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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08 #백수의아침글쓰기방/일상 2020. 9. 8. 06:43
새벽에 창문을 여니 공기가 달라졌다. 아침에도 후덥지근한 공기를 맞이 하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제법 쌀쌀한 기운에 긴팔 옷을 꺼내 입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시간의 연속성 속에서 이렇게 계절을 느끼는 때에는 괜히 행복해진다. 내가 여유가 있구나. 내가 작은 변화도 눈치 챌 수 있구나.
회사를 그만두고 어느덧 3개월 차에 접어든다. 특별한 구직 활동은 없었다. 다소 기분이 나빴던 6월의 경험도 있지만, 과분하게도 매력적인 회사나 업이 없다는 것. 그리고 사실 지난주는 아버지까지 입원하시는 상황에서 정말 몸과 마음을 챙기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일을 하다가 하지 않는다는 것은 참으로 어색하다. 아침에 노트북을 키고 메일함을 보는 것에 구역질이 날 정도로 싫었지만, 그건 아마 내가 좋아하지 않거나 나에게 맞지 않는 일이었기 때문이리라. 사실 어느 순간에 내 열정이 사라졌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정말 일하는 것이 참 재밌었던 사람인데 말이지.
무엇을 해야 하나, 앞으로 무엇을 하면 좋을까 하는 고민을 해본다. 나이가 너무 많은 것도 같고, 생명연장의 시대에서는 이 나이는 아직 무언가를 도전해볼 수 있는 나이인 것도 같고. 불혹의 나이가 되었음에도 내가 뭘 좋아하는지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다는 것은 내가 살면서 나에게 너무 무심했던 것 아닌가 싶다.
가을이 온다. 코로나 때문에 가을 단풍 놀이는 어렵겠지만, 마음으로 상상해본다. 울긋불긋한 풍경을. 괜히 상상만으로도 설레여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