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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62. 우리가 잃어버린 것
    개인 도서관/도서관1 2024. 3. 27. 12:18

    서유미

    p10.
    반복되는 아침 실랑이의 승자는 표면적으로 경주지만 지우를 보내고 카페에 오면 늘 패배감에 젖어 마음이 눅진했다.
    p30.
    뭐라 말할 수 없고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이 눈물이 되어 흘러내렸다. 누가 잘못한 것도 아니고 특정한 누군가를 원망하는 것도 아닌, 그냥 어떤 순간을 지나가는 길이 고단해서 쏟아지는 눈물이었다. 울다가 문득, 말 못하는 아이도 그래서 우는 건가 싶어졌다. 울음이 언어가 되는 시기. 어른이 되어도 눈물로, 우는 일로만 속엣것을 끄집어낼 수 밖에 없는 시기를 지날 때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p43. 
    출산과 육아를 지나며 경주는 이전의 시간들이 빛에 많이 노출된 사진처럼 색이 흐릿해졌다는 걸 느꼈다.
    p97.
    세상의 중심이 경주와 주원에서 그들의 아이인 지우로 바뀌었다.
    p107.
    15년 가까이 그렇게 살다가 회사를 그만두니 경주는 새로운 방식으로 경제활동을 하기 어려운 인간이 되었다. 회사에 다니며 익혔던 개념과 감각은 결혼 생활이나 육아와 호환되지 않았고 대부분 쓸모가 없었다.
    p111.
    인생이란 얼마나 이상한지. 여기에서 저쪽을 보면 그럴싸해 보이고 고통이나 그늘을 짐작하기 어렵다. SNS는 그런 착시 효과를 극대화 시키고 사람들은 그걸 알면서도 기어이 접속해서 그 온도차를 경험했다.
    p134.
    나이 든 분들은 지금 좀 힘들어도 아이는 꼭 필요하다고, 우리 사회에 아이가 없어서 어떡하느냐며 걱정한다. 그런데 밖에 나가 보면 이 사회의 시스템 자체가 아이를 원하지 않는다는 인상을 받았다. (중략) 사람들은 아이의 미숙함과 번잡함을 기다려주고 참아줄 여유가 없었다.

    (★)
    - 눅진 : 눅진거리다의 어근, 눅진거리다는 물기가 약간 있어 눅눅하면서 끈적거리다, 부드러우면서 끈기 있게 자꾸 들러붙다 (출처: 표준국어대사전)는 의미.

    읽다보니 조금 다른 버전의 <82년생 김지영>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 여기서는 여성이 임신과 출산을 겪는 과정에서의 심리묘사가 잘 된 것 같다. 물론 중간에 의사 선생님에 대한 호감 등은 잘 이해가 가지 않긴 하지만... 

타인의 시선으로... Omniscient PO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