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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4.06 #벚꽃엔딩글쓰기방/일상 2020. 6. 16. 22:24
분리수거를 하고,
귀에 이어폰을 꽂고 걷는다.
햇살은 따뜻하다.
바람이 불어온다.
갑자기 내 손에 꽃잎 하나가 툭 떨어진다.
손 끝으로 만져 본다.
부드러운 촉감이 느껴진다.
몇초전까지는 살아 있었으리라.
꽃이 지는 순간, 찰나의 생기를 만졌다.
다행히 엄마의 백혈구 수치가 좋아서
오늘 바뀐 첫 항암주사를 맡는다고
아빠에게서 문자가 온다.
어제 남편과 친정을 다녀오면서
이것저것 먹인 것이 보람이 있다.
평소 입 짧은 엄마가 사위랑 먹을 때에는
평소보다 더 잘 먹는다.
안도했을 아빠를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하다.
주말에는 답답함을 못 이기고
목욕탕과 절을 다녀오신 시어머니에게
체념하듯 나무라는 남편이 안쓰러웠다.
지금은 그도 고향집에 가고 싶지만
갈 수 없으니 얼마나 걱정이 될까.
꽃잎이 흩날리는데 괜히 눈물이 난다.
군데군데 여름으로 성급하게 넘어갈 채비를
한 것 같은 푸른 잎들도 이제는 많이 보인다.
계절은 내가 어떠하듯 때가 되면 변한다.
시간은 우리를 기다리지 않고 흐른다.
그렇게 오늘도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