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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46. 더 크라잉 북
    개인 도서관/도서관1 2024. 12. 4. 10:00

    헤더 크리스털 (Heather Christle)

    추천사. 나만의 울음 지도를 그린다면 어떤 모습일까

    이다혜 (씨네리 기자, 작가)

    p5.
    개인의 비극은 울음이라는 형태로 외부에 알려지곤 한다. 하지만 인간은 울면서 태어나고, 울음이 슬픔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더 크라잉 북>은 슬픔의 사전이 아니라 마음이 혹은 몸이 크게 출렁인 순간들을 수집한 책이 된다.

     

    작가노트

    p11.
    지금까지 내가 한 번이라도 울었던 모든 장소를 지도로 그려보면 어떤 모습일까, 하는 실없는 생각이 떠오른 것은 5년 전의 일이다.

     

    본문

    p15.
    울음은 길이가 중요하다.
    p16.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사람들은 우는 사람에게 연민을 보인다. 앞서 말한 연구에서는 그러한 연민 반응의 하위 항목으로는 "위로의 말, 위로의 팔, 공감'을 들었다. 이 중 위로의 팔은 혼자일 때도 느낄 수 있다. 두 팔로 스스로를 안아주면 된다.
    p18.
    나는 울음을 입 속에 욱여 넣었다.
    p18.
    차는 은밀한 울음 공간이다. 어떤 사람이 차 근처에서 울고 있을 때는 나서서 도와줄 수 있다. 그러나 차에 들어가 울고 있다면 그는 이미 도울 수 없는 사람이다.
    p19.
    비가 올 때 차 안에서 울면 마치 앞 유리의 와이퍼가 얼굴을 어루만져 주는 것 같다 .위로의 말, 위로의 팔, 그리고 위로의 와이퍼.
    p21.
    부모가 우는 모습을 지켜볼 때의 그 막막함을 기억하는가?
    p23.
    '울기'는 사람이 태어나 가장 먼저 하는 일이다.
    p25.
    * 평행울음 : 예술과 함께 시작되지만 꼭 예술 때문에 시작되는 것은 아닌 울음.
    p26.
    대부분의 울음은 밤에 생긴다. 사람들은 피곤해서 운다. 하지만 우는 사람을 보고 "그냥 좀 피곤해서 저러는 거야"라고 말하는 건 얼마나 끔찍한 일인지. 피곤해서, 맞다. 하지만 그냥이라고? 사람은 절대 그냥 피곤해서 울지 않는다.
    p37.
    언어적으로 보면 울다(cry)는 더 시끄럽고, 흐느끼다(weep)는 더 축축하다.
    p49.
    어떤 사람들은 상상 속 상황에 대응하는 법을 연습하려고 시와 소설을 읽는다. 실제 삶의 위험이 없는 안전한 곳.
    p66.
    말로 할 수가 없다. 마침내 말로 할 수 있게 되었을 때는 그 이유가 벌써 부끄러워진다.
    p180.
    눈물. 하고 운을 떼면 이 명사는 흐른다, 는 동사를 데려온다.
    p98.
    우리는 죽어가는 사람들을 대할 때 마치 그들이 이성을 잃고 만 것처럼, 철없는 아기가 된 것처럼 대한다.
    p119.
    감정이입은 일종의 구멍과 같고, 우리는 그 구멍을 통해 절망에 빠져든다. 구멍의 바닥은 눈물 때문에 미끄럽다.
    p122.
    그러나 우리가 울음을 그칠 생각이라면 동정심을 허락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눈을 감고, 우리 둘만이 되어, 자신이 아니라 서로를 보려고 한다.
    p123.
    우리는 최선을 다해 준비한다.
    p128.
    사람은 언어가 무력해질 때 우는 거라고들 한다. 말로는 더 이상 우리의 아픔을 적절히 전달할 수 없을 때 우는 것이라고. 나는 울음이 말이 될 수 있을 때 주먹을 쥐고 내 머리를 때린다.
    p129.
    '하얀 눈물'은 문득 제도적 인종차별을 인식하게 된, 혹은 자신과 백인 우월주의의 관련성을 깨닫게 된 백인이 흘리는 눈물이다. 하얀 눈물은 상상 속의 공격에 대한 방어이기도 하다. 백인이 자신의 감정을 상하게 하는 대화를 차단하는 방법인 것이다.
    p161.
    누군가가 바다에서 실종됐을 때, 남은 이들이 느끼는 특별하게 잔인한 감정은 언제 눈물을 흘려야 하는지 알 수 없다는 데 있다. 오늘인가? 한참 전일까? 안갯속이다.
    p190.
    절망(deapair)은 그 자체의 터무니없음을, 그 감정 과잉 상태를 인정하는 말이다.
    p233.
    눈물이 터진다는 동사는 정확한 것 같다. 마치 어떤 말에 기대어 있다가 결국 그것이 무너지는 것처럼, 몸과 눈물 사이의 경계가 없어지는 것처럼, 마치 울음의 국가에 투항하는 것처럼. 혹은 눈물이 터진다는 건 내 자아가 눈물이 되는 것, 터져서 작고 뜨거운 물방울이 되는 것은 아닐까.
    p241.
    진실에 가장 가까워지는 방법은 이야기 두 개를 잠시 맞닿게 하는 것이 아닐까?
    p277.
    절망에 빠지지 않았을 때는 행동할 수 있다. 죄의식이 책임감으로, 무력감이 결심으로 변화한다.
    p326.
    그를 다시 사랑할 수만 있다면, 더 잘 사랑할 수만 있다면.
    p331.
    글로 적으면 많은 것을 이해할 수 있다.
    p342.
    엄마의 역사 중 어떤 조각들이 내 몸 안에서 살아가고 있을까? 내 피는 어떤 방들을 기억하는가?
    p359.
    내가 언제까지고 시를 쏟아내며 살아갈 수 잇다면 시는 내가 굴복하지 않게 지켜줄 것이다.
    p376.
    사람이 너무 많이, 너무 심하게 울면 그 자체가 트라우마가 될 수 있고 실제로 목에 변형을 일으킬 수 있다.
    p388.
    나도 모른다. 내가 아는 것은 당분간은 그만 울어야만 가능성들을 다시 상상하는 능력이 돌아오리라는 것이다.

     

    (★)
    제목이 맘에 들어서 읽기 시작했다. 서두는 일반적인 울음에 대한 이야기라 좀 공감이 되기도 했는데, 임신과 출산을 겪으며 나오는 울음은 그저 상상해볼 뿐이다. 그리고 중간에 바다에서의 실종을 언급할 때, 우리 사회가 겪었던 큰 아픈 사건이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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