p39.
무표정 훈련에서 가장 힘든 것은 가려움이다. 처음부터 가렵고, 어디나 가렵다. 조금 지나면 멈춘다. 그러다가 다시 시작되면 더 심해진다. 고통스럽다.p70.
말을 금지하는 벌은 생각보다 훨씬 힘겹다. 침묵의 성채에 갇힌 기분이고, 그 성채가 매일매일 더 좁아지는 것 같다. 나는 반발해서도 안되고, 감정을 느껴서도 안된다. 내 존재가 내 안으로 완전히 사라지는 기분이다.p77.
아버지가 다치거나 아프면 회복될 때까지 모든게 멈춘다. 아버지의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우리는 서둘러 다시 올라간다. 나는 안도감을 감춘다. 동시에 죄책감이 밀려온다. 나는 아버지가 다쳤다고, 좋아하는 나쁜 딸이다. 나쁜 생각을 했으니 조만간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p92.
몇분동안 웃고 나니 어느정도 진정이 되어서 서로 눈이 마주쳐도 웃음이 터지지 않는다. 어머니는 여전히 기쁨에 취한 눈길로 잠시 나를 바라본다. 하지만 우리는 곧 시선을 돌린다. 서로를 바라보는 게 우리에게는 너무 낯선 일이다.p120.
일과표는 나를 지배하는 폭군이고 나는 그 폭군의 노예다. 늦어진 일정을 단 한번도 제대로 따라잡지 못하는 나는 결코 폭군에 벗어나지 못한다. 폭군을 쫓아가느라, 나의 과업들을 채우느라 허덕인다. 머릿 속에는 똑딱 거리는 소리가 끊임없이, 점점 크게 들린다. 다른 생각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p177.
하지만 나는 아무것도 지배하고 싶지 않다. 강하다는 게 결국 아버지처럼 이런 집에 틀어박혀 사는 거라면 싫다. 차라리 나약한 인간이 되어 카틀랭 공장의 직공들처럼 살고 싶다.p312.
나는 경이로울 만큼 행복하다.
(중략)
나는 내 부모의 집을 나왔다. 정말로 나왔다.p321.
하지만 나는 안다. 가능한 방법은 언제나 있다. 내가 환자들에게 자주 말하듯이, "자유는 무엇이든 가능하게 한다". 정말로, 무엇이든 가능하다.(★)
이상하게 읽는 내내 노통의 작품이 생각났다. 물론 작가가 프랑스인이라는 공통점은 있지만 하나는 소설이고 하나는 실화다.
"완벽한"의 정의가 무엇일까? 제품이라면, 물건이라면 그 정의가 명확할 지 모른다. 그 기능을 다 하고 외관에 흠집 등이 없는 상태. 사람은 어떨까? 사람의 신체적 정신적 기능이 제대로 돌아간다는 것은 무엇으로 확인이 가능할까? 외모는 또 어떨까? 어쩌면 완벽은 본연의 뜻과 다르게 현실에서는 모순적인 위치에 있는 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