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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5. 노스탤지어, 어느 위험한 감정의 연대기개인 도서관/도서관1 2025. 3. 4. 10:00
인간은 왜 경험하지 못한 과거를 그리워하는가
에그니스 아널드포스터
들어가며. 우리가 과거를 그리워하는 이유
p14.
노스탤지어는 "과거 지향적 인식, 그리고 혼합된 정동情動적 특징으로 이루어진 복잡한 감정"이다. 흔히 하는 말로, 과거에 대한 달콤 씁쓸한 감정이다.* 정동 (情動) : 희로애락과 같이 일시적으로 급격히 일어나는 감정. 진행 중인 사고 과정이 멎게 되거나 신체 변화가 뒤따르는 강렬한 감정 상태이다 (표준국어대사전)
p19.
정서에 관한 어휘가 풍부하다는 것은 그만큼 인간의 다양한 감정이 서로 어긋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사실을 암시한다.p32.
광고 책임자들은 노스탤지어가 사람들을 기분 좋게 하기 때문에 이러한 효과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들이 보기에 노스탤지어는 우리 삶의 근간이 되는 힘이자 우리의 긴장을 풀어주고 우리의 지갑을 열게 하는 존재다.p36.
노스탤지어는 사실상 정치적 엔진이다. 사람들 - 정치적 스펙트럼의 양측 모두 - 이 특정 방식으로 투표하고, 특정 서비스를 지지하고, 특정 정책에 항의하도록 동력을 공급한다.1부. 돌아갈 수 없는 집
이주하는 세계, 죽음을 부르는 향수
1장. 우유 짜는 아낙과 용병들
(★) 노스탤지어가 병리적에서 출발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생각해보니, 타향 살이는 과거에는 전쟁이나 포로, 노예 등이 아니고서는 어려운 시절이라고 보면,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 향수병이 생기는 것은 어쩌면 이상한 일은 아닌 듯.
p68.
근세의 의사답게 해밀턴은 감정이 한 인간의 건강에 지대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잘 알았고, 의사들은 환자의 육체만이 아니라 감정도 돌봐야 한다는 점을 이해했다.울화를 달래고 기운을 돋우며 오늘날 우리가 긍정적인 태도라고 부르는 마음가짐을 장려하는 것이 의사의 역할이었다.2장. 제국의 느린 자살
p88.
쿠바섬에 처음 발을 디딘 아프리카인들은 주로 자기 안으로 침잠하고 가눌 길 없는 슬픔으로 가득 차서 식음을 전폐했다으며 삶에 대한 의욕을 거의 상실한 모습을 보이다가 이내 세상을 떠났다. 이른바 반소(banzo), 즉 느린자살이었다. 한마디로 치료가 불가능한 종류의 멜랑콜리한 노스탤지어였다.(★) 노스탤지어 조차도 우생학과 연결짓는 사람들은... 도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 걸까? 타고난 신체의 문제가 아니라 타의에 의한 권리 박탈에서 시작한 것인데...
p106.
노스탤지어는 분명히 어디에나 있었고 모든 인간의 몸에서 발견될 수 있었다. 적어도 일부 사람들에게는 ㅗㄴ스탤지어가 생물학보다는 환경과 더 관련이 있다는 것이 명백해 보였다.3장. 향수병
p136.
향수병의 가장 극심한 아픔 가운데 하나는 귀환이 - 아무리 간절히 바란다고 한들 - 결과적으로 불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다. 버사 맥개피건 같은 사람들이 아일랜드로 돌아갈 방도가 없었다는 말이 아니다. 그가 떠나온 아일랜드가 변함없이 그대로 남아 있지 않으리라는 얘기다. 장소들은, 유년기를 보낸 집조차 변한다. 그러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아무리 크다고 해도.4장. 태초의 집
p175.
즉, 감정은 우리 모두 느끼는 정상적이고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보았다. 외부 자극이 공포나 기쁨, 예기 불안이라는 감정을 촉발하는 정확한 메커니즘 또는 과정은 그다지 확실하게 정립하지 못했을지언정, 감정이 생리적이라는 것, 즉 우리 몸에서 자동적이고 무의식적으로 발생한다는 것만큼은 합의가 이루어졌다. 특히 다윈 이후로 감정은 진화적 현상이 되었다. 감정은 우리가 생존하고 번영하고 소통하는 데 도움을 주었으며, 우리는 갈수록 복잡해지는 삶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점점 더 복잡한 감정을 느끼는 능력을 발달시켰다.2부. 장밋빛 퇴행
달콤 씁쓸한 감정은 어떻게 돈과 표심을 움직이는가
5장. 거대한 물결의 시작
p231.
현재 독일 형법은 홀로코스트를 공개적으로 부정하는 행위, 나치의 프로파간다 및 형상을 유포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p236.
