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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 불안의 서개인 도서관/도서관1 2021. 7. 6. 08:56
페르난두 페소아
p32.
나는 삶에게 극히 사소한 것만을 간청했다. 그런데 그 극히 사소한 소망들도 삶은 들어주지 않는다.p43,
삶이란 타인의 기준에 맞추어 양말을 뜨는 것이다. 하지만 그러는 중에도 생각은 자유다.p54.
언제나 내 삶은 현실의 조건 때문에 위축되어 있다. 나를 얽매는 제약을 좀 해결해보려고 하면, 어느새 같은 종류의 새로운 제약이 나를 꽁꽁 결박해버리는 상태다.p111.
"과자를 먹어치우면서 동시에 그것이 남기를 바랄 수는 없다"p126.
나에게 행복한가 묻는다면, 나는 대답한다. 아니라고.p144.
누군가 나와 다르면 다를수록, 그는 나에게 더욱 현실적으로 보인다. 그가 나의 주관성에 그만큼 덜 의존하기 때문이다.p158.
누군가 내 삶으로 나를 때리고 있는 것 같다.p194.
내면 깊숙한 곳에서부터 극심한 피로감이 치밀어 오른다. 피로감의 부피가 너무도 커서 내 안에 그것을 위한 공간이 부족할 정도다. 나는 아무것도 원하지 않고, 아무것도 갖고 싶지 않다. 심지어는 벗어나고 싶은 것조차, 나에게는 없다.p203.
행동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진짜 영리한 선택이다. 나는 내가 원하는 것이 될 수 있으리라. 하지만 그러자면 뭐든지 일단 원해야만 한다.p205.
모든 문제에는 해답이 없다. 문제가 존재하는 것은 해답의 부재를 미리 전제하는 것이다. 사실을 찾는다는 것은 사실이 없다는 뜻이다. 생각한다는 것은 존재할 수 없다는 의미다.p228.
체념은 해방이다. 원하지 않음은 능력이다.p234.
그렇게 하루하루가 흘러간다. 그 모두를 다 계산해보면 얼마나 많은 시간이 내 생애에서 헛되이 흘러갔을까?p236.
나는 분노하지 않는다. 분노는 강한 자들의 일이다. 나는 좌절하지 않는다. 좌절은 고귀한 자들의 일이다. 나는 침묵하지 않는다. 침묵은 위대한 자들의 일이다.p244.
내가 세상으로부터 바란 것은 오직 하나. 나에게 아무것도 요구하지 말아달라는 것이다.p255.
종종 나는 감각의 한가운데서, 대개는 급작스럽게 엄습하는 극심한 삶의 피로에 사로잡히는데, 그것이 너무도 지독하여 어떻게 극복해보려는 엄두를 내지 못한다. 자살은 의심스러운 해결책으로 보인다. 비록 무이식을 선사해주긴 하지만 죽음도 충분하지는 않다.p300.
나는 달아나고 싶다. 내가 아는 것으로부터, 내 것으로부터, 내가 사랑하는 것으로부터 달아나고 싶다. 나는 홀연히 떠나고 싶다.p303.
우리가 무슨 일을 이루기 위해 애쓰는 것은 욕심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 욕심에 부응하지 못한 채 비루하게 남거나, 혹은 욕심을 채웠다는 착각 속에서 부유한 바보가 된다.p319.
산다는 것은 죽어가는 것이다. 우리가 새롭게 얻는 하루는 삶의 줄어드는 하루이기 때문이다.p459.
지루함... 생각하지 않는 생각이지만 생각 때문에 피곤해지는 것. 느끼지 않는 느낌이지만, 불안의 느낌인 것. 원하지 않는 소망, 그러나 인간을 원하게 만드는 역겨움인 것. 이 모두가 지루함이 아닌 채로 지루함 속에 들어 있다.p470.
소유는 곧 상실이다. 소유하지 않고 느끼는 것은 내면에 간직된다. 그것은 사물의 정수를 이해한 것이기 때문이다.p486.
