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393.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개인 도서관/도서관1 2025. 4. 23. 10:00

    무라카미 하루키

    * 문학동네 / 홍은주 옮김


    이 소설을 읽을 때, 1부가 참 좋았다. 그런데 이후는 해변의 카프카가 오버랩 되는 기분이랄까?

    1부를 읽을 때, 너무 쓸쓸하고 외로운 느낌이 온 몸을 감쌌다. 겪지 않은 일인데 내가 겪은 일처럼 느껴졌다. 읽는 동안 묘사된 그 공간, 내가 갈 수 없는 그 공간을 마치 내가 다녀온 느낌이었다. 그림자가 없는 사람들의 도시라... 주인공이 자신이 떼어낸 그림자와의 대화를 보니, 갑자기 보이지 않는 내 그림자가 신경이 쓰인다.

    1부는 좋고, 2부는 지루하고, 3부는 응? 하는 사이 끝나 버렸다.

    (★) 개인 생각 및 의견


     

    1부

    p15.
    하지만 무언가를 진심으로 원한다는 건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야. 시간이 걸릴지도 몰라. 그 사이 많은 것을 버려야 할지도 몰라. 너에게 소중한 것을.
    p26.
    그렇게 도시의 하루가 끝난다. 나날이 지나가고 계절이 바뀐다. 그런데 나날과 계절은 어디까지나 임시적인 것이다. 도시의 본래 시간은 다른 곳에 있다.
    p39.
    방은 따뜻하고 조용하다. 시계가 없어도 무음 속에서 시간은 흘러간다. 발 소리를 죽이고 담장 위를 걸어가는 야윈 고양이처럼.
    p53.
    "그곳에선 사람들은 누구나 그림자를 데리고 살았어."
    p67.
    그리하여 나는 도시의 문을 넘었다. 그림자를 버리고, '꿈 읽는 이'로서 눈에 상처를 내고, 두 번 다시 그 문을 넘지 않는다는 암묵의 '계약'을 맺고.
    p69.
    "어두운 마음은 어딘가 먼 곳으로 보내져 결국 생명을 다하게 돼요."
    (중략)
    "당신의 그림자도 머지않아 생명을 잃겠죠. 그림자가 죽으며 어두운 생각도 함께 사라지고, 그 뒤엔 정적이 찾아와요."
    p85.
    이윽고 너는 울기 시작한다. 소리를 죽이고 몸서리치듯 어깨를 가늘게 떨면서. 너는 울지 않으려고 지금껏 쉬지 않고 걸음을 서둘렀나보다. 나는 네 어깨를 가만히 감싼다. 네 눈물이 내 청바지 위에 톡톡 소리 내어 떨어진다. 이따금 목이 메어 짧은 오열 같은 것이 새어나온다. 하지만 말다운 말은 끝내 나오지 않는다.
    p86.
    나 역시 계속 침묵을 지킨다. 그저 그곳에 앉아 그녀의 슬픔 - 아마 슬픔일 것이다 - 을 그대로 받아들인다. 그런 경험은 난생 처음인지도 모른다. 내가 아닌 누군가의 슬픔을 오롯이 받아들인다는 건, 누군가가 그 마음을 고스란히 내맡긴다는 것.
    p106.
    숨이 막혀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가슴속에서 누군가가 문을 두드린다. 급한 용건인지 주먹을 꽉 쥐고서 몇 번이고, 볓 번이고, 그 소리가 텅 빈 방에 크고 또렷하게 울린다. 심장이 목까지 치고 올라온다. 나는 숨을 크게 들이 쉬어 그것을 어떻게든 제자리로 되돌리려 애쓴다.
    p147.
    당신은 확신합니까, 이 도시에 있는 그녀가 진짜라고?
    p147.
    시간은 멈출 수 없고, 죽은 것은 영원히 죽은 겁니다. 사라진 것은 영원히 사라진 겁니다. 그런 현실을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어요.
    p151.
    아마 나도 조금은 변하고 있겠지. 하지만 어디가 변했는지는 스스로 알 수 없어. 자신에게는 자신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 마음을 거울에 비춰볼 수 있다면 좋을 텐데.

     

    2부.

    p222.
    이 현실이 나를 위한 현실이 아니다, 라고 피부로 느끼는 감각은, 그 깊은 위화감은, 아마 누구와도 공유할 수 없는 것이리라.
    p224.
    나는 몇번이고 나의 그림자를 향해 묻는다. 이제부터 어디로 가면 좋을까. 그러나 그림자는 대꾸해주지 않는다.
    p271.
    그곳에 혼자 서 있으면 어김없이 슬퍼졌다. 아주 오래 전에 맛보았던, 깊은 슬픔이었다. 나는 그 슬픔을 무척 잘 기억했다. 말로 설명할 길 없는, 또한 시간과 더불어 사라지지도 않는 종류의 깊은 슬픔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상처를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가만히 남기고 가는 슬픔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대체 어떻게 다뤄야 할까?
    p273.
    몰라도 될 일은 계속 모르는 편이 좋을 것이다. 아마도.
    p286.
    고야스 씨 말마따나 모든 것이 차차 선명해질 것이다. 떄가 되면 동이 트고, 이윽고 햇살이 창으로 흘러드는 것처럼.
    p346.
    인간이란 숨결처럼 덧없는 존재고, 살면서 영위하는 나날도 지나가는 그림자에 불과합니다.
    p532.
    옐로 서브마린 소년...... 그 자신이 그대로 하나의 자립한 도서관이 될 수 있다. 나는 그 사실을 깨닫고 크게 숨을 내뱉었다.
    궁극의 개인 도서관.
    p611.
    나는 눈을 감고 시간에 대해 생각했다. 예전에는 - 이를테면 내가 열일곱 살일 때는 - 시간 같은 건 말 그대로 무한에 가까웠다. 물이 가득찬 거대한 저수지처럼. 그러니 시간에 대해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그렇다, 시간은 유한하다. 그리고 나이들수록 시간에 대해 생각하는 일이 점점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어쨌거나 시간은 쉬지 않고 계속 나아가니까.
    p671.
    이제 알겠어? 우리는 둘 다 누군가의 그림자에 지나지 않아.

     

    3부.

    p734.
    어둠이 내렸다. 무엇보다 깊고, 어디까지나 부드러운 어둠이었다.

     

    작가후기

    p739.
    요컨대 진실이란 것은 일정한 어떤 정지 속이 아니라, 부단히 이행 = 이동하는 형체 안에 있다. 그게 이야기라는 것의 진수가 아닐까. 나는 그렇게 생각할 따름이었다.

     

독서생활자의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