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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남편이 미워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개인 도서관/도서관1 2020. 11. 11. 02:43
박햇님
p23
그러나 나와 내 가족의 삶이 아닌가. 이렇게 널뛰는 마음으로 계속 살아갈 수는 없었다. 나는 마음속 불만과 슬픔을 글로 써내려가며 내 상처의 근원에 다가가고 싶었다. 그리고 내 삶에서 이 모든 일이 벌어지게 만든 장본인, 남편에 대해서 더 알아야만 했다. 그것이 내가 남편에 대해 쓰기 시작한 이유다.p61
나는 친정에서 그런 존재다. 나에게는 내 삶이 그저 그렇고 평범한데, 가족들은 내가 특별하다고 말한다. 가족들이 가보지 않은 길을 유일하게 걸어본 사람, 샘이 날 때도 있지만 언제나 자기 길을 개척해서 성실히 걸어가서 대견한 아이, 그래서 더는 말리지 않고 무작정 응원하기로 한 우리집 딸내미.p70
항상 나만 양보하는 것처럼 느껴지다가도 문득 나의 흠을 말없이 보듬으며 가고 있는 상대를 보면, 얼굴이 화끈 거릴정도로 생색내던 내 태도가 부끄러워진다.p113
얼굴은 타인을 의미하고, 얼굴의 나타남은 곧 타인의 등장이다. 타인과의 관계에서 가장 능동적인 변화를 겪게 되는 계기는 바로 출산이다.p117-118
집안마다 사는 모습이 다 달랐다. 유복하다, 행복하다, 불행하다, 박복하다, 고단하다... 내가 뭐라고 그네들의 삶을 보며 그런 생각을 했을까? 나는 많은 엄마들의 삶을 비교하는 것을 좋아했다. 그 중 우리 엄마보다 더 마음이 가난한 사람이 누구일까를 상상해본 거였다. 삶의 모습은 늘 변하기 마련이고 상황도 그렇다. 고정된 어떤 모습이 정답이 아니지만, 나는 왜 어린 나이부터 '표준의 삶'에 집착하여 살았을까?p158
마음을 쏟아 차를 내는 다도의 과정처럼 소중한 사람에게 한번 더 마음을 표현하는 게 결국 과계일 거라는 생각을 한다.p160
부부싸움을 하는 이유, 아니 인간관계에서 벌어지는 대다수의 갈등이 사실은 상대가 나와 달라서가 아니라 틀렸다고 생각하기 때문인 것 같다.p168
다툼이 잦아도 푸는 방식이 맞으면 그 관계는 오래 간다.p188
남녀를 둘러싼 수 많은 편견이 내 남편에게도 일부 남아 있음을 알아챘을 때 왠지 모를 벽이 느껴지는 것이다.p208
"너한테 이거 하라, 저거 하라 말하는 게 아니야. 마음만이라도 신경을 써달라는 거잖아. 집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나랑 지민이가 오늘 어떤 하루를 보냈을 지 뭐 그런 것들."
(★)
작가의 이름을 보면서 책의 제목과 어울리지 않을 것 같다는 다소 주관적인 생각을 했다. 마냥 밝은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그러나 읽다 보니, 결혼을 한 누군가나 한번쯤은 성별에 상관없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의 모습들이라고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작가가 했던 것처럼 어쩌면 나도 나와 나의 가족들의 삶을 남과 비교하면 지냈는지도 모른다. 물론, 좋아한 건 아니지만, 나 역시 겉으로 보여지는 남들의 행복함과 조금 더 나은 모습에 괜시리 위축되어 나를 더 낮췄던 것 같다.
이 책을 읽고 나도 가만히 남편을 바라봤다. 평소 잘 알아주지 않음에 대한 서운함, 그리고 보듬어주는 것에 대한 감사함, 그러다 또 놓치는 것이 많아 걱정되는 것. 그래도 한가지 이 사람이 조금 더 나아지고 있는 것처럼 나 역시 그래야하겠지 하는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