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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03 #다시봄글쓰기방/일상 2023. 4. 3. 07:42
함께 일했었던 과거 직장의 동료, 현재는 내가 친구라고 생각하는 그녀를 만나러 예전 직장 근처에 왔다. 아침에 잠깐 얼굴 볼 예정이지만 예상보다 일찍 도착해서 커피와 빵을 먹으며 창밖을 바라본다.
회사를 다닐 때에는 여유가 없었던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몇 분 지나면 바뀌는 신호등 신호마저 기다리고 싶지 않아 얼마 남지 않은 초록불을 아직은 튼튼했던 두 다리를 혹사시켜 건너갔던 기억이 많다. 나의 소중한 점심시간과 퇴근시간을 사수하겠다며, 일분일초도 아까웠던 그 시절.
지금 다시 직장으로 돌아가라고 한다면, 이제는 내가 그렇게 시간에 쫓기듯 하루하루 버티는 것이 어려워져 이방인처럼 겉돌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내가 삶을 살아가는 속도가 요즘의 세상의 속도와 맞지 않는다는 느낌. 어쩌면 그것을 인지하고 내려놓고 나왔는지도 모른다.
낡은 부속품이 되어 교체가 돼버리고만 느낌. 비록 최신형 휴대폰에 들어갈 수는 없어도 다시 녹이고 다른 형태로 재생이 가능하다면, 나도 무언가 새로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이 글을 쓰고 있는 이 단 몇 분 사이, 도로에 차는 늘어났고, 신호를 놓치지 않겠다고 뛰는 사람들도 늘어난다. 대도시 출근 시간대의 흔한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