데이비스를 비롯하여 앨빈 토플러 같은 사회과학자들이 보기에 노스탤지어는 근본적으로 실제적인 또는 임박한 변화에 대한 두려움에 의해 촉발되는 정상적인 심리적 반응이었다.6장. 감정을 돈으로 바꾸는 법
p257.
이 광고들과 그 성공의 밑바탕에는 사람들이 어린 시절에 오래도록 지속되는 선호를 형성하고, 평생 동안 줄곧 그것으로 되돌아간다는 관념이 깔려 있었다. (중략) 젊은 소비자들은 선호하는 브랜드를 바꿀 가능성이 더 크다. 반면에 그보다 나이가 맣은 소비자들은 수십년 동안 써온 똑같은 제품에 계속 애착을 느끼기 쉽다. 이는 산업 전반에 해당하는 이야기다.p263.
'Keep Calm and Carry On'이 호소력을 발휘한 이유는 우리를 "해방 전 시대", 즉 사회가 더 평등해지고 너그러워지기 전으로 돌려보냈기 때문이다. 이는 노스탤지어 마케팅의 어두운 면이었다. 역행하는 세계에 대한 사람들의 보수적 욕망을 이용하고, 진보적 변화에 대한 사람들의 불안을 써먹는 것이다.7장. 과거로 떠나는 여행
p279.
노스탤지어는 당신이 물건을 사게 만들기도 하지만, 당신이 사는 세상을 바꿀 수도 있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노스탤지어가 찰나의 감정 이상이다. 노스탤지어는 자신을 둘러싼 환경을 다시 조성하도록 유도한다.p300.
물론 이 방문객들 중 어느 누구도, 즉 후기에서 노스탤지어를 언급한 수백 명이 넘는 사람 가운데 누구도 1890년대 당시에 살아 있지 않았다.(★) Y2K, 과거 서울 사투리 등등... 옛날의 모습이 다시 회자되고 화제가 되어 요즘 문화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실제 그 때 모습을 재현하는 사람들은 그 시대의 사람은 아니다. 문득 이 챕터를 읽으면서 샌디에고에서 봤던 미국식 민속촌이 생각났다. 과거를 기억하는 것과 그리워하는 것의 차이는 무엇일까? 기억하고 좋았던 것을 유지하는 것이 그리움과 같은 것일까? 읽다보니 무엇이 맞는지도 잘 모르겠단 생각이 든다.
p315.
진보의 병폐가 오늘날에만 두드러진 특성은 분명 아니다. 매슈 스위터의 말처럼 요한 하리의 책은 "문화적, 기술적 변화에 따른 고통을 표명하는 것에서 한술 더 떠서 그 변화가 당신을 병들게 하거나 멍청하게 만들고 있다고 말하는 오랜 전통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새로운 기술에 대한 반발. 예전에는 기차 여행도 문제가 많다고 했고, 오늘날에는 휴대폰과 숏폼 컨텐츠로 우리가 도파민 과잉 중독에 자기 통제가 안된다는 걱정이 난무하다. 뭐가 사실일까? 기술이 문제라면 기술을 그만 써야 하는 게 맞겠지만, 지금은 가속도가 너무 심화되어 속도 조절을 못하는 것처럼 하루하루 세상이 매번 달라져 있다.
p316.
우리는 언제나 우리가 살고 있는 맥락에 따라 우리의 삶을 해석할 수 있을 뿐이다. 19세기를 직접 겪은 사람들은 조급함과 압박감을 느꼈다. 19세기의 대다수 기술은 열광뿐만 아니라 불안과 스트레스에도 직면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p317.
과거를 재연하는 사람들은 재현하고자 하는 역사에 대해 거의 항상 뭔가를 오해한다. 서로 다른 시기를 한꺼번에 뭉뚱그리거나, 받아들이기 어려운 요소를 낭만화하거나, 수백 년 전이고 수십 년 전이고 과거의 여러 병폐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할 - 크리스먼 부부의 경우처럼 - 가능성이 있다.* 크리스먼 부부 : 책에서 아날로그적 삶을 사는 부부로 언급되었음
8장. 트럼프와 브렉시트의 정치학
p321.
트럼프의 승리는 비교적 최근에 감지되는 노스탤지어에 기인한 수많은 정치적 죄악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이 책의 트럼프의 승리는 1차전 승리다. 올해 2차전 승리를 하게 된 상황인데... 작가는 어떤 말을 하게 될까...
p325.
2016년 영국이 EU에서 탈퇴하는 것으로 투표 결과가 나온 직후, 국내외 시사평론가들은 영국이 "제국에 대한 노스탤지어"에 빠진 상태라고 진단했다. 영국의 저술가들은 자국이 "잃어버린 식민지 - 그와 더불어 따라오는 부와 전 지구적 영향력 - 에 대한 노스탤지어적 동경"으로 추동되는 "포스트식민주의 멜랑콜리(postcolonial melancholia)"에 시달리는 중이라고 보았다. "영제국의 반격(The Empire Strikes Back)" 같은 표제들이 사방에 도배되었다.p359.
