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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7. 죽은 자들의 웅성임개인 도서관/도서관1 2024. 3. 19. 23:31
한 인문한자가 생각하는 3.11 대재난 이후의 삶
이소마에 준이치
p5.
'부흥'이 진행되자 재난 지역 안에서는 균열이 생겨났습니다. (중략) 부흥이 진행될수록 내부 격차가 재난 전보다 더 커졌습니다.p6.
누군가를 희생양으로 삼아 자신의 행복을 손에 넣는 일을 멈춰야 합니다.p47.
하지마 실제로 재난을 당한 곳에서 내가 느낀 것은 압도적인 현실 앞에 한낱 외부인에 불과한 나 자신의 무의미함이었다.p92.
종교 의례의 관점에서 생각하면 진혼의 장은 사자와 산자를 묶고 산 자를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감정은 불안정하다. 사자를 잃었다는 슬픔은 망막한 감정으로 살아남은 자를 에워싼다.p101.
인간은 서로 상처 입히고 입는 존재이기 때문에 서로 대등한 자리에서 위로할 가능성도 생긴다.p116.
나는 사람이 상대의 기분을 파악했다고 생각하는 때야말로 상대의 기분을 제대로 보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안다는 교만이 생기기 때문이다.p143.
재난 지역이 특정한 사람들에게 둘러싸이면 다른 사람은 이야기할 수가 없다. 재난 지역의 당사자인 것처럼 행동하는 외부인들은 자신들의 특권을 지키기 위해서 같은 외부인의 목소리를 막는다.p251.
쓰나미로 붕괴된 신사와 이시노마키의 상처투성이 지장상의 모습은 우리에게 이 세계는 공평하지도 평등하지도 않다는 인식을 일깨워주었다. 그러나 세계가 완벽하지 않다는 인식이 평등과 공정함이 통하는 상황을 포기하라는 의미는 아니다. 세계는 공평하고 평등하다는 환상에서 깨어날 때 인간이나 현실 사회를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p269.
다시 말하자면 비당사자는 절대로 당사자가 될 수는 없다.(★)
우리에게도 무수히 많은 재난이 있었다. 나는 그들의 상처를 볼 엄두가 나지 않아 늘 외면했던 것 아닐까 싶다. 그래서 엄마가 아파서 돌아가실 때에 내가 벌을 받는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물론, 사람은 태어나면 죽는 것이 당연하고, 이런 나의 생각이 잘못이라고 알지만, 어쩌면 나의 고통이 이렇게 극심한 것처럼, 재난 속에서 사랑하는 이들을 잃고 평생 노력해서 일궈온 물리적 자산을 잃어버린 사람들 심정 역시 비참할 것이다. 우리는 각자 그 고통을 짊어지고 극복하려고 노력하며 하루하루 버티는 것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