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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시선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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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82. 아주 오랜만에 행복하다는 느낌
    개인 도서관/도서관1 2025. 3. 24. 10:00

    백수린

    * 창비

     

    1부. 나의 작고 환한 밤

    장소의 기억, 기억의 장소

    p13.
    이곳에서의 생활을 통해 내가 배운 것이 있다면 그것은 산다는 행위가 관념이 아니라 좀더 구체적인 것들, 물질성이랄지 육체성을 가진 것들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이다.
    p14.
    그리고 어떤 공간이 누군가에게 특별한 장소가 된다면 그것은 다름 아니라 오감으로 각인되는 기억들의 중첩 때문이라는 사실도.
    p21.
    미래 쪽으로만 흐르는 시간은 어떤 기억들을 희미하게 만들어버리기도 하지만, 장소는 어김없이 우리의 기억을 붙들고 느닷없이 곁을 떠난 사랑하는 것들을 우리 앞에 번번이 데려다놓는다.

     

    나의 이웃들

    p31.
    나는 여전히 이 세상의 많은 비밀들에 대해 알지 못하지만, 아무리 계획을 세우고 통제하려 한들 삶에는 수많은 구멍들이 뚫려 있다는 것을 안다. 그 틈을 채우는 일은 우리 몫이 아닐 것이다. 그런 일은 불가능하다. 우리는 모서리와 모서리가 만나는 자리마다 놓인 뜻밖의 행운과 불행, 만남과 이별 사이를 그저 묵묵히 걸어나간다. 서로 안의 고독과 연약함을 가만히 응시하고 보듬으면서.

     

    여름 식탁 단상

    p35.
    내게는 음식을 먹는 행위가 삶의 크나큰 기쁨인 까닭에, 경계도 질서도 강박도 없는 장소, 그곳이 나의 부엌이다.
    p40.
    "사는 건 자기 집을 찾는 여정 같아."
    (중략)
    "타인의 말이나 시선에 휘둘리지 않고, 나 자신과 평화롭게 있을 수 있는 상태를 찾아가는 여정 말이야."

     

    마당 없는 집

    p49.
    어떤 아름다움은 소유될 수 없는 것이니까. 어떤 아름다움은 소유하지 않아 존재하는 것이니까.
    p50.
    세상은 우리에게 너무 크고, 세상의 아름다움을 담기에 내 글을 언제나 형편없이 느리다. 나는 매번 가까스로 헐떡이며 그 뒤를 쫓아갈뿐.

     

    무용無用의 아름다움

    p59.
    어째서 내가 사랑하는 것들은 죄다 하찮고 세상의 눈으로 보면 쓸모없는 것들뿐인 걸까. (중략) 결국은 그런 것들이 우리를 살게 할 것이므로.

     

    그 겨울의 풍경

    p67.
    할머니는 영원히 모르시겠지. 그 날을 떠올릴 때마다 내가 무엇에도 훼손되지 않고 단단하고 순결한 것들에 대해 생각해보곤 한다는 사실은.

     

    애쓰는 마음

    p69.
    장정이 아름답고 펼치면 더 아름다운 그림과 글이 있는 책들. 그림책 안에서는 온갖 일이 벌어질 수 있지만 그럼에도 내게 그 세계는 언제나 고요하게 느껴지고, 나는 그 고요함이 좋다.
    p71.
    하지만 완벽이란 말은 얼마나 폭력적인지.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 게으름의 면죄부가 되어선 안 되겠지만 완벽한 것만 의미가 있다는 생각은 결국 그 누구도 행동할 수 없게 만드는 나쁜 속삭임이다. 이 세상 그 누구도 완벽할 수는 없으니까. 인간은 원래 그렇게 생겨먹은 존재들이니까.
    p78.
    페이지가 줄어드는 걸 아까워하며 넘기는 새 책의 낱장처럼, 날마다 다랄지는 창밖의 풍경을 아껴 읽는다.

     

    밤이 오기 전

    p91.
    나는 거울 속처럼 고요한 우리 동네 풍경의 아름다움을 조금 더 오래 누리고 싶지만 밤이 다가오고 있는 기척을 느낀다. 밤은 성큼성큼 다가온다. 모든 걸 쓸고 가버릴 듯한 커다란 갈퀴를 끌며. 시간이 조금 더 흐른 후엔 무엇이 변하고, 무엇이 변하지 않을까? 그것에 대해 생각할 때면 나는 이따금씩 두렵다.

     

    2부. 산책하는 기분

    사랑의 날들

    p102.
    무엇이 되었든 생명을 가진 존잰느 한없는 사랑을 필요로 한다. 그리고 무한한 사랑을 받으며 성장한 존재는 사랑을 줄 줄 안다.