노스탤지어는 기나긴 역사 가운데 상당 기간 동안 우파 및 좌파 활동가들, 정치인들, 작가들, 노동자들의 전유물이었다. 노스탤지어의 미적, 정서적 호소력은 정치적 스펙트럼과 상관없이 사람들을 끌어당겼으며, 단적으로 보수적인 것, 진보적인 것이 그렇듯이 정치적으로 모호한 경우도 많았다. (중략) 노스탤지어에 기댄 호소는 20세기의 여러 혁명과 사회주의 국가 정치에도 깊이 내재했다. 만약 "노스탤지어의 정치학"이 닉 코언이 말한 "퇴락"의 징후라면, 그 쇠락은 지금껏 꽤 오랫동안 진행되고 있다.3부. 우리들의 행복 은행
노스탤지어, 질병에서 해독제로
9장. 노스탤지어에 빠진 뇌
p367.
이러한 명예 회복 덕분에 적어도 과학계에서만큼은 이제 노스탤지어가 한 사람의 과거와 관련하여 개인적으로 가장 두드러지고 애틋하며 아쉽고 그리운 기억으로부터 생겨나는 달콤 씁쓸하지만 대체로 긍정적인 감정으로 간주된다. 그런데 노스탤지어는 단순히 무해한 데 그치지 않는다. 이제는 적극적으로 치료에 도움이 되고 있다. 최근 이 감정은 사람들에게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느 ㄴ효과적이고 광범위한 심리적 자원으로 재설정되었다.노스탤지어는 자존감을 북돋고, 삶에 의미를 더하며, 사회적 유대감을 키우고, 문제가 있을 경우 도움과 지지를 구하도록 사람들을 독려하며, 심리적 건강 및 안녕을 증진하고, 외로움이나 권태, 스트레스, 불안을 줄일 수 있다. 나아가 현재는 노인들의 기억력을 유지하고 향상 시키며, 심리적 안녕을 강화하고 우울증을 개선하는 중재수롤도 쓰일 정도다.(★) 책에서는 개인의 노스탤지어 관리가 집단의 이익에 기여한다고 한다. 개인적 희생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도 말이라고... 그렇다면 악용되면 가스라이팅이 될 수도 있다는 점... 책의 앞에서 언급한 이 부분.. 조심해야 할 것 같다.
10장. 인간답고 인간적인 감정에 관하여
p404.
인간의 마음은 1000년 동안 거의 똑같은 상태를 유지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니 언론인들의 착오가 지금은 우리에게 노스탤지어가 만연한 현실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지 못하지만, 그들의 그런 행태 또한 이전에도 어디서나 있는 일이었다.
다양한 노스탤지어의 물결이라고 하는 것들 - 점점 더 빈번하게 우리의 세상을 덮치는 듯 보이는 물결들 - 의 이유를 설명해 주는 것이 바로 이러한 보편성이다. 노스탤지어는 작가와 정치인에게 모두 매력적인 타깃이다. 영속적인 불안, 다름 아닌 노화를 건드리기 때문이다. 유년 시절이 갈수록 멀어진다는 감각, 그리고 우리가 간직한 유아기 때의 애틋한 기억이 서서히 침식될 위험에 처해다는 감각은 매우 인간다우면서도 인간적인 상태다. 그런 점에서 노스탤지어는 원한다면 언제든지 취할 수 있을 정도로 우리와 가까이에 있다.p406.
나는 세상이 더 나빠졌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p407.
하지만 노스탤지어가 처음 출현한 시기와 상관없이 우리는 노스탤지어 성향을 지닌 사람들을 아프거나 감상적이거나 어리석다고 보는 태도에서 벗어나야 한다.(★) 작가가 궁극적으로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은 노스탤지어의 긍정적인 효과인 것 같다. 아니, 노스탤지어를 조금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기를. 악용하지 말고,
p412.
노스탤지어라는 감정을 경험하는 것 자체보다 사람들이 자신이 느끼는 노스탤지어를 가지고 무엇을 하느냐가 훨씬 더 중요하다. 그리고 그 선택은 과거에 대한 감정을 훌쩍 뛰어넘는 그 이상의 뭔가와 관련이 있다. 노스탤지어는 해로운 시각들을 설명하는 근거가 아니다. 그보다는 사람들이 자신의 증오를 흘려보내기 위해 선택하는 하나의 방식에 가깝다.(★)
요즘 이런 사례 기반의 책들이 자주 눈에 띈다. 그래서 가끔은 우리 사회의 사례가 반영되면 어떨까 싶기도... 가장 빈번한 정치적, 경제적 악용 사례가 우리나라 사례라면 또 재미가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