죽음은 해방이다. 죽은 자는 다른 그 누구도 더이상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p503.
돈은 아름답다. 돈은 자유를 준다.p524.
모든 노력은 범죄다. 모든 행위가 죽은 꿈이기 때문이다.p542.
행동은 생각의 질병이다. 상상력이 비대해진 종양이다.p548.
꿈을 죽이는 것은 우리 자신을 죽이는 것이다. 그것은 우리의 영혼을 불구로 만든다.p585.
지금 이 순간, 시간이라는 것이 정말로 있기는 한 지 여전히 알지 못하는 이 순간에도 나는 시간을 마치 한명의 어떤 인물인듯이 느끼고 있으며, 그리고 잠들기를 원한다.p597.
내가 느끼는지, 내가 생각하는지, 내가 존재하는지를 과연 나는 알고 있는가?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 내가 아는 것이라곤 단지 색채와 형태라는 표현의 객관적인 틀뿐이다. 그리고 나 자신은 팔려고 내 놓은, 그것들의 쓸모없이 흔들리는 거울이라는 사실뿐이다.p605.
긍정이라고 불리는 착각. 믿음이라 불리는 질병. 행복이라 불리는 비천함. 이 모두에서 세상이라는 악취가 풍기며 지상이라고 불리는 어떤 슬픔의 맛이 난다.p618.
인생은 우리가 좋든 싫든 떠나게 되는 여행이며 실험이다.p631.
권태란 분명 세상에 대한 지루함이다. 삶의 불쾌함이며 삶아감의 피곤이 맞다. 권태는 사실상 사물의 거대하 ㄴ공허를 향한 육체적인 지각이다. 하지만 권태는 또한 그 이상의 것으로, 다른 세계에 대한 지루함이기도 하다.p654.
미래란 우리를 감싼 안개와 같아서, 설사 내일을 슬쩍 본다고 해도 그것은 곧 오늘의 맛이 나버리게 된다.p672.
우리가 삶을 분명히 의식하고 산다면 끝까지 견디어낼 수는 없을 것이다. 다행히 우리는 의식하지 못한다.p673.
생각하지 않는 자는 행복하다.p693.
나는 독서만한 즐거움을 알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거의 읽지 못한다.p735.
권태는 할 일이 없어서 병적인 분노가 치솟는 것과는 또 다른 상황이다. 그보다 훨씬 더 질환적인 상태, 뭔가를 해봤자 아무 소용이 없으리라는 감정이다. 이것은 곧, 할 일이 많으면 많을수록 권태도 따라서 지독해진다는 의미다.p747.
삶은 우리가 창조하는 인상이다. 여행자는 곧 여행이다. 우리는 우리가 보는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을 본다.p776.
말하는 것은 타인에게 과도한 관심을 선사하는 일이다. 물고기와 오스카 와일드는, 입을 벌렸다 하면 죽음으로 직행하게 된다.(★)
몇몇 작가들이 언급한 책이어서 호기심에 집어 들었으나, 두께에 다시 한번 놀랐다. 책의 이름이 내용과 이렇게 찰떡같이 잘 맞을 수 있을까 싶으면서, 한편으로 요즘의 내가 가지고 있는 마음의 상태와 비슷한 부분이 있어서 나도 비슷한 글들을 남기고 나중에 다시 한번 읽어봐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었다.
나의 상황은 왜 이리 좋지 않을까? 분명 나보다 더 어려운 처지에 있을 사람들도 있을테니 하는 마음의 위안은 삼고 싶지 않다. 그런 식의 비교라면, 나보다 더 좋은 상황의 사람들도 많을테니, 그런 사람들과 비교하여 나 자신을 더욱 비참하게 만들 수 있으니까.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내가 같거나 더 나아졌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러나 나의 생활도 헛되이 흘려보낸 그 무수히 많은 시간 속으로 기록되고 있는 것 같아 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