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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7. 세상에 없는 나의 집개인 도서관/도서관1 2024. 7. 29. 10:00
금희
세상에 없는 나의 집
p21.
이도 아니고 저도 아닌 사람이 있을까. 그런 사람이 있다면 그는 바로 '이도 아니고 저도 아닌' 그 자체일 것이다. 우리가 말하는 '이'와 '저' 사이에 존재하는 무수한 회색 지대들, 그 지대마다 완전히 그 지대에 속하는 것들이 있을 수도 있는 것이다. 두개의 완전수 사이에 확실하게 존재하는 무수한 소수들처럼.봉인된 노래
p62.
나는 그 사진을 어머니의 옛 사진첩 깊이 끼워주면서 수년 전의 그믐밥 우리 집 마룻바닥에 누워 있던 외삼촌을 떠올렸다. 외삼촌의 얼굴에 머물러 있던 역사 속의 표정과 그 한단락의 역사를 봉인하고 있는 노랫가락을 함께 말이다.옥화
p87.
젊은 부부의 묵직한 밀차가 한창 '없는 사람들' 무리를 헤집고 있었다. 부유하고, 학식있고, 덕망있고, 또 '믿음'있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죄인이 된 그날의 여자가 눈앞에 보이는 듯했다. 그래서 여자가 받은 것들이 '그 잘난 것, 그딴 거 따위가 되었단 말인가?월광무
p121.
떠난다는 것은 대체 무엇이었을까? 어떤 설렘? 열정? 도전 같은 것이었던가?쓰레기통 위의 집
p171.
광다네 집에는 제 아들도 남처럼 착각하게 만들정도로, 사람의 머리를 어지럽게 만드는 향내들이 너무 진했으니까.돌도끼
p193.
그리하여 우리는 지금 모두 떠나왔다. 그런데 사실, 우리는 우리들이 무엇을 위해 떠났는지, 그리고 우리들이 떠난 그것이 무엇인지는 알지 못했다.노마드
p260.
그렇게 따지고 보니까 마음이 많이 편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자신의 인생에는 왜 이렇게 종착역이 없을까, 사주에 역마살이나 끼지 않았을까 하고, 뿌리없는 부평초처럼 떠돌아다녀야 하는 자신이 맘에 들지 않으면서도 별다른 방법이 없었는데, 그렇게 따지고 보니 결국 다 같은 유목민일 뿐인 걸 괜스레 한탄할 것도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북한 사람은 중국을, 중국 사람은 한국을, 한국 사람은 미국을 동경하듯이 어차피 좀더 잘살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욕망은 다 같은 것이다.해설
p274.
실제로 금희의 소설이 다루는 '디아스포라 체험'은 최근 한국소설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주제이다. (중략) "국제 이주, 망명, 난민, 이주노동자, 민족공동체, 문화적 차이, 정체성 등을 아우르는 포괄적인 개념"으로 디아스포라를 정의할 때, 금희의 소설은 이러한 디아스포라 체험을 정교하게 구체화함으로써 실감을 더한다.작가의 말
p291.
이런 세상 속에서 나는 영혼의 자유로운 탈출을 미련해 보려는 요량으로 소설을 쓰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맨 얼굴의 내 영혼과 조우하지 못한 느낌이다.(★) 한국어로 쓴 작품에서 이질적 문화를 느끼는 특이한 경험이다. 한편으로는 이런 작품들을 자주 읽으면서 직간접적으로 멀고도 가까운 그들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들었으면 좋겠다.