     

    초여름 산책1

    (★) 봉봉아...

     

    일기1

    (★) 봉봉아..

     

    일기2

    p120.
    봉봉과 함께 산 이후 나는 돌봄이란 건 언제나 상호적이고, 반려인과 반려동물의 관계는 서로에게 각자의 우주를 보여주는 것일 뿐이라는 걸 배웠다.
    p120.
    미래에 당도할 슬픔에 쉽게 마음을 내맡기는 대신 최선을 다해 지금의 '함께 살아 있음'을 살아내야 한다는 것을 나는 오늘도 그 작은 몸을 통해 배운다.

     

    일기3

    (★) 떠나간 봉봉아..

     

    일기4

    (★) 봉봉아..

     

    슬픔이 가르쳐준 것

    p126.
    부재는 도처에 있었다.
    p130.
    슬픔에 잠긴 사람들은 전에 없이 날카로운 촉수를 얻는다.
    p131.
    기쁨은 선명하고도 투박한 감정이다.
    p135.
    봉봉은 언제나 이렇게 내게 돌아온다. 몇번이고 다시. 이 세상 가장 아름다운 것으로. 한없는 사랑의 형태로.

     

    다시 운동화를 신고

    p142.
    나는 아름다움은 어쩌면 삶을 닮은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초여름 산책2

    p151.
    사랑은 고이는 것이 아니라 더 넓은 곳을 향해 흐르는 강물일 것이므로 끝내 모두를 살게 하는 것이므로.

     

    5월

    p157.
    내가 이제는 시도 때도 없이 그리움에 사무쳐 울지 않는다는 사실을 상기할 때면 슬퍼지기도 한다.
    p160.
    그는 어둠 속에서도 싱싱하게 자라나는 기쁨을 기어코 발견해내고 삶을 마지막 순간까지 찬란히 누리는 사람이었다.
    p162.
    인생이란 탄생과 죽음 사이를 날아가는 화살이라는 사실을. 그 갸냘픈 화살은 눈깜짝할 사이에 날아가 과녁에 꽂힌다. 하지만 우리는 후회할 것을 알면서도 언제나 같은 어리석음을 반복하고 또 반복한다.

     

    3부. 멀리, 조금 더 멀리

    새처럼, 바람처럼

    * <세상에 없는 나의 기억들>, 레베카 솔닛

    p175.
    세상의 많은 시시한 서사들은 함부로 찍은 낙인처럼 사람들을 가두지만, 다행스럽게도 우리느 ㄴ얼마든지 그것에 저항하며 자신마의 새로운 서사를 만들 힘을 가지고 잇다.

     

    타인을 쓴다는 것

    p186.
    그리고 눈을 한번 감았다 다시 떴을 때, 모든 것이 사라져버려 텅 비어버린 그 자리에는 내가 아직 답을 모르는 질문만이 남아 나를 쳐다 보고 있엇다. 소설을 쓰는 한은 자신을 잊어버리지 말라는 듯. 족므은 사납고 단호한 얼굴로.

     

    나의 창, 나의 살구

    p190.
    나와 타인의 민낯을 발견하기 위해선 어둠이 필요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내게 아렬준 것은 지하철의 유리창이다.

     

    나로 존재하는 수고로움

    p204.
    나는 여성이고, 작가다. 그리고 당신이 지금 읽고 있는 이 글의 원고료를 받으면 난방비를 낼 예정이다.

     

    봄의 일기

    p215.
    희망은 더디게 피어나는 꽃이니까. (중략) 귀하고 아름다운 것을 길러내는 일엔 언제나 긴 시간이 필요한 법이니까.

     

    마흔 즈음에

    p225.
    어차피 행복은 지속되는 것이 아니라 깊은 밤 찾아오는 도둑눈처럼 아름답게 반짝였다. 사라지는 찰나적인 감각이란 걸 아는 나이가 되어 있었으니까.

     

    작가의 말

    p226.
    내가 상실했다고만 생각했던 존재들이 가만히 내 곁에 다가와 함께 있어주었는데, 시간이 많은 것들을 사라지게 하더라도 내게는 글이 있어 잃었던 것과 몇번이고 다시 함께할 수 있으니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p227.
    '내'가 전부이지 않은 세상이 좋다.

     

    (★)
    제목이 끌려서 읽게 되었다. 읽다보니 유명 작가의 삶이 나의 상상과 다르게 소박하고 소소한 일상이 있다는 것. 그리고 작가님이 대단하다는 것. 행복이란 감정이 생소하거나 최근에 삶이 힘들어진 사람들, 혹은 작가의 삶을 꿈꾸거나 궁금한 이들이 읽